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을 고전이라고 한다는데,

<한비자>도 그런 고전중 하나다. 나에게는 학창시절에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가

쓴 <한비자>라고 밑줄 치며 외우기만 했던, <논어>,<맹자>보다 중요도가 떨어졌던

책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사실 고전은 소설처럼 쉽게 손이 가는 책은 아니다.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에 담긴 지혜를 얻고 싶지만 늘 선택하는 순위에서 밀렸었다.

그런데 이 책은  만화형식으로 되어있어 선뜻 발을 떼지 못하는 나에게 첫 발을 디딜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막연하게 법가 사상이라고 추상적으로 생각만 했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상과 내용을 담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고전이 주는 무게감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고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고나 할까.

 

한비가 살았던 시대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전국시대였다. 한비자가 보기에 세상은

공자나 맹자가 중요하게 여겼던 도덕이나 예의같은 이상적인 사상으로는 세상을 구원할

수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한비자가 태어난 한나라는 전국7웅 가운데서도 가장 작고 약해 

끊임없이 이웃나라들에게 침략을 당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옛날 왕들의 정치적 업적을 조사해서 '법'으로 통치이념을 삼고 군주가 신하를

조정하는 기법인 '술'을 강조해 부국강병을 이루어야 한다고 글을 썼다. 그런 그의 글을

엮은 정치 사상서가 바로 <한비자> 인 것이다.

 

세부적으로   ‘고분편’ ,‘오두편’, ‘세난편’ ,‘설림편’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고분(孤憤)'

은 말그래도 한비 자신이 당시의 불합리한 정치상황을 직시하면서 혼자 외롭게 분노해

있음을 토로하고 있는 글이며 '오두(五蠹)'는 다섯 마리 좀 벌레를 비유적으로 이야기

하면서 당시에 나라를 좀먹던 학자, 유세가,협객,측근,상인과 직공이라는 다섯 종류의

좀 벌레를 지적하고 있다.

 

약소국이 겪어야 하는 비애와 굴욕을 몸소 느끼며 살았던 환경적 영향탓인지 한비자는

 ‘인간 불신’에 기반을 두었다.

'비내편'을 보면 임금은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한다.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속을 내

주어서는 안되며 그것이 여자일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한다.정실이 됐든 측실이 됐든

가까이 하고 있는 여자들은 실은 임금이 죽기를 바라고 있다고 임금에게 경고한다.

"임금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임금의 목숨은 위태롭다"

 

이러한 극도의 인간 불신을 탓하기엔 시공을 초월해 현재에서도 남편을 죽인 아내나

부모를 죽인 자식등의 인간관계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부인할 수는 없다.

 

이처럼 한비자는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는 인간 이해의 기본 전제 하에 모든

인간관계를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이해관계로 인식하였다. 따라서 임금과 신하의

관계에서도 신하의 이익과 임금의 이익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임금에게는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신하로서는 능력이 없어도

일을 맡아 하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이 검은 신하가 임금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어떤 일을 꾸미고 있거나, 자신의

출세와 사리사욕을 위해 대립된 세력과 방해자들을 없애려고 무슨 악랄한 수법을

쓰는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자들에게 속는 일이 없도록 대처하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한비자는 임금은 신하들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신하들을

자기의 뜻대로 조종하고 길들이기 위해 권모술수를 적용해서라도 신하들을

휘어잡아야 한다는 신하 조종 방법인 '술(術)를 강조한다. '내저설 상편'을 보면 칠술

즉, 신하를 조정하는 일곱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하들이 하는 말을

사실과 맞추어 볼것', '속임수를 쓸 것', '모른 체 하며 상대방을 시험해 볼 것', '헛말과

거짓으로 상대방을 시험해 볼 것 ' 같은 술책을 보면 이래서 한비자를 권모술수의

사상가로 비난받는 이유를 알 것같다.  

