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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평점 :
나쁜 감정이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인간이 이기적이네, 아니 이타적이네..
이기적일 때도 있고, 이타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네 등
인간의 고유한 속성 및 유전자의 특징에 대한 주장은
윤리, 철학자들 뿐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탐구 주제였던 것 같다.
나는 그저 제목만 보고선 '인간의 이기적인 감정이 왜 존재하고,
생존에서 필요한가?' 를 다룬 책이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정신 장애 및 진화 의학, 진화 정신 의학에 대한 내용으로,
정신 장애와 진화 이론에 대한 가설 및 연구, 주장 등이
잘 정리되어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 진화 의학이란 유전공학과 생리학을 활용하는 것과 똑같이
진화 생물학의 원리를 활용해 의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진화 정신 의학은 진화 의학의 일부분으로서 '자연 선택을 거쳤는데도
우리는 왜 정신 장애에 잘 걸리는가'라는 의문을 탐구하는 것을 뜻한다)
아무래도 내용이 전문적인 이론도 나오고 가볍지 않아,
정신과 의사들이나 관련 전공자,
진화 의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일반 독자들이라고 해도
충분히 지적인 흥미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서두에서부터 정신과 치료가 왜 효과없이 느껴지고,
의사들마다 해석과 처방이 다른지,
사람들을 괴롭히는 우울증과 정신 질환은 대체 왜 생기고 해결되지 않는지..
답답하게 느껴질만한 내용에 대한 답변이 어느 정도 담겨 있기에,
정신병에 대한 접근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있고 공감되었다.
책의 어느 대목 그대로,
"정신 장애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백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우리는 마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은
뼈 때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환자에게 진정성을 갖춘 정신과 의사이자
뛰어난 열정과 통찰을 가진 진화 의학 연구자로서
(그를 본 적 없지만, 글에서 느껴진다)
자신의 학문적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 과정를 통해 얻게 된
과학적, 의학적 지식과 철학적 지혜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매력적으로 저술한 것 같다.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개괄하고,
진화적 접근법의 필요성을 잘 설득하고 있기에..
찬찬히 곱씹어 읽는다면, 누구나 지적인 자극과 학습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만인이 느끼는 감정인 우울과 불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설을 다루고,
고통스런 감정에 어떤 진화적 의미가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풀어내고 답하는 점은
혼란과 불안, 고통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주제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진화 의학에 대한 연구 내용 뿐 아니라
인간과 삶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과 정신적 고통에 관한 통합적 패러다임을
진화 의학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화 의학은 인간의 몸이 질병에 취약한 이유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과 설명을 제공하고
정신장애에도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진화 정신 의학'을 연구해야 함을 설득하며,
이를 향해 끌어 당기고 있다.
불안, 우울, 슬픔 같은 감정도 쓸모가 있어 자연선택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우리가 겪는 고통이 인류의 유전자에 이로울 때가 많다는 주장은 흥미롭고,
우리 몸이 병에 걸리게 만드는 형질들이 왜 진화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게 하고, 관련된 가설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보다 인류에 보탬이 되는 새롭고 적절한 질문을 찾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 다가온다.
'희생하는 개체가 치르는 비용보다 친족 집단에 돌아가는 이득이 더 클 경우,
개별 동물들이 무리를 돕도록 유도하는 유전자들은
세대를 거칠수록 늘어난다'는 해밀턴의 공식,
인간의 몸과 마음이 병에 걸리기 쉬운 6가지 진화적 이유,
감정이 개인의 행복이 아닌 '유전자'를 위해 작용한다는 것 (쇼킹하다),
감정에 대한 정의와 감정의 종류 (감정의 계통 발생)를 꼼꼼히 제시하는 것,
불안과 기분 저하를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
개인의 이해, 성과 식욕, 중독에 대한 주제까지...
폭넓고 깊이있는 읽을 거리가 이어진다.
또한 인생의 고통이 왜 존재하는지 같은 철학적 질문과
나름의 결론까지 덧붙이고 있으니..
읽어볼 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진화 정신 의학>이라는 대중에게 생소할,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도,
시종일관 따뜻함이 배어있고, 유용하게 느껴지는 점이 좋았다!
책 값이 아깝지 않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