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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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 이보다 쉬울 순 없다!"
"현대철학에 대한 쉬운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한 서동욱의
 독창적인 에세이다."


 이상은 이 책에 대한 출판사 소개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그래도
'연습'이란 단어를 붙였으니 철학서의 초보자를 위한 소개서라고 나름대로 판단하고
조금은 만만히 현대철학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나에게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저자는 쉽게 쓰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일단 나같이 철학에 무지한 사람들에겐 넘을 수
없는 개념의 벽을 간과한 때문이다.
데리다의 '대리보충'이나 '차연', 사르트르의 '익명적 의식', 라캉의 '시니피앙' 같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저자가 쉬운 단어를
써서 설명한들 가볍게 이해하기에는 버거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고단한 유희라고 할까? 쉽게 읽히지 않지만 한번에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한 문장을 곱씹어 읽다보면 나름의 즐거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시작점으로 현대철학에 대한 갈망이 생기게 할만큼 저자의 필력이 상당하다.
자연스럽게 저자의 사유와 철학자의 사상이 글쓰기 속에 녹아 있어 철학은 별세계의
사유가 아니니 어려운 게 아니라고 설득하는 듯 하다.
그저 생각의 잠에서 빨리 깨라고 내 영혼을 두들리는 것이다.

 
'현대철학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린 것처럼 이 책은 현대철학의 주요한 흐름을 주도해
왔던 13명 철학자들의 사유를 담았다. 스피노자, 사르트르,니체 같은 많이 들어왔던
철학자도 있고 메를로퐁티,데리다, 레비나스 같은 낯선 철학자도 있다.

 
20세기 철학의 두 조류, 현상학(실존주의)과 구조주의를 중심으로 이 책의 1부는
현대적 사유를 준비한 스피노자,키에르케고르,니체,프로이트로부터 시작한다.이어
현상학과 실존주의라는 명칭아래 널리 활동한 20세가 초중반의 철학자들, 하이데거,
사르트르,레비나스,메를로퐁티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울러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로
사회와 학문의 격변기를 지나온 레비스트로스,라캉,푸코,들뢰즈,데리다가 무엇을
사유하고 고민해왔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하지만  철학자들이 평생을 걸쳐 이룩해놓은 사유를 7-8장으르 압축하는 것은 어찌보면
수박겉핱기가 되어 독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영리하게
그 철학자의 가장 핵심적인 사상을 끄집어내어 물음을 던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유럽의 근대를 형이상학적, 도덕적 가치들이 탈가치화하는 허무주의의 시대로 진단했던
니체에 대해서는 "허무주의 너머에 어떤 새로운 대지가 펼쳐지는가" 라고 묻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아우슈비치에서 가족들을 모두 잃은 개인적 불행과 체험으로 힘입는 
통찰을 얻은 레비나스에게는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인가, 신의 흔적인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 또한 단순히 그 속에 담긴 철학을 같이 생각해보자는 걸 떠나서 철학자들이 그 
철학개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배경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2부에서는 1부의 개별적으로 사색한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철학을 본격적으로 현실
안에서 연습해본다. 
존재,진리,차이,시뮬라크르,노마드,돈,사랑,신체,관상술,터치스크린 등 우리 삶에
밀접한 관련을 맺는 10가지 주제를 현대철학에 비추어본다. 
 

마지막으로 철학연습에 대한 표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책에 삽입된 사진들도 
그 모습을 들이밀 때마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데 표지는 더욱 그렇다.

한 소년이 밀밭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런데 소년이 탄 자전거는 위태로워
보이는 외발자전거다. 소년이 향하는 길은 파란 하늘이 아니라 회색빛 하늘이다.
하지만 먹구름이 깔린 어두운 하늘이 아니라 마치 힘들지만 생각의 잠을 깨우러
떠나야 하는 고민이 담긴 하늘이다.   
성숙한 어른이 아니라 미성숙의 소년의 모습이고 안정적인 두발 자전거가 아니라
위태로운 외발자전거를 타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모습이 불안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이성의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기쁨, 슬픔, 질투, 고통, 불안)이 깊숙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찾아내, 그 원인들과 당당하게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진짜로 대면해야 할 문제들을 밝혀주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이
출몰하는 현대의 삶에서, 정말로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 "
 

