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향한 이정표 -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의 실천적 지침서
사이드 쿠틉 지음, 서정민 옮김 / 평사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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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자 신문에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대원이 탄 헬기가 무장단체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을 받고 추락해 미군 30명을 포함한 탑승자 38명 전원이

숨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 사망한 네이비실 대원 대부분은 지난 5월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했던 대테러 특수부대

'팀 식스(Team 6)' 소속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오사마 빈 라덴 암살에 대한 보복 공격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자신하던 미국에게  “빈 라덴의 죽음으로

결코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메세지이자 이슬람권과 미국과의 이념적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탈레반이나 오사마 빈 라덴이 조직한 알 카에다,레바논의 히즈불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인도네시아의 제마 이슬라미야 등 이슬람 과격 세력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죽음도 불사하는 과격한 행동의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이러한 궁금증에 해답을 줄 지침서가 바로 <진리를 향한 이정표>다.

 

"이 책이 없었다면 오사마 빈 라덴도 없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쓸정도로 이 책은

모든 과격단체들의 이념과 행동지침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이슬람 운동을 추구하는

모든 단체와 대원들은 온건하거나 과격한 그들의 성향과 관계없이 꼭 읽는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사이드 쿠틉은 이슬람의 급진 이념과 운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고 이슬람 무슬림형제단으로부터 과격 단체들이 파생돼 나오게 된 이념적

근거를 제시한 사람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이슬람 본연의 기본적인 원리와 원칙으로 회귀하자'는 이념으로

쿠란과 무함마드의 가르침, 그 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만 완전한

국가와 이슬람의 강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슬람 원리주의가 이슬람 과격주의로 전환되도록 이념적 바탕과 행동지침을

마련한 인물이 바로 쿠틉이다.

 

쿠틉은 사회를 이슬람 질서와 타락하고 무지한 자힐리야(신의 가르침에 대한 무지,

이슬람 출현 이전의 시기 또는 그 상태)의 질서라는 두 범주로 나누고 현재 이슬람권의

상황이 이슬람 이전의 상황인 ‘자힐리야’라고 규정한다. 또 전세계를 이슬람 국가가

세워지고, 샤리아(이슬람법)의 권위가 서고, 알라가 금지한 것이 지켜지는 곳이 '이슬람

영토'이고 나머지 지역은 타도 대상인 '전쟁의 영토'로 구분하는 철처한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본다.

 

그리고 현재 비 이슬람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은 이슬람 본래의 체계와 가치를 따르지 않고

공산주의와 같은 서구의 이념,우상숭배,왜곡된 서구의 종교와 문화를 수용한 것이 원인

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개인의 욕망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삶을 살아갈 뿐으므로 이슬람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행동을 통해서만 이러한 사회병폐가 치유될 수있다고 말한다.

지하드(Jihad)를 통해 자힐리야를 없애고 이슬람 사회를 부활시켜야만이 알라의 통치가

구체화되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틉이 현상 타파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게 지하드다. 흔히 지하드를 성전으로만

해석하는데 그것보다는 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지하드는 ‘알라의 대의와

이슬람 종교를 위해 분투하고 노력하는 개인적 또는 공동체적 단위의 활동’이다.

 

그는 알라는, 이땅의 부패를 척결하기 이해 부당한 집단들을 무력으로 저지하는 것이

알라의 법의 일부라는 사실을 무슬림에게 알려주었다며 싸움을 허용하는 쿠란 구절을

제시한다.

 

 “믿음을 가진 신앙인들은 알라를 위하여 싸우고

불신하는 자들은 사탄을 위해서 투쟁하나니

사탄의 무리와 투쟁하라.

실로 사탄의 교활함은 허약할 뿐이라”- 쿠란 4:74~76

 

이렇듯 지하드의 명분은 이슬람 종교의 본질 속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행동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과격한 투쟁과 무장을 통한 폭력적

지하드를 벌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번역한 서정민 교수는 “이 책을 읽지 않고 이슬람 운동과 테러리즘을 논하는 것은

경전을 읽지 않고 특정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이슬람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스컴으로 접한 이슬람문화가

전부인양 평가하고 이 책을 접한 나에게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개념과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행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타문화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그동안 놓쳤던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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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 - 풍요로운 삶의 지표
이케다 다이사쿠 지음, 화광신문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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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광화문 사거리 교보생명빌딩에 설치된 이른바 광화문 글판에 씌여진 말이다.
시인 정현종의 '방문객'에서 발췌된 시구다. 광화문 글판은 1년에 네 차례 계절별로
옷을 갈아입듯 내용을 바꿔간다.
 
