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보통 단편집의 제목은 단편소설의 제목중의 하나가 되기 마련이다

전부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거의 그랬던것같은데

이책은 그렇지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이라는 제목은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싶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읽을수록 제목이 주는 느낌은 더더욱 커져갔다

사실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밌게봐서 그런류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작가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전혀 다르다고 하더니

이소설집에서는 해피엔딩따위는 없다

그저 있을법한 이야기일뿐이지 하며 얼른 다음이야기로 넘어가는게 쉽지않았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조금은 텀을 두어야만했다

그정도로 단편소설임에도 짧은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상당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뭔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긴하다

여기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에서는 고층아파트를 오른다는 발상자체가 아예없는건 아니지만 암벽도 아닌 아파트를 오른다는것이 뭔가 기묘하다는 느낌이었고

거기서 떨어진다는것도 뭔가 만화적인 느낌이었다

관통은 더하다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설정이다보니 마치 옛날이야기에 등장할 설정아닌가

식우같은경우는 지금도 있는 산성비지만 시멘트를 부식시키고 강철마저 부식시키는 초강력산성비라니 SF영화같은 설정이다 정체를 알수없는 털뭉치가 등장하는 이물역시 그러하다

그렇지만 그런요소들때문보다는 그런요소를 제외한 다른인물이나 배경이 지극히 현실적이라 읽으면서도 가슴이 묵직해져왔다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하는사람들 다른사람을 외면하면서 어쩔수없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내가 아닌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모든 상황

한껏이기적이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들을 보고있으려니 현기증이 날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저 소설이라고만 치부해버릴수없는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자신들의 모습인것같아서이다 그런 뼈아픈 자책을 느껴서가 아닐까

괜히 다른사람인생에 끼어드는것은 성가스럽고 피곤한일이 생길지도 모르는일

불행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그저 살아나갈뿐이지만

그러나 불행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될수있는것이다 너 나 우리 모두

"이물'같은경우는 불완전하게 끝나서 과연 이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전혀 드러나지않지만

각박한 방난과 양선의 처지를 생각하면 더 나빠질수있을까 싶기도 했다

 환상잔혹동화같은 이 이야기들은 결국  비정함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을 꼬집고있다

그렇다고해서 남을 도와야한다 이렇게 얘기하지않는다 그저  지독한 현실을 보여줄뿐이다

그 현실의 잔인함에 쉽사리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과연 이들을 무조건 비난할수있을까 나에게 그런자격이 있을까란 의문이 들게했다

최진기의 거의 모든 인문학 특강

최진기의 거의 모든 인문학 특강 ㅣ 휴먼 특강 6
최진기 지음 / 휴먼큐브 / 2015년 4월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이라고 해야하나

영화로 보는 사회와 문화 영화로 보는 철학 그리고 영화로 보는 역사 이렇게 세파트로 나뉘어져있다

거의 모든 인문학이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모든것을 포괄하려다보니

폭넓기는 하겠지만 사실 깊이는 없었다

영화라는 소재로 흥미를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강의용이라면 딱이겠지만 책으로 읽기는 너무 수박겉핥기가 아닌가 싶다

하나의 소주제가 끝나면 문제풀이처럼 앞의 내용을 확인할수있게되있긴한데

수험서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저 원론적으로 반복하고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부분땜에 조금 속도가 안날뿐이지 문제만 지나가면

그저 휙휙 넘겨가며 볼수있었다

곱씹어보거나 그럴만한 책도 아니었고

 인문학의 입문용으로 보면 좋긴하겠지만

좀더 심도깊은 내용을 원했다면 실망할수도 있겠다

오히려 철학의 바다에 빠져라같은 책이 나에게는 더 맞았다

전쟁사특강도 봐보려고 했는데 그책은 다르려나 같으려나 약간 걱정이 되는가운데

영화의 소재를 갖다쓰긴했지만 영화의 설정만 가져오고 대화는 모두 각색한것이니 오해없길

중학생용인가 싶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타깃이 학생이라면 그와 걸맞는것같기도 하다

우부메의 여름

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교고쿠 나쓰히코의 백귀야행시리즈라고도 불리고 교고쿠도 시리즈라고도 불리는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 우부메의 여름