 

그런 면에서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와 많이 비슷한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힘이

약한 나라에서 태어나 조국이 강성한 모습을 보고 싶어해서 강력한 군주를 원했으며

권모술수를 쓰더라도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에게, 한비자는 한나라 왕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둘다 통치자 위조의 사고방식이나 냉혹할 정도로 현실적인 정치기술때문에

비난받기도 했지만 권력의 생리에 관한 한 이들처럼 제대로 꿰뚫어본 사상가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오늘날 성공하는 리더들이 인용하면서  처세술로 추천받고

있는 책이 <한비자>가 아닌가!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비자>를 읽다보면 바람직한 리더십이 어떤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주장했던 강력한 법치가 현 시대에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법이 실종되가는 현실에

맞는 말인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면 인간 불신과 이해관계로만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통치자 중심의 이데올로기만 중요시여긴 한비자 생각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어려움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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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공포 지그재그 22
다니엘르 시마르 지음, 카롤린 메롤라 그림,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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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월요일은 빨리 돌아오는 걸까? 특히 어김없이 돌아오는 월요일 아침은 무척 힘들다.

알람도 맞추지 않고 늦잠을 자기도 하고 주말내내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리며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는 자유시간을 만끽하다 5시에 맞춘 알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월요일은 공포스럽다.

 

여기 나처럼 월요일이 공포스러운 아이가 또 있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월요일이 두려워보이지 않는가?

얼굴이 동그랗고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솟은 이 소년의 이름은 줄리앙 포트뱅이다.

공부도 잘하고 숙제도 열심히 해서 선생님께 사랑받는 모범생인 줄리앙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완벽주의 엄마가 출장을 간 것이다.

그동안 엄마때문에 먹지 못했던 패스트푸드점에 가기고 하고 매일 저녁 아빠랑 게임기를

갖고 놀았다.

 

꿈같은 일주일의 마지막날인 일요일 저녁이 되서야 고래에 대해서 조사해 오라는

오딜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줄리앙은 아빠가 주무시면

숙제를 하려고 생각했지만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천장이 머리 위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천장이 무너져서 온 몸을 박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줄리앙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치고 나가지? 일단 아빠에게 아프다고 핑계를 댔지만 아빠를 설득할 수 없었다.

어쩔수없이 학교를 향하던 줄리앙에게 무시무시한 동네형들이 나타났다. 가방을 뺏기고

다치기도 했지만 덕분에 숙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마치 요술방망이로 머리를 툭 친것처럼

생각났다.

 

불량배에게 가방을 뺏겨서 숙제를 낼 수 없다고 핑계를 대서 위기를 모면한 줄리앙은

월요일 챔피언 별을 갖고 싶은 욕심에 고래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해서 별을 받았다.

하지만 거짓말로 얻은 챔피언 별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엄마가 두려움은 넘어서기 힘든 벽과 같지만 그래도 그 벽을 올라가서 그 뒤에 뭐가 있는지

봐야한다고 말을 떠올린 줄리앙은 결국 용기를 내서 선생님께 사실을 말하고 별을

돌려드렸다.

 

학창시절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 잘못된 것들을 해결해가는

줄리앙의 모습을 보니 한뼘씩 자라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내내

띠우며 책을 읽었다. 

잠을 자지 않으려고 베게를 물어뜯는 모습이나 아빠에게 적당히 둘러댈 말을 찾느라

머리속에 겁에 집린 생쥐가 뱅글뱅글 도는 모습 등 줄리앙의 심리를 꿰뚫는 생생한 묘사가

있어서 더욱 내용이 공감이 갔다.  

특히 내가 없을때 몰래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사다먹으며 행복해하는 가족들 모습을 떠올리며

줄리앙 가족이 패스트푸드와 게임을 하며 느꼈을 해방감에 웃음이 나왔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즐겁게 먹는다면 그다지 나쁠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위험한(?) 생각도

들정도로 유쾌한 에피소드였다.