바쁘게 거리를 걷다가도 문득 고개를 돌려 잠시나마 발걸음을 멈춰 글판을 보면 숲처럼
아늑해진다. 삶에 쫓겨서 살때는 까맣게 잊었다가도 정작 그곳을 찾으면 변함없이
기다려 주는 느낌이랄까. 항상 울림과 여운이 있는 글귀라 가만히 마음속으로 되새겨본다.
내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들과 친구들의 소중함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이렇게 한 줄의 문장은 한 사람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게도 하고 인생을 바꾸어놓을 정도의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도 역시 그런 책이다.
일본의 종교인이자 시인으로 UN평화상과 타고르 평화상 등 많은 훈장을 받았고
토인비, 고르바초프,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케다 다이사쿠.
그가 평생 펴낸 시집, 수필, 소설, 스피치, 대담집에서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고자 건넨
수많은 명언을 뽑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진정한 슬픔과 아픔을 알며, 슬픔과 아픔을 겪은자 만이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했던가.
 
전쟁으로 형을 잃고 공습으로 집이 사라지고 폐병을 앓는 등 전쟁으로 청춘을 유린당했지만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이케다 회장은 책을 택했다한다. 책 속에 담긴 선인들의 격언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용기과 힘을 얻었다.
 
이제 가슴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대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선물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 희망의 내일로’, ‘인생과 사회’, ‘여성과 교육’, ‘생명과 철학’, ‘평화와 문화’, ‘현대와 세계’의
6개의 장으로 나눠 알토란같은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그 속에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는
위로나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의 승리는 모두 용기에서 시작된다.
 한 걸음 내딛는 용기, 좌절하지 않는 용기, 
 자신에게 지지 않는 용기.......
 용기만이 벽을 부술 수 있다. (P.22)
 
-존경은 존경을 낳는다. 경멸은 경멸을 낳는다.
  내가 바뀌면 상대도 바뀐다.(P.33)
 
- 단 한 마디의 말에도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
  단 한 권의 책에도 시대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P.74) 
  
  
삶은 누구에게든 힘들고 어렵다.  좀 더 어렵거나 좀 덜 어렵다는 차이만 있을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어렵다는 이 쉬운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삶이 자신에게 가혹하게
군다고 불평하고 절망한다.
그래서 이케다 회장처럼 그런 어려움을 딛고 인생과 정면으로 부딪혀 일어선 사람들이
위대한 보이는 거다. 그가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격려와 신념과 용기를 주는 지혜의 메시지들이
진정성있게 다가와 독자들의 마음에 조용하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요즘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 강화 방침에 반발해 울릉도를 방문한다고  해서
나라 안팍이 시끄럽다.
 
이럴때 '아시아 속의 일본'에서 일본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글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일본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더욱 진지하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정치나 경제뿐 아니라 문화와 정신 면에도 미쳤다.
한반도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무참히 유린했는지 모른다. 일본인은 이 역사를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글은 칼보다 권력보다 힘이 세다. 이케다 회장이 위대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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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상인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3
정인수 지음, 이명애 그림 / 풀빛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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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인, 그들은 누구일까?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 이익을 얻는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속에서 왕이나 재상, 장군들이 주목받은 것에 비해 이름이 알려진 상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비중없게 다루웠다. 옛날에는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의 이념에 따라

학문하는 선비를 첫번째로 치고 상인은 천한 사람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극에서 보면 "저 상것들 같으니라고!" 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사농공상의

맨 꼴찌 '상'에서 온 말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고 화폐를 만들게 했으며 새로운 문물을 들여와

사회를 풍성하게 하는 등 인간들의 생활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데 가장 요긴한 것들을 생겨나게 한 상인들의 고마움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작가의 의도로 이 책은 출발한다.
 

학교에서 벼룩시장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상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학습하자고 제안하며.

2명이 한조로 팀을 이뤄 두팀이 조사를 담당하게 한다.

1팀인 제경이와 예림이는 고구려 상인들의 활동을,  2팀인 종철이와 주희는 백제 상인들의 활동을

시작으로 신라,가야,고려,조선시대 보부상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온

역사 속 상인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하는 기회를 갖는다.
 

4명의 아이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탐구주제를 해결해나간다. 

