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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ㅣ 박완서 산문집 6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제목처럼 이번편은 어린시절의 기억이라던가 사라져가는것들에 대한 기억? 추억이 많이 나온다 배추 꽁바기라고 듣느니 처음 듣지만
지금처럼 배추가 크고 뿌리? 가 작은데에 비해 예전에 개량화되기전의 배추는
꽁바기가 지금보다 좀 크고 그것만 따로 먹었다고 한다
거의 보기 힘든것을 노인둘이서 먹는것을 보고 추억에 잠겨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회상에 잠겼으나 이미 그때의 맛같지는 않다고 한다
나이가 들고 입맛이 변하면서 기억속의 맛과는 다를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어린시절 개성에서 이십리 정도 떨어진 마을에서 살았지만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덕에 그시절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거의 보내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학교에 보내겠다며
종부로서의 역할보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해 고생을 마다하지않았던 어머니
시골에서 친척들의 사랑을 받고 자연을 벗삼아 뛰어놀다가
도시로 나와서 처음 느꼈던 도시의 휘향찬란함 그앞에서 주눅들수밖에없었던 시골뜨기의 모습
뒤통수에도 얼굴이있다고 했을만큼 쳐낸 단발머리가 몹시도 싫었던 작은 소녀는
오빠와는 열살차이가 나고 어머니는 바쁘셔서 혼자놀아야했고
외로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동네의 한아이와 친해지며 처음 접해본 미끄럼틀
새속옷이 닳아질정도라서 혼났지만 결국 잊지못하고 조심조심 또 탔었으나 알고보니 감옥소 지금의 교도소앞 놀이터라는것이 알려지며 노발대발한
어머니때문에 다시는 가지못하고 그친구와도 놀지못하게된다
감옥소라는 살풍경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당시가 일제시대였음을 생각해보면 모두 흉악한 범죄자가 아닌 독립운동을 하다 들어간 사상범도
있을지 몰랐을텐데
어머니로서는 범죄자근처에 가는것이 큰 나쁜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셨을것이다
사대문안 학교를 보내기위해 지금으로 치면 위장전입이라 할수있는 친척집으로 주소이전에
국민학교도 입학시험을 치러야할때라 입시준비를 열렬히 시키는걸 읽고있자니
지금의 치맛바람을 무색케 하는 열정이었다
1930년대라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깨어있는 분이 아니셨나 싶다
딸자식도 공부시켜 신여성으로 만드는것이 꿈이셨다고 하니
그러면서도 딸의 기가 너무 드세고 억센것을 한탄하신것을 보면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보인다
단지 여자아이는 이래야한다 남자한테 함부로 대들면 안된다
이런고정적인 성역할에 자신이 잘못한것도 없는데 무조건 여자라고 나무라는것에 경기를 일으킬정도였다니
어리지만 당차다고 해야하나 황소고집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만큼 억울하게 느꼈구나 싶었다
그당시나 지금이나 막입학한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렇지만 자격지심이랄까 열등감에 선생님 가까이에 가지도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지켜봐야하고 겉돌기만 했던 어린시절을 담담히 회상하는것에는 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가장 예민하고 천진해야할때인데 너무 눈치보고 무리에 끼지못하고 외롭게 보낸것같이 보여서...
공부는 곧잘했지만 정서적으로 많이 결핍되었던 시기가 아닐까
자라나면서 조금씩 극복한것같이 보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을 많이 가리고 벽을 두는것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오빠에 대한 이야기가 좀더 자세히 나왔는데
오빠의 죽음은 아버지같은 존재가 사라진것에 대한 충격에서 보다나아가
자신이 죽지않고 오빠가 죽었다는
아무 쓸모없는 딸이 살았다는 어머니의 비탄에 잠긴말에 크나큰 상처를 받은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러나 자조적으로 어머니의 그같은말이 틀린것이 없었다고 어머니를 두고 외아들이었던 남편을 만나 시집을 가서 시어머니
눈치를 보느라 어머니를 뵙는건 자주가 되지못했으니 쓸모없었다는말이 맞았다고 술회하는부분에서 여전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당시 자존감에 상처도 많이 받았을테고
그럼에도 살고싶고 행복하고싶었었던 그당시의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죽은사람의 아픔을 안고 잊지않아도 산사람은 또 억척스럽게 살아가야한다
나약한 지식인에 불과했던 오빠가 그당시 배운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접하고 많이들 빠져들었던 사회주의 사상때문에 그토록 비참한 죽음을 맞고
자신역시 힘든 세월을 보낸것이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또낳고
많은 자식을 낳고 모든일에 조심 또 조심하며 모나게 살지않으려고 했던것같다
그런 아픔이 켜켜히 쌓여있었기에 그 아픔의 상처를 잊지않고 계속해서 얘기하며 되새김하는... 전쟁을 겪은 그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잊어버릴수없기때문이라고 한다
벌써 6.25전쟁이 일어난지도 60년이 지났다
그때를 겪은 사람이 많이 남지않은 이때
나몰라라 하기보다 귀를 기울여야하지않을까
다시는 일어나지않아야하는일이지만 우리모두 기억해야하는 역사이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참으로 격동의 세월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