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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평점 :
곤충에 관심이 있어, '충선생'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여러 동물을 보면서도 배우고 깨닫는 점이 있는데, 곤충이라고 왜 없겠는가?
저자는 벌레, 곤충을 통하여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와
사회적 도리, 언어적 의미까지 술술 구수하면서도 명료하게 풀어내고 있다.
읽다보면 참 매력적인 책이다.
곤충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내용만 서술하지 않고,
동양의 문화 인류학적인 내용까지 소개하고
한자 문화권에 있는 동양인(한국,중국)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인문, 철학적인 면도 있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작은 존재인 곤충에게서도
자연이 운행하는 원리와 치국의 이치를 헤아릴 수 있으니,
재미있고 신비하기도 하였다.
지구의 생명체는 모두 동반자와 같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인간이 폭력적인 지배자가 아닌 보호자적인 섬김의 동반자로
생물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에 중국의 역사, 문화 등이 사례로 매우 자주 등장하여,
혹시 저자가 중국인인가 싶기도 하였는데...
저자 말로는 곤충의 '곤'자를 구글링하다가, 중국 운남성 곤명에 소재한
중국 자원곤충연구소를 방문하여 중국 연구원과 교류하였다고 밝히고 있고,
내가 보기엔 저자가 한자에도 조예가 있어 여러모로 그렇게 표현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한중 동양 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은유와 해학을
곤충을 소재로 하여 정감있게 들려준다.
잠자리, 매미, 나비, 벌 같은 호감도 높은 곤충에서
사마귀와 개미, 거미, 메뚜기 같은 익숙한 친구들,
추억 속의 땅강아지와 쇠똥구리, 또 모기와 파리 같은 해충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개인적 추억과 한국, 중국 뿐 아니라 세계의 배경 지식까지 더해져
본질적이면서도 폭넓은 이야기가 전개되니...기대할 것~^^
예를 들어, 산란기의 암컷 모기가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일념으로
죽을 각오를 하고 사람의 몸에 주사기를 꽂는다는 지식과
모기나 파리를 간신배와 소인배로 비교하여 정치적 교훈까지 덧붙인다.
저자는 모기와 파리같은 해충도 인위적인 개입으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생태계 파괴로 인간이 더 큰 위험과 고통을 당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데..
파리만 하여도 동물체의 자연 회귀의 마지막 과정인 부패를 관장하고 있으며,
구더기는 생명을 살려내는 의사 역할, 법의학에서도 주요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신기했던 '동에등애'의 경우엔 친환경적 성격이 강하여 고맙기까지 한 존재였다.
쓰레기해결사로 음식물 쓰레기 100kg 먹고 50kg분변하는데,
비료와 10kg 단백질, 3kg 유용한 기름을 만든다고...
감동적일 정도로, 유익한 곤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몽땅 먹어 치우는 메뚜기 떼의 황충화는 자연현상일 뿐이지만,
사람 메뚜기떼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함량 미달인 자들을
제대로 솎아내지 못해서 생기는 인재"라는 일침에는 박수가 나왔다.
'충선생'의 시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곤충인 잠자리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자임에도 우아했던 친구( 그탓에 별명이 각시 잠자리였다고)와
철철이라는 친구의 일화,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고 날개를 만지고 놀면
금방 잠자리가 죽게되는 이유(잠자리 날개의 시맥이 상하기 때문에..ㅜㅜ) 등..
다양한 잠자리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귀뚜라미 편을 통해서는 '목소리의 중요성,
중국의 귀뚜라미 싸움 문화, 궁녀들이나 청나라 마지막 황제 부의가
귀뚜라미에게 위로받았던 사연'등이 흥미로웠다.
저자가 고3 때 위장병, 불면증으로 학교를 휴학하게 되고,
낙오자가 된 듯 우울했을때.. 땅강아지가 위로가 되어주고
교감을 누리면서 우울증, 불안감 사라지고 원기 회복이 되었다는 사연도 감동적이었다.
다양한 곤충들의 생애와 정보, 저자 개인의 추억과 교훈적인 경험,
역사, 언어, 문화적 유래, 사회적 메시지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