 
흔히 보부상이라고 불리는 상인은 보상과 부상이 합쳐친 말로 보상은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짊어지고 다니는 장수로, 크기가 작은 댕기나 비녀,빗,족집게,분통 등을 팔았고 부상은 등에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장수로,생선이나 소금, 토기 목기등 생활용품을  팔았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

같은 국가 위기때에는 단합해서 나라를 도왔다는 훌륭한 이야기나,

조선후기 난전 상인 중에 돈을 많이 벌어들인 이들이 쌀이나 소금 등 필수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가

품기 현상이 일어나면 시장에 풀어서 비싼 돈을 받고 팔아 큰 이익을 챙기는 나쁜 도고 상인에 대한

이야기등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상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발표하면서 자신들뿐만 아니라 학급

친구들도 즐거워한다. 

 
처음에는 서로 이겨야한다는 경재의식을 가지고 이기고 지는 것에 마음을 쓰던 아이들은

상인을 조사하는 기회를 통해 친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또한  묵묵히 자신의 맡은바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살았던 상인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정도로 생각이 한뼘씩 자라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우리 역사에 진정한 숨은 일꾼이 많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된 아이들의 어깨를 대견한 듯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짜임새를 갖고 있는 이 책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아이들이 상인들에 대한 조사하고

나서 자료를 정리한 조사 보고서다. 프로젝트가 끝날때마다 책 속에 함께 실려있는데  학교에서나

집에서 따라 해보아도 괜찮을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수업이 생소한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또한 상인을 탐구한 방식을 배워서 그 밖의 선비나 예술가등 다른 주제를 탐구하는 데 적용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역사속 상인들을 소개하고 있는 상인열절이라는 코너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소금장수에서 왕이 된 고구려 15대 미천왕, 발해 상인이었던 행수 고제덕, 조선 건국을

도운 보부상 백달원 등 상인들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하여 흥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해 주고 있다. 

 




 
아이들의 알고자 하는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곳마다 적절한 삽화와 지도를 그려 넣어 생생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예를 들어 아래그림처럼 상인들의 직책인 대방-대행수-행수-서기-사환의 순서를 알기 쉽게

표현한다든지 



 
장보고가 할동했던 지역을 지도로 함께 소개하여 이해를 돕는다.





  

물론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상인에 대한 조사를 할때 거의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보에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왕이면 관련된 박물관이나 현장답사 같은 것을 적극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더욱 생생한 조사보고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역사와 같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인 경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을 발견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아이들 스스로 역사속에 숨은 일꾼들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역사에 대해 즐겁게 생각하면서 역사를 보는 눈을 더 넓게 키울 수 있을 것라고 생각되어진다.   

더불어 위대한 업적을 쌓지 않았더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묵묵히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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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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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기가 깨끗하다는 것 외에는 별 특징이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체를 처음 발견한 네 소녀는 범인을

직접 봤음에도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3년이 흐르자 죽은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들에게

자기딸 에미리가 죽은 것은 너희들 때문이라며 살인자라 부르며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거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게 속죄하라며 안하면

복수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마을을 떠난다.

 

에미리의 사체를 지켜보았던 충격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생리도 하지 않은 사에, 

항상 리더로서 살았던 자신이 혼자 도망가 숨었던 비겁함에 죄책감을 가진 마키,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에미리와 친해지고 싶다는 분수 넘치는 짓때문에

에미리가 죽었다고 자책하는 아키코,

항상 아픈 언니만 챙기는 가족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욕망에 형부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 유카.

 

에미리의 살해사건과 에미리 엄마의 말은 저마다 다른 성장배경과 경험을 가진

소녀들을 따라다니며 다른 색깔의 아픔을 내뿜으며 몸과 마음 모두 과거의

기억에 얽매인 트라우마가 되어 결국 의도하지 않은 살인자들이 되게 한다. 

 



 

미나토 카나에의 <고백>이 충격적 전개와 엄청난 고민을 안겨주었던 터라

<속죄>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그 때만큼의 가슴 아픔과 먹먹함은 조금 덜한

느낌이다.