 

챔피언 별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가는 줄리앙과 내 아이가 스스로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며 숙제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하는건 아무래도 엄마입장에서 바라본

욕심일까^^

 

이 책을 읽고 많은 어린이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옳은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수많은 줄리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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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은 왜 변기에 사인을 했을까? - 명화로 배우는 즐거운 역사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안토니오 밍고테 그림, 김영주 옮김 / 풀빛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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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끌려 책을 고른 적이 많은데 이 책도 그런 이유로 선택된 책이다. 아무래도

평범한 제목보다는 톡톡 튀는 기발한 제목이나 이 책처럼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를 찾아보니 스페인어인' Pequena Historia De La Pintura.'

미술에 대한 짧은 역사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다소 밋밋했던 제목이다. 아무래도 바뀐

새 제목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책을 다 읽어보면 원 제목이 책 내용과 더 잘 부합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뒤샹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기 때문에 살짝 낚였다는 느낌도 받았다. 정작 뒤샹에 대한 이야기는 한페이지도

채 안 된다. 제목에 끌려 3분의 1쯤 읽고 나서 뒤샹은 극히 적은 분량으로 들러리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책의 모토가 '미술로 세상 읽기'라는 점이 끌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세상이란 미술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 정치,

종교, 역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미술사를 쓴 사람의 이력으로는 특이하게 철학자라는 것이 아마 다른 미술사책과는

다른 관점에서 미술을 보게 하는 힘인 것 같다.  

철학자다운 인문학적 감상때문인지 의외의 미술감상법이 나온다. 그는 '이 그림 속에

살고 싶은가'가 그림을 볼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림감상을 할 때 이 그림의 학파는 무엇이고 색채는 어떤지 어떤 사상을 담았는지

그런 것들은 생각하면서 보았지만 그 그림속에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나 벨라스케스

'시녀들',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비오는 날 파리거리'를 떠올리니 저자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그림을 보면

그 속에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이 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살바도르 달리가

늘상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매긴 화가들의 비교평가표에서 최고점을 준 화가여서

그 때부터 작품들을 주의깊게 감상하였는데 섬세한 표현이 정말 아름다웠다.아마 저자는

평온하고 아늑한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미술사 전체를 훑어보는 책의 취지에 맞춰 선사시대부터 이집트,그리스,로마, 동양미술,

르네상스, 로코로, 인상주의, 표현주의, 현대미술들을 다룬다. 

시대마다 미술은 여러 목적을 위해 쓰였는데 선사시대의 동굴과 이집트 무덤에서는 마법

같은 요소였고 그리스에서는 집을 장식하는 데 쓰였으며 로마에서는 조상을 기리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비잔티 제국에서는 정치적 선전을 위해 미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할머니의 옛날 얘기 보따리를 푸는 것 만큼이나 흥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현대 미술의 창시자로 불리는 조토가 장난삼아 한 초상화 위에 모기를 그려 넣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본 화가가 모기를 잡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마치 솔거가 그린 소나무에 

새들이 앉으려다가 부딪혀 떨어졌다는 일화가 생각났고, 늙은 파우누스(고대 로마의

목신)의 머리를 조각하고 있는 소년 미켈란젤로를 보고 로렌초가 "보통 나이가 들면

저렇게 온전한 이를 가지기 어렵단다."란 말에 완벽한 치아를 가지고 있던 조각상의

이 하나를 빼버려 더욱 실감 나는 작품을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미술사를 살펴보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여행하는 즐거운 경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르네상스시대에 가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19세기

수련을 그리는 모네도 만났으며, 화가의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 시대의 역사까지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경탄을 금치 못했던 거장들의 그림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거장들의 위대함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그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위해 창조하고 행동했던 그들의 열정과

가르침이 꽤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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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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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 음악이 없었다면 삶의 즐거움이 절반쯤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봐도 내 인생의 80%는 음악과 함께한 세월인 듯하다.

