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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
출간된 일본 소설 중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나 나오키상 수상작은
틈틈히 챙겨보는 편이기 때문에,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언제든 분명히 읽었을 책이다.
그런데 '역대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책 표지 홍보 문구와,
번역자는 '김석희'씨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이 책을 좀 더 빨리 구해서 읽고 싶어졌다.
책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18년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꾸리며, 다른 구직활동이나 연애, 결혼의 경험은 없는 36세 여성의 이야기..
누군가는 웃음 (빵 터지는 웃음이든, 비웃음이든-)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뭐 그런 여자가 있어..?! 하고선.
그런데 다름 아닌, 책의 저자가 실제로 편의점에서 18년간 일을 해왔다고 한다.
(연애나 결혼의 경험은 정확히 모르겠다.)
물론 저자는 편의점 근무만 해 온 것은 아니고, 그와 함께 작가 생활을 병행했다.
그녀는 최연소로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했고, 그 후에도 문학상을 받았고,
현재는 아쿠타가와상까지 받았으니..
그동안 꾸준히 집필하면서 능력있고 인정받는 작가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어쩌면 집이나 작업실에서 글만 쓰는 작가들보다 규칙적인 편의점 근무를 통해 더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에 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저자 뿐 아니라 책의 주인공처럼
일본에는 실제 편의점 근무 혹은 알바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일본에는 '프리터'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니까..
이상하고 웃긴 여자 같지만,
실제로 주변에 분명 존재하고, 어쩌면 곳곳에 많이 있을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
소설 '편의점 인간'은 재밌다.
읽으면서,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가 떠오를 정도로
푸하하 웃으면서 읽었다.
주인공 여자 후루쿠라는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고
자기 중심적 사고의 면이 강해서..사이코패스인가 싶다.
그러나 그녀는 사이코패스라고 하기엔 너무 정직하고 규칙적이고,
부모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도 강하며
책임감있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인간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남다른 면을 발견하고,
자신의 그런 성격이나 사고방식을 공감,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주변 사람을 위해서
중학생때부터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생각을 숨기고,
주변의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연기하면서 살아왔으니..
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그녀는 이상하고 별난 사람이지만,
별다른 노력하지 않고 사회에 쉽게 섞여 뻔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하여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섞여서 모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
실상은 너무나 큰 희생과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그 과정이 '깊은 인간관계와 유대관계가 필요없고,
감정이 절제되는 게 미덕으로 느껴지는 편의점 근무'로 시작해서,
'타인의 말투와 웃음 소리, 옷차림과 취향 등을 열심히 학습하고 흉내내며'
자신의 진짜 욕구와 취향은 알지도 못한 채 성장,
그저 자신이 남들처럼 정식 취직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고 고민하고
거짓말을 지어내다 못해, 편의점에서 만난 백수 남자를 데려와 가짜 동거를 하게 되는 부분까지..
웃음이 터질만큼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그녀는 순도 높은 인간이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도 사회 생활을 위해, 적당히 타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 웃음을 짓고, 타인의 말을 생각없이 따라한다.
유행을 따라 타인의 안목과 취향을 카피하고,
가족의 위신과 감정을 위해서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망을 거세하기도 한다.
다만 그녀처럼 정도가 심하지 않고, 그 모양과 성격이 조금 다를 뿐이다.
중후반까지 굉장히 코믹하지만, 후반에 이를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책이고, 가볍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지만
덮고나서는 웃을 수 없을 것이다.
잘 쓴 블랙 코미디 작품으로,웃음은 결국 휘발되고 진한 메시지들로 여운이 남는다.
뻔뻔스런 백수남자 시라하와의 동거를 통해, 주인공은 재차 편의점 인간으로 탄생하지만,
그녀가 더 늙어서 결국엔 소설 초반에 등장했던
편의점에서 쫓겨나던 정체 모를 중년남의 모습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안도할 수 없었고,
다른 독자들처럼 그녀의 모습에서 어떤 깨달음이나 위로, 용기도 얻을 수 없었다.
그저.. 비정상이든, 정상이든
인간은 모두 사회라는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
+ 굉장히 재밌어서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할 부분은 많고, 여운도 깊다.
가벼운 두께에 비해 독자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
간만에 빨려 들어가듯 소설을 읽었다.
추천한다!
++ 일드 '데이트, 사랑이란 무엇일까'와 비교해서보면 어떨까?
소설과 비슷한 면이 있는 드라마다.
여자에게 기대 살려는 백수 남자 (소설 속 시라하처럼 직업없이 여자에게 기생한 채 살아가려고 한다)와 특이한 성격과 규칙적인 생활로 연애 한번 못한 공무원 여성(후루쿠라보다 능력이 월등하다. 고연봉의 공무원, 그렇지만 연애나 우정이 쉽지 않은, 남들과 쉽게 섞이기 힘든 타입의 인간인 점은 동일하다.)의 결혼 전제 데이트 스토리인데..역시 빵빵 터진다.
소설 '편의점 인간'과 달리 드라마는 코믹 멜로물에 해피엔딩.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려져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