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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주연씨가 쓰신 <화가와 모델>이라는 책에서 먼저 접했던
빅토린 뫼랑.
모네에게는 까미유가, 고야에게 알바 공작부인이 있듯이
마네에게 모델서주기를 거부하던 여인에게
“난 빅토린이 있단말이야”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마네에게 완벽하고 이상적인 모델이었던 빅토린 뫼랑이야기가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라는 소설책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는
가슴 뛰게 하는 소식이었다.
제목에서 느꼈듯이 마네의 이야기가 아닌
마네의 정신적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델에 초점을 둔
이 소설은 빅토린이라는 여성이 삶을 사는 여정을 따라
격정과 혼란속에 있던 19세기 프랑스 모습과 함께
역사적 사실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 세계를 넘나드는 수단으로
마네의 그림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발코니’,
‘막스 밀리앙 황제의 처형’ 같은 마네 걸작들이
그려지는 과정이 역사 속 사건들과 연결되는 것은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마네, 드가, 보들레르, 모네, 피사로, 르느와르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기 하는 화가들뿐만 아니라
파스퇴르, 요한 스트라우스, 사강, 비스마르크, 나폴레옹 3세,
외제니 황후등과 같은 실존 인물들을 엮어서
역사 속 이름들을 총 망라한 인물 박람회같은 이야기 전개는
작가 상상력이 풍부하다 못해 너무 지나쳐보였다.
이 역사적 인물들이 내용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물들이 의미없이 나열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비밀스럽게 밝히는 보들레르가 빅토린의 생부라는 설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를 젓게 했다.
이런 것들이 소설적 재미에 푹 빠질 수 없도록 한 원인이었다.
또한 벌거벗고 있어도 수줍음은 조금도 없이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당돌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올랭피아’ 즉 빅토린 뫼랑의 모습을 그렸다면
소설 속 보다 더 당당하고 진취적인 빅토린이여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네와 빅토린의 사랑도 절절함이 느껴지지 않고
공감하기도 힘들고 자꾸 겉돌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세상의 모든 색깔을 사랑스럽게 껴안는 남자처럼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이 문장으로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