바쁜 일상을 살면서 잃어버렸던 사유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생각과의 씨름을
한번 벌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동안 안쓰던 철학사고에 쓰는 이성의 근육을 움직이려면 처음에 힘들고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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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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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지리적으로 멀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먼 대륙이다. 정치, 경제적 관계도
긴밀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낯설다.
더욱이 이 책의 배경인 케냐에 대해서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나 마라톤 강국이며,
미국대통령 오바마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것이 떠오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영국 식민정책에 맞서 영국인 정착자들에 의해 수탈된 농경지를 되찾기 위하여
케냐의 키쿠유족이 조직했던 민족운동단체인 마우마우를 알게되면 일제에 대항했던
우리나라 독립운동단체들이 연상되면서 더이상 이 나라가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활동에 참여했던 작가의 이력이
말해주듯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케냐라는 나라가 가진 아픔을 절절히 느끼도록 해준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케냐다. 당시 케냐는 영국의 보호령하에 있었다.흑인 소년
무고는 백인 농장주 저택에서 주방 심부름꾼으로 일하고 있다. 주인집 아들 백인 소년
매슈와 어린시절부터 친형제처럼 지냈다.
1952년에 접어들면서 키쿠유족은 백인들에게 빼앗긴 땅과 자유를 찾으려는 민족운동단체인 
마우마우를 결성했다. 마우마우 운동은 케냐의 독립을 요구하는 저항세력으로 커졌고
영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식민지 경찰과 영국인 경비원들의
잔인하고 가혹한 진압작전에 마우마우 저항군은 백인 정착인들을 습격하면서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다.
어느날 매슈의 실수로 농장에 불이 나고, 그 방화가 마우마우짓이라고 생각한 아버지와
백인들은 죄가 없는 무고네 식구들을 잡아가게 되고 무고의 아버지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먹먹하다. 그리고 나는  묻고 싶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언제쯤 제대로 자리을 잡을 수
있을까?
자본에 의해 수탈당하는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재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월이
지났지만 제국주의 패권세력이 바뀌지 않았기 떄문이다.
 
영국 식민지배자는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고 싸운 1950년대 케냐의 마우마우 전사들을
‘악마에게 홀린 집단’으로 세계에 소개했다. 영국이 1961년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했을 때
공식보고는 1만2천명의 아프리카인과 32명의 백인이 그 기간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마우마우 봉기가 계속된 7년 동안, 오히려  
‘피에 굶주렸다’고 비난받던 마우마우 사람들이
실제로는 학살당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적어도 15만 명의 키쿠유족 사람들이 마우마우 지지자란 죄목으로
수감되어 어떠한 재판도 받지 못했다.
 
이쯤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와준구 지식을 배워 오는 것. 그러면 자식들은 땅을 되찾는
방법을 배워 올 것이라는 믿음! 또한 와준구도 우리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 를
했던 무고의 아버지 바바의 꿈은 정말 헛된꿈이었던 것이다.'그들도 사람이고,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믿음도. '조용한 전사'를 의미하는 바바의 이름 카마우처럼 조용한 외침은
더이상 그들에게 맞는 투쟁방법이 아닌것이다.

내일의 삶이 더 나아지리란 기대가 철저한 배신이 되어 돌아왔다.  
 
"온몸 깊은 곳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떨었다. 그 불이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 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

라는 무드의 말처럼 타오르는 불길을 경험한 그는 더이상 차별받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과거는 사라지고 자신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정신적 어른으로 성장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해, 가치있는 삶에 대해 
한 번이라도 뜨거웠느냐 묻고 있는 저자에게 모두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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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과학이슈 11 1
이충환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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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과학기술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 왔다. 수 많은 과학자들이 벽돌을 하나씩
쌓아나가면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역사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우리 과학자들의 손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과학벨트가 조성된다는 소식은 독일이나 일본같은 과학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과학벨트가 그동안 홀대받았던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이상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첨담과학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지평이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오래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꿈의
벨트에서 일한 미래의 주인공들인 청소년들에게 과학교육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융합이 트렌드인 요즘 과학추세에 맞춰 고등학교 과학교과서가 전면
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라는 기존 칸막이를
허물고 융합이라는 큰 주제로 커리큘럼이 구성됐다.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과학이슈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구분을 두지 않고 종합적으로 봐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현대 과학기술 내용 즉, 정보통신과 신소재,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에너지와 환경 등이 도입됐다. 과학이 현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교육에 중점을 둔 것이다.