 

독자에게 털어놓는 독백 형식의 문체가 같은 것도 그 이유이겠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과정도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건 잔인함을 느낄 정도로 섬세한 심리묘사다. 가해자,

피해자,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메스를 들이댄 듯

날카롭고 예리하게 포착한다.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남에게 똑같이 날을 세우고 상처주는 사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냉정하게 돌아서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미나토 카나에가 묘사한 인간군상들을 보면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내 안의 아픔과 어려움을 혼자서 감내하며 키워 나갈게 아니라 용기를 내어

내가 이렇게 아프다고 누군가에게 먼저 말해 보는 것, 그래서 타인과 같이 

나누고 공유했더라면 트라우마가 되어 비극으로 치닫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이번에도 역시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미나코 카나에.
10살짜리 아이들이 감내할 수 없는 비극에 상처받은 모습이 한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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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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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바뀌어가는 것들이 있다. 어렸을 때 '절대' 라고 느꼈던 것들이 나이들면서 사라져 간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 일이라는 것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것도 없고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사고의 폭도 넓어지니 나이드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닌 듯 하다. 

세상을 살다보니 모든 일을 일도양단하듯 명쾌하게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음에도 모든 
잣대가 내 기준이라 자신의 가치관이나 살아온 경험과 정보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탓에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확신에 대한 함정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당한가? 성범죄 근절을 위해 화학적 거세를 도입해야
하는가? 체벌은 학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연쇄살인범에게도 관용이 필요한가?
성매매특별법은 사라져야 하는가? 등의 문제는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일 수있는 논쟁거리다.
 
결코 판단이 쉽지 않은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 찬반이 대립하는 주장을  
품고 있는 이런 문제에도 분명 '답'은 있다. 다만 양면성과 딜레마가 존재하는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섣불리 내려지는 결정과 법적 결론의 위험성때문에 확신을 내리기 전에 모든 주장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다양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고 쓴 글"이라며 "우리는 어떤 문제의 답을 찾으려
할 때 아무리 그럴듯 해 보이는 결론이라도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판단을 위해 저자는 자신이 직접 다룬 사건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과 소설, 드라마 속 에피소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며 사형,성매매,체벌 등 법과 정의에 대한 난제를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하게끔 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공상과학 소설부터 존 그리샴의 법정스릴러 소설, 로맹 가리의 자서전적 소설, 페터 회의 심리 스릴러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 내공을 자랑하듯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끊임없이 독자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도와준다.

분명히 저자가 생각하는 정답이 있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도록 하거나 어떤 입장에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대신에 대립하는 양쪽 주장을 설명하며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는 반론할 수 있는 의문을 모두 던져준다. 

그런 저자가 성매매나 체벌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내는데, 가만 보면 그건 저자가 갖고 있는 인권에 대한 소신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인세를 인권센터에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니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률가로서의 기본 자세가 확고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있다. 

그 중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시선은 특별해 보인다.
법이 규율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은 부당한 대접을 받아왔고 성폭력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성범죄 재판에서 성폭행이라는 실체적 진실과 관련 없는 여성의 ‘행실’을 따지는 것은 여성이기 떄문에 받는 불이익이다.  

저자가 예를 드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 <강간, 사랑 이야기>에 나오는 성폭행 피해자인 티나 맥과이어도 강간 범행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이 피해자인 여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강간을 당하는 장면의 제목도 그래서 '그녀가 자초했다'이다.  

"한밤중에 어린 딸을 데리고 인적이드문 공원에 가다니 얼마나 무책임한가.",  "평소 옷차림이나 행실로 봐서 그녀가 남자들을 도발한 것이 아닐까?", "술에 취해서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 틀림없다."
이것이 피해자인 그녀에게 보인 반응들이다.  

이보다 더 어이없는 것은 필사적으로 반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폭행을 당했어도 무죄로 판결받는 경우이다. 얼마전에도 12살 어린 학생을 모텔로 데리고 가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20대도 무죄로 판결났다. 목숨걸고 저항하지 않으면 성폭행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이상한 판결은 정말 분노케 한다.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모든 성행위는 성폭행인 걸 정녕 모르는 지 궁금하다.
 
저자의 말처럼 "법이 여성에게 한 모든 일, 그리고 법이 여성들에게 해주지 못한 모든 일이 떠오르면서 솔직히 침을 뱉고 싶어진다." 답답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메세지인 "우리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법을 집행하는 분들에게 꼭 기억하라고 외치고 싶다. 잘못된 선입견이 개입하면 누구라도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난 내자신이 꽤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저자가 제시하는 난제에도 분명하게 내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판단이 옳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도 여러 관점에서 숙고하고 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며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됬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ps)세상엔 읽어야할 매력적인 책들이 성질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친절하게도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이라며 조목조목 출판사까지 명기해 주었다.
야금야금 곶감 빼 먹듯이 하나씩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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