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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다른 삶 - 일, 결혼, 돈에서 자유로운
파(pha) 지음, 김영희 옮김 / 열린세상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새로 시작한 예능 프로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자유로움과 여유가 있어 보이는 제주도 생활에 동경을 느꼈다.
자신이 꿈꾸고 원하는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을 대부분 바라겠지만,
직장, 가정, 육아, 돈에 매여서 많은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만약 직장, 돈, 가정(결혼,육아)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개인의 삶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 여기 다른 삶'은 '하지 않을 일 리스트'란 책으로
유쾌하고 인상적으로 만난 바 있는 일본 작가 파(pha)의 신간이다.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너무나 재미나게 공감하면서 읽었었기 때문에..
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니 관심이 생기고, 기대가 되었다.
저자 파(pha)는 결혼, 직장, 돈,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도망친 니트족으로,
돈이 들지 않는 취미와 작가 일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이들과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만약 내가 부모인데, 내 자녀가 "파(pha)처럼 살고 싶습니다"- 한다면..
속이 뒤집어진 채, 탄식과 한숨을 거칠게 내뿜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을 웃으면서 읽는 모습마저도 못마땅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나 자신은 즐겁게 파(pha)의 솔직하고 날카로움이 담긴 글을 낄낄대며 읽는다.
일, 결혼, 돈에서 떨어져,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는 돈이 없기 때문에 우리네 삶이 팍팍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사회를 둘러싼 의식, 가치관에 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더 한 위선과 비교의식, 사회적 속물근성이 충만할지 모르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말하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겠지만...)
일본에서도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지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00살까지 결혼해서 00살까지 아이를 낳아야 한다.
성인은 일,가정,육아 모두 완벽해야 한다' 등등...
일반적인 삶의 기준 자체가 높은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어
실제로 다 잘 해내는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불구하고,
'성실하면 다 해낼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둘러싸고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괴로워하지 말고,
차라리 현실에 맞지 않는 오래된 가치관은 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저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고립되지 않고 타인과의 연결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만족하고 행복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두 가지라고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이 있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놓고 뒹굴거리는 백수 생활을 전파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납득이 되는 부분도 많다.
나 같은 경우엔, 오히려 저자의 생각이 평소에 하던 생각과 비슷해서..
저자의 주장과 논리에 허점과 맹점, 모순은 없는지..골똘히 생각하면서 읽었다.
역시 그의 주장과 삶에는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결론도 내리면서.
전작(하지 않을 일 리스트)으로 그의 스타일과 사상에 면역이 되었는지,
이번에는 빵빵 터지며 읽어내려가지는 않았다. (전작은 상당히 웃겼다.)
그래도 사유는 더욱 깊어진 느낌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파(pha)가 내는 책은 계속 읽을 것 같다.
자유로운 개인 중심 생활을 동경하는 독자들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