<청소년이 꼭 알아야할 과학 이슈11>는 그런 새로운 융합교과서의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쓴 과학잡지이자 교과서다.
새로운 고등학교 과학교과서가 기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던 나노물질, 조류인플루엔자,
기후변화 등의 주제들이 교과서의 절반을 차지하듯 지진해일과 원전사고, 비소 생명체,구제역,탄소나노 삼형제, 스마트폰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11가지 주제에 대한 과학 원리를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설명과 풍부한 사진 자료로 풀어가고 있다.

과학이슈 중 가장 핫한 트렌드인 융합을 보여주는 파트는 '뇌과학'부분이다. 뇌의 반응을
조사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뉴로마케팅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한 예로 기아자동차가 새로 개발한 자동차 이름을 지을 때를 소개하고 있다. 소비자 200여명에게 여러 개의 후보 이름을 들려준 연구팀은 이때 단어 연상, 눈동자 추적,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뇌 반응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K7이라는 말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고 회사는 이 이름을 선택해 이 브랜드는 자동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뉴로마케팅을 포함해 뇌과학과 경제학이 만난 분야를 신경경제학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행동경제학과 맞물려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생물학과 심리학, 경제학 등 인문학과 과학이 융합해 새로운 분야가 탄생한 것이다.
 

과학기술말고도 마직막 파트는 '세계 속의 한국 과학자'란 타이틀로 국내외에서 수많은 업적을 쌓은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2010년 그래핀으로 노벨상에 가장 큰접했던 김필립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도 있다.
2010년 노벨물리학상은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박사와 콘스탄틴 노보슬로프 박사에게 돌아갔다. 첨단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떄문이다. 그러나 과학잡지 '네이처'가 노벨물리학상이 노벨위원회의 실수로 엉뚱한 사람에게 수여됐다며 김필립
교수가 지난 2005년 네이처를 통해 그래핀을 발표했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김 교수의 노벨상 수상 실패를 마치 상을 도둑맞은 것처럼 흥분했던 얼마전 언론의 기사들이 생각났다. 다 노벨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과학벨트 조성이 곧 노벨과학상을 획득하는 수단이 된 듯이 과학벨트=노벨상이라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김필립 교수말고도 RNA 연구로 주목받는 김빛내리 교수나 휴머노이드 분야의 폴 오 교수 등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역량있는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는 이상 한국과학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도약할 날이 멀지 않았고 노벨상도 머지않아 우리를 반길날이 올 것이다.

<청소년이 꼭 알아야할 과학 이슈11>같은 책들이 많이 나와 청소년들에게 통합적인 과학지식을 지속적으로 알려준다면 과학연구 토양이 단단하게 제공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많은 청소년들 어떤 방식으로 미래 과학을 발전시켜야 할 지에 대한 사고의 기틀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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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학 오디세이 - 유럽문학을 읽다!! 고전에서 현대작품까지
김정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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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던 그리스, 이탈리아,프랑스나 음악과 문학의 무대가 되었던 독일,영국등  

유럽 어느 곳에 있더라도 특별한 감성을 자아낸다.

 
이 책은 그런 유럽문화가 살아있는 여행을 떠나듯 유럽문학의 발차취를 더듬어보게 하는

안내서이다.

 

흔히 유럽 문화의 3대 요소는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 정신, 게르만 신화라 한다.  

이들은 각각 유럽문화의 특징을 규정하는 일부이자 싹이다.

 
역사가인 토마스 불핀치는 "신화와 전설을 모르고는 깊이 있는 서양문학을 이해할 수도

감상할 수도 없다."라고 했듯이 이 책의 시작은 고대그리스신화다.

책은 총10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고전 그리스문학부터 게르만신화가 살아있는  

중세문학을 거쳐 현대문학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괴테의 <파우스트>나 <젊은 베르터의 슬픔> 같은 작품도 있지만

드레스테-휠스호프의 <유대인의 너도밤나라>나 슈토름의 <임멘호수>같은 익숙치 않은

문학작품도 있다.

 

저자가 독일문학을 전공한 탓인지 소개되는 작품들이 대부분 독일어권 작가들이며  

일부 영국 작가들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유럽문학오디세이>라는  

제목에는 사실 걸맞은 느낌은 아니다.

