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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향한 이정표 - 이슬람 원리주의 혁명의 실천적 지침서
사이드 쿠틉 지음, 서정민 옮김 / 평사리 / 2011년 7월
평점 :
어제자 신문에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대원이 탄 헬기가 무장단체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을 받고 추락해 미군 30명을 포함한 탑승자 38명 전원이
숨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 사망한 네이비실 대원 대부분은 지난 5월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했던 대테러 특수부대
'팀 식스(Team 6)' 소속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오사마 빈 라덴 암살에 대한 보복 공격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자신하던 미국에게 “빈 라덴의 죽음으로
결코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메세지이자 이슬람권과 미국과의 이념적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탈레반이나 오사마 빈 라덴이 조직한 알 카에다,레바논의 히즈불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인도네시아의 제마 이슬라미야 등 이슬람 과격 세력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죽음도 불사하는 과격한 행동의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이러한 궁금증에 해답을 줄 지침서가 바로 <진리를 향한 이정표>다.
"이 책이 없었다면 오사마 빈 라덴도 없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쓸정도로 이 책은
모든 과격단체들의 이념과 행동지침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이슬람 운동을 추구하는
모든 단체와 대원들은 온건하거나 과격한 그들의 성향과 관계없이 꼭 읽는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사이드 쿠틉은 이슬람의 급진 이념과 운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고 이슬람 무슬림형제단으로부터 과격 단체들이 파생돼 나오게 된 이념적
근거를 제시한 사람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이슬람 본연의 기본적인 원리와 원칙으로 회귀하자'는 이념으로
쿠란과 무함마드의 가르침, 그 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만 완전한
국가와 이슬람의 강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슬람 원리주의가 이슬람 과격주의로 전환되도록 이념적 바탕과 행동지침을
마련한 인물이 바로 쿠틉이다.
쿠틉은 사회를 이슬람 질서와 타락하고 무지한 자힐리야(신의 가르침에 대한 무지,
이슬람 출현 이전의 시기 또는 그 상태)의 질서라는 두 범주로 나누고 현재 이슬람권의
상황이 이슬람 이전의 상황인 ‘자힐리야’라고 규정한다. 또 전세계를 이슬람 국가가
세워지고, 샤리아(이슬람법)의 권위가 서고, 알라가 금지한 것이 지켜지는 곳이 '이슬람
영토'이고 나머지 지역은 타도 대상인 '전쟁의 영토'로 구분하는 철처한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본다.
그리고 현재 비 이슬람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은 이슬람 본래의 체계와 가치를 따르지 않고
공산주의와 같은 서구의 이념,우상숭배,왜곡된 서구의 종교와 문화를 수용한 것이 원인
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개인의 욕망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삶을 살아갈 뿐으므로 이슬람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행동을 통해서만 이러한 사회병폐가 치유될 수있다고 말한다.
지하드(Jihad)를 통해 자힐리야를 없애고 이슬람 사회를 부활시켜야만이 알라의 통치가
구체화되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틉이 현상 타파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게 지하드다. 흔히 지하드를 성전으로만
해석하는데 그것보다는 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지하드는 ‘알라의 대의와
이슬람 종교를 위해 분투하고 노력하는 개인적 또는 공동체적 단위의 활동’이다.
그는 알라는, 이땅의 부패를 척결하기 이해 부당한 집단들을 무력으로 저지하는 것이
알라의 법의 일부라는 사실을 무슬림에게 알려주었다며 싸움을 허용하는 쿠란 구절을
제시한다.
“믿음을 가진 신앙인들은 알라를 위하여 싸우고
불신하는 자들은 사탄을 위해서 투쟁하나니
사탄의 무리와 투쟁하라.
실로 사탄의 교활함은 허약할 뿐이라”- 쿠란 4:74~76
이렇듯 지하드의 명분은 이슬람 종교의 본질 속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행동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과격한 투쟁과 무장을 통한 폭력적
지하드를 벌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번역한 서정민 교수는 “이 책을 읽지 않고 이슬람 운동과 테러리즘을 논하는 것은
경전을 읽지 않고 특정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이슬람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매스컴으로 접한 이슬람문화가
전부인양 평가하고 이 책을 접한 나에게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개념과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행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타문화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그동안 놓쳤던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