샹송, 팝, 재즈, 뉴웨이브, 클래식. 먹성좋은 사람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며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음악의 즐거움을 최초로 가르켜준 클래식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남들은 가요에 심취했던 10대시절에 클래식에 빠져 용돈을 받으면 음반가게로

뛰어가던 날, 아빠를 졸라 고가의 오디오의 주인이 된 날 모두 기억속에 남아있는

행복한 추억이다.
지금은 그 음반들이 내 나이만큼 많아 직직거리는 잡음이 섞여 있고 바늘이 튀는

골동품인지라 턴테이블옆에 딱붙어 판돌이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LP의 묵직한 음색이 매끄럽고 가벼운 CD보다 더 마음에 끌린다.

 

이 책의 저자인 홍승찬교수도 클래식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보면 볼수록 ,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나 아름다고 좋아서 혼자만 알고 즐기기는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식을 전하려는 생각이 아니라 느낌을 나누려는 마음입니다. 안다고 뽐내는 말이

아니라 좋으니 함께하자는 뜻입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한가로이 마실을 나서는

기분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면 좋겠습니다."

 

이쯤되면 저자의 음악에 대한 절절한 사랑에 동참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리라.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은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게 그들만의 언어로 쓰인 

클래식 평론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사연, 우리가 몰랐던 음악가들의

뒷담화, 그 속에 묻어나는 인생이야기을 따뜻한 어조로 말하는 음악에세이다.

 

내가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가 나오는 첫시작부터 저자가 나를 계속 붙잡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만큼 저자의 시선은 음악에 대한

열정못지않게 잊고 있었던 삶의 가치를 떠올리게 하고 앞서 달려가려고 하는 분주한

마음을 잡아 준다. 예술적 감성이 깊어서인지 삶의 주는 관록인지 몰라고 짤막한 문장

안에서도 사색과 성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피아노에 관한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자 연주가인 쇼팽과 리스트를 서로 숙명적 라이벌

이라는 점에만 주목해온 그동안의 시선에서 벗어나 같은 길을 걷는 동지로서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관계로 이해한다. 그래서 모두가 힘겹게 걸어가야만

하는 길을 혼자보다 둘이 되어 삶을 더 풍성하게 보내라고 권한다.

 

또한 1분에 1000달러 이상 버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지하철역에서

거리의 악사로 변장해 시민 앞에서 연주했으나, 45분동안 행인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은 총 32달러였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조슈아 벨의 해프닝을 소개한 기사는

'온통 근심 걱정 때문에 서서 구경할 시간조차 없다면 도대체 이걸 산다고 할 수 있는가'

라며 끝을 맺고 있는데 저자도 묻는다.

여러분의 삶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앞만 보며 너무 열심히 사느라 정작 진정한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냐고...

 

사실 클래식음악은 그 시대의 전후맥락을 감안하고 들어야 감동이 커진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슬픈 음악인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를 들을때는 동성애로

비난받고 죽음으로까지 내몰린 그의 삶이나 그가 살았던 조국 러시아의 암담한

현실를 떠올리면 가슴이 텅 빈 듯 멍하고 휑한 여운을 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처럼 음악가들의 소소하고 사사로운 사생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미움과 상처가 없고 갈등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듣게되고, 단순한 고양이 이야기가 아닌

용서와 화해,배려와 존중이라는 영원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뮤지컬 '캐츠'가 새롭게

들리기 시작한다. 또한 음악교과서에서조차 하이든의 대표작으로 소개한 장난감

교향곡이 사실 하이든작품이 아니라는 뜻밖의 사실을 아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음악마다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게 된다.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읽고나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또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켜 준다는 거다. 읽는 동안은 클래식

음악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면 다 읽고 나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각과

감성을 일깨워준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지하철역에서 연주하는 거리의 약사를 발견하면 바삐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리는 여유를 부릴 것이다. 나처럼.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해야 할 것이다.

향긋한 커피 한잔과 푹신한 소파 그리고 삶의 여유 한 조각이다.

삶의 여유를 준비못했다면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읽고나면 여유 한 조각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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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유랑단 - 255일, 세계 24개 도시, 8770그릇, 100번의 비빔밥 시식회 성공 스토리
비빔밥 유랑단 지음 / 담소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작년인가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난타의 한 장면을 재현하여 비빔밥 광고를 만들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광장에 있는 광고판을 통해 한국의 맛을 알린 적이 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비빔밥 고명을 한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농악, 장구춤, 태권도, 부채춤,

강강술래 등으로 표현해 비빔밥의 맛과 멋을 형상화한 광고를 보니 어찌나 뿌듯했던지.