 
또한 브론테 자매,드로스테-휠스호프,버지니아 울프, 엘프리데 옐리넥 등 여성작가들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차라리 유럽문학과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더 좋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편중되어 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여성작가들  

위주로 유럽문학을 짚어보는것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문학과 여성이라는 주제는 워낙 많이 회자되어서 이젠 식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문학속에서 여성의 지위나 생각들이 고대, 중세, 현대를 거치며 변화되는 과정을  

가치와 사회상, 연애관등을 서술해 그 시대의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놓았으면 오히려  

이 책이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저자가 앞뒤로 배치한 <메데아>의 고대와 현대적 관점에서 상이하게 달라지는  

해석을 실었기 때문이다.

전면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인 에루리피데스가 쓴 자식까지  

죽이는 비정한 여인이자 복수심에 넘치는 잔인한 악녀로 묘사된 <메데아>를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가면 거칠고 악독한 악녀 역할의 메데아의 모습을 분별력과 통찰력과  

주체성을 갖춘 지혜로운 여인 메데아로 탈바꿈시킨 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아>를 싣고 있다.

이것은 2천여 동안 서구사회를 지배해 온 남성중심주의의 탐욕과 폭력, 그리고  

비인간화의 과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온 여성주의적 시각의 표출이다.

수천년 동안 잘못 이해되었고 달리 해석되었던 메데아의 운명과 그녀의 진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메데아를 신비하고 매력적인 동시에 모순에 찬 인물로 묘사된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고 마음에 드는 해석이었다.

 
사실 이 책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만만한 책은 아니다. 마치 대학강의록을 들춰보고  

있는 것 같은 딱딱한 문체와 문학작품에 대한 저자의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해석이  

담긴 인용구가 더 많이 보일 정도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신선한 해석이 없다는 점이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반면에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보편적인 시각을 볼 수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세계명작 다이제스트가 유럽문학의 흐름을 한권의 책으로 훝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고전문학을 챙겨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시대에 따른 문학의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유럽문학을 감상하도록 안내하겠다는 

이 책의 소기의 목적은 이룬것이라 생각한다. 

 

ps)그런데 이 책은 오타가 눈에 많이 밟힌다. 꼼꼼한 교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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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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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씨가 쓰신 <화가와 모델>이라는 책에서 먼저 접했던
빅토린 뫼랑.
모네에게는 까미유가, 고야에게 알바 공작부인이 있듯이
마네에게 모델서주기를 거부하던 여인에게
“난 빅토린이 있단말이야”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마네에게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델이었던 빅토린 뫼랑이야기가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라는 소설책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는
가슴 뛰게 하는 소식이었다.

제목에서 느꼈듯이 마네의 이야기가 아닌
마네의 정신적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델에 초점을 둔
이 소설은 빅토린이라는 여성이 삶을 사는 여정을 따라
격정과 혼란속에 있던 19세기 프랑스 모습과 함께
역사적 사실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 세계를 넘나드는 수단으로
마네의 그림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발코니’,
‘막스 밀리앙 황제의 처형’ 같은 마네 걸작들이
그려지는 과정이 역사 속 사건들과 연결되는 것은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마네, 드가, 보들레르, 모네, 피사로, 르느와르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기 하는 화가들뿐만 아니라
파스퇴르, 요한 스트라우스, 사강, 비스마르크, 나폴레옹 3세,
외제니 황후등과 같은 실존 인물들을 엮어서
역사 속 이름들을 총 망라한 인물 박람회같은 이야기 전개는
작가 상상력이 풍부하다 못해 너무 지나쳐보였다.
이 역사적 인물들이 내용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물들이 의미없이 나열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비밀스럽게 밝히는 보들레르가 빅토린의 생부라는 설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를 젓게 했다.
이런 것들이 소설적 재미에 푹 빠질 수 없도록 한 원인이었다.

또한 벌거벗고 있어도 수줍음은 조금도 없이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당돌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올랭피아’ 즉 빅토린 뫼랑의 모습을 그렸다면
소설 속 보다 더 당당하고 진취적인 빅토린이여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네와 빅토린의 사랑도 절절함이 느껴지지 않고
공감하기도 힘들고 자꾸 겉돌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세상의 모든 색깔을 사랑스럽게 껴안는 남자처럼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이 문장으로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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