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지리적으로 멀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먼 대륙이다. 정치, 경제적 관계도 긴밀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낯설다. 더욱이 이 책의 배경인 케냐에 대해서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나 마라톤 강국이며, 미국대통령 오바마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것이 떠오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영국 식민정책에 맞서 영국인 정착자들에 의해 수탈된 농경지를 되찾기 위하여 케냐의 키쿠유족이 조직했던 민족운동단체인 마우마우를 알게되면 일제에 대항했던 우리나라 독립운동단체들이 연상되면서 더이상 이 나라가 멀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활동에 참여했던 작가의 이력이 말해주듯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케냐라는 나라가 가진 아픔을 절절히 느끼도록 해준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케냐다. 당시 케냐는 영국의 보호령하에 있었다.흑인 소년 무고는 백인 농장주 저택에서 주방 심부름꾼으로 일하고 있다. 주인집 아들 백인 소년 매슈와 어린시절부터 친형제처럼 지냈다. 1952년에 접어들면서 키쿠유족은 백인들에게 빼앗긴 땅과 자유를 찾으려는 민족운동단체인 마우마우를 결성했다. 마우마우 운동은 케냐의 독립을 요구하는 저항세력으로 커졌고 영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식민지 경찰과 영국인 경비원들의 잔인하고 가혹한 진압작전에 마우마우 저항군은 백인 정착인들을 습격하면서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이 심해진다. 어느날 매슈의 실수로 농장에 불이 나고, 그 방화가 마우마우짓이라고 생각한 아버지와 백인들은 죄가 없는 무고네 식구들을 잡아가게 되고 무고의 아버지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먹먹하다. 그리고 나는 묻고 싶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언제쯤 제대로 자리을 잡을 수 있을까? 자본에 의해 수탈당하는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재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월이 지났지만 제국주의 패권세력이 바뀌지 않았기 떄문이다. 영국 식민지배자는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고 싸운 1950년대 케냐의 마우마우 전사들을 ‘악마에게 홀린 집단’으로 세계에 소개했다. 영국이 1961년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했을 때 공식보고는 1만2천명의 아프리카인과 32명의 백인이 그 기간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마우마우 봉기가 계속된 7년 동안, 오히려 ‘피에 굶주렸다’고 비난받던 마우마우 사람들이 실제로는 학살당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적어도 15만 명의 키쿠유족 사람들이 마우마우 지지자란 죄목으로 수감되어 어떠한 재판도 받지 못했다. 이쯤되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와준구 지식을 배워 오는 것. 그러면 자식들은 땅을 되찾는 방법을 배워 올 것이라는 믿음! 또한 와준구도 우리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 를 했던 무고의 아버지 바바의 꿈은 정말 헛된꿈이었던 것이다.'그들도 사람이고,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믿음도. '조용한 전사'를 의미하는 바바의 이름 카마우처럼 조용한 외침은 더이상 그들에게 맞는 투쟁방법이 아닌것이다. 내일의 삶이 더 나아지리란 기대가 철저한 배신이 되어 돌아왔다. "온몸 깊은 곳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떨었다. 그 불이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 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 라는 무드의 말처럼 타오르는 불길을 경험한 그는 더이상 차별받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과거는 사라지고 자신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정신적 어른으로 성장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해, 가치있는 삶에 대해 한 번이라도 뜨거웠느냐 묻고 있는 저자에게 모두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