우부메가 뭔가 했는데 아이를 낳다 죽은 여자의 원념이라고 해야하나

그렇지만 우부메가 무엇인지는 책속에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 어려운듯하다

사실 책을 읽기전에 경고받은대로 그의 소설스타일이 그런것인지

꽤나 장광설이 많다

일단 시대배경은 19050년대 초반쯤으로 전쟁이 끝난지 얼마안된 일본이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세키구치는 삼류잡지에 기고하는데 고서점주인이자 신관이기도 하고 음양사이기도 한 교고쿠도를 찾아가 20개월동안 임신중인 임산부와 밀실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남편의 이야기를 꺼내고 과연 그런일이 가능한것인가에서부터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소설의 이야기 자체만 골라낸다면 길어질 소설은 아니지만

교고쿠도와 세키구치의 논쟁이랄까 일방적인 교고쿠도의 이야기를 듣는세키구치랄까

두사람의 대화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있어서

게다가 우리로서는 일본전통 요괴같은것을 알리가 없으니 계속 각주를 읽으며 따라가야해서 처음엔 좀 벅차기도 하다

또 때가 50년대이다 보니 지금은 당연시되는 이론들이나 지금은 별로 각광받지못하는 이론들이 그시절에는 나름 최신식이라는것도 흥미롭긴하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시대였으니...

인공수정에 대한 거부감도 일견 이해가 되기도 했다

사실 사건에 비하면 등장인물도 많은편인데 화자인 세키구치와 교고쿠도를 제외하고도 교고쿠도의 여동생이자 잡지 편집장인 아츠코 사립탐정이자 화족출신인 특이한 탐정 에노키즈

형사이자 사키구치와는 전쟁시절 전우이기도 했던 키바

이 네사람이 교고쿠도 시리즈의 주요인물인데 마치 사총사냐 싶지만

성격도 성향도 모두 다 다른데 어떻게 어울려다니는지 의문이지만

그것은 교고쿠도 (교고쿠도는 고서점 이름인데 교고쿠도라고 세키구치가 부르는데 실제 이름은 츄젠지 아키히고이다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

시리즈에서 각자 부각되는인물이 다 다르다고 하는데 우부메의 여름은 세키구치가 메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세키구치는 화자로서 굉장히 불친절하달까 혼란스럽다고 하달까

본인도 본인을 어찌하지못하는 느낌 중심을 잡지못하고 흔들리는게 완전히 느껴져서

이미 자신이 갈대처럼 흔들리기때문에 독자도 덩달아 흔들리게 만들어서 원참...

사건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지만 또한편으로는 이사건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수도 있는 존재라서 원망만 할수는 없었다

책을 보면서 유난히 강조되는 말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무지 신경쓰였지만 어느새 신경도 쓰지않게되고.. 아니 그게 너무 자주 나와서 그걸 다 신경쓰다가는 당췌 진도가 나갈수가 없었다

사실 읽기 쉬운책이라고는 절대 할수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내동댕이칠수없는 매력도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된일인지 너무나 신경쓰여서;;

아마 계속되는 시리즈도 쉽지않겠지만 교고쿠도를 필두로 한 네사람의 활약이 기대되기도 한다 아.. 세키구치는 별로 활약할일이 없으려나 음양사인 교고쿠도와 타인의 기억을 볼수있는 에노키즈와 형사인 키바와는 달리 세키구치는 울증에다가 멘탈이 너무 약한것같아서 어떠려나 그는 자신이 감당하지못하는 기억은 봉인해버리고 보지않으려는건 보지않는 나름 신기한 능력이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것은 없으니말이다

모든것을 알게된 후 괴로워하지만 그가 견뎌야하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묻다 첫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ㅣ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문득묻다는 라디오의 한코너로 청취자들이 문득 물었던것을 엮은 책이다

과연 어떻것이 문득 묻고싶어지는걸까

읽으면서 전혀 궁금해하지않았던것도 있고 궁금했지만 그냥 넘겼던것도 있었고

몰랐던 이야기가 참으로 많았다

심청전에서 심청이는 인당수로 뛰어들고 연꽃을 타고 다시 살아난다

그때 왜 연꽃일까

단순히 연꽃이 물에 뜨기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연꽃에 담긴 의미역시 포함되어있다는것을 알았다

의문도 가지지않았지만 알고나서 충격적이었던건

김유정의 소설 에 등장하는 노란 동백꽃이 사실은 동백꽃이 아니라는것일까

정확히말하자면 그지역에서는 동백꽃이라 불렸지만 사실은 우리가 아는 동백꽃은 아니라는것이다 노란동백은 없다고 하면서

별생각없이 아아 동백꽃이구나 했었는데 ;;;;;

알싸한 향이 난다는 그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꽃이었다고 하는 ㅋㅋㅋㅋ

대나무에서 꽃이 필까

말짱 도루묵에서 도루묵은 무엇일까

도루묵에 얽힌 역사적일화는 알고있는것이었지만 새삼 쓰라리게 다가오기도 했다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란 이름도 특이하다 생각했었는데 그런 뒷이야기가 있을줄은 몰랐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모르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궁금증이 생기고 의문이 생겼던거라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들면 더이상 호기심이 생기지않는다는말을 듣고 슬펐는데

너무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이기만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궁금할만도 한데 왜 나는 전혀 그런생각을 하지못했을까 반성하기도 했으며

당연하다고 여겼던것들이 사실은 당연해지기까지 어떤사연이 있었는지 알수있는 시간이었다

꽃을 보다 먹고 마시다 말하다

이렇게 세가지주제로 문득묻다였는데 가장 흥미롭고 잘몰랐던부분이 꽃이었다

예쁘다고만 생각했지 사실은 이름과 그 모습이 바로 연결되지않고

그저 이름으로만 알고있는경우가 많지않았나싶다

이책이 첫번째 이야기라고 했으니 앞으로도 문득묻다의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는 어떤이야기들로 채워질지 기다려진다

사상학 탐정 1 : 13의 저주

13의 저주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사상학탐정이라는 제목을 듣고 이건 뭘까 싶어서 궁금해했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됐다

사상학이란 뭘까 싶었는데 주인공 츠루야 슌이치로는 사상이라고 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볼수있다 그러한 능력은 유치원시절 외가로 놀러갔을적 어느 골목에서 사상을 발견하고 그뒤부터 그는 다른사람눈에는 보이지않는것을 보게된다

신기한 능력이긴하지만 다른사람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능력이기도 하고

뭔가 저주받았다는 느낌을 줘서인지 어린시절 기억하지못하는 일을 겪기도 하고 부침이 많았지만 영매였던 외할머니덕분에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되고

그 능력으로 다른사람을 도우면서 도쿄로 올라와 탐정소를 차리게되지만

일반적인 탐정이 아닌것이다

처음으로 찾아온 사야카라는 여자에게서 아무것도 읽어낼수없어서 돌려보냈지만

며칠후 다시 들른 그녀에게서는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대체 며칠사이에 그녀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약혼자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죽고 죽은 약혼자의 집에서 임시로 머무르고 있는데

그집식구들에게서 계속해서 묘한 일이 일어나고

사야카의 의뢰로 그집에 가게된 슌이치로는 그집식구들에게서 모두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다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그집에서 머물며 조사하지만 쉽게 그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그런와중에도 계속해서 기묘한 일은 일어난다

나름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슌이치로는 그중에서도 정말 독특한 탐정이다

사건을 해결하긴하지만 특수한 사건만 해결할수있는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능력탓인지 사람이 많은곳을 기피한다 사상을 만나고싶지않기때문이다

게다가 친구가 없어서인지 사람들과의 원활한 대화가 어렵다

사람들이 싫어할만하게 툭툭 내뱉어버리니 과연 이남자 탐정으로 밥먹고 살아갈수있을까 걱정되기시작한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고양이가 차에 치인이후로 차를 싫어해서 운전도 하지않고

까칠한 성격에 어두침침해보이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죽음의 그림자를 볼수있다는점이 독특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그의 정신적지주인 외할머니와 소설을 쓰는 외할아버지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도 하지만

마지막 그에게 경고했던 더 어둡고 두려운 존재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같아서

앞으로 그에게 펼쳐질 사건이 기대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4권까지 나왔다고 하니 한국에서도 조만간 그를 자주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얼마전 2권이 나왔다고 하니 그의 두번째 사건도 어서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