 

사실 각종 야채를 넣어 쓱쓱 비벼먹은 비빔밥을 즐겨먹으면서도 비빔밥이 세계 입맛에

통할꺼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몇년 전 미국에 살때 외국인들이 갈비나 불고기같은

것은 무척 좋아하는 걸 봤어도 특별히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미국에서도 웰빙바람이 불면서 각종 채소를 넣은 비빔밥에 반한

사람들이 늘어났고도 하고, 항공기내서비스에서 외국인들이 선택하는 전통음식중

가장 인기있는 것이 바로 비빔밥 이라고하니 비빔밥의 세계화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 너무 앞서가는 걸까?

 

가장 `핫`하게 한국 대표 음식으로 떠오른 비빔밥.

화려한 색깔로 먹기 좋고 갖가지 재료가 혼합돼 건강에도 좋은 웰빙음식.

이 비빔밥을 세계에 알리는 강력한 메신저 역할을 하게 위해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뭉쳤다. 이른바 '비빕밥 유랑단'

직장인과 대학생을 포함한 이들은 대기업, 외국계 은행을 그만두고 자비를 털어서

한국의 자랑스러운 음식 비빔밥을 알리고자 세계 일주를 떠났다.

왠지 처음 비빕밥 유랑단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

언론의 관심을 받고 싶은 젊음의 치기가 아닐까 하는 색안경을 낀 편협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그들의 열정이 진실로

다가왔고 우리나라 문화를 다른 나라에 알리는 문화사절단으로서의 책임감있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4월 중국에서부터 출발해 태국,인도,스페인,프랑스, 브라질 등 아시아, 유럽, 북남미

15개국, 23개 도시, 총 8,770명에게 8개월동안 비빔밥 시식행사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의 맛과 멋을 소개했다.

 

사실 주부라면 다 알겠지만 비빔밥 만들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채소

다듬기부터 볶기, 세팅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그것을 다섯명(그것도 처음엔 4명이었다.)이 세계각지를 돌며 말도 안 통하고 숙소를

잡기도 만만치 않은 곳에서 요리까지 해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태국에서 비빔밥 시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인아주머니가 내준 주방은 바퀴벌레와

쥐들의 온상지라 조그마한 방에서 버너 한 개로 요리해야 했고, 인도에서는 뉴델리에서

타지마할로 가는 기차 내에서 시식할 계획을 잡았지만 길을 잘못 가르쳐준

사람들때문에 기차를 놓쳐서 기차 내에서의 시식회를 못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여행이든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경비인데 이들도 돈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차에 디젤을 넣어야 하는데 '바이오디젤'이라는 것이 가장 싸서 몇 푼 더 아껴 보자는

심산으로 바이오디젤을 넣었다가 차가 서서 꼼짝 못하는 사태가 생기기도 하고

싼 숙소를 고집하다보니 침대도 없고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교회의

어느 쪽방에서 자다 감기몸살을 앓기도 하고 허리디스크가 도지기도 하였다.

 

장 보러갔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도 선뜩 사지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이나 

미국 조지타운 의과대학 구내식당에서 열린 식시회는 장소가 식당인 만큼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행사였다고 하는 글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음식준비를 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이들은 고성이 오갈정도로 말다툼을 하기고 했지만 조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비빔밥의 정신을 배우며 위기를 극복하였고 그 만큼 한뼘 더 자랐고

조금 더 강해졌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사람들을 위해 달걀대신 파프리카와 미니옥수수를 준비했고,

검은색 음식을 싫어한다는 긴급제보를 받고는 김 가루를 제외하기도 하였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우리 것이 좋으니 한 번 해보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 함께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빔밥 유랑단은 비빔밥 100회 시식행사를 서울에서 마쳤지만, 이들의 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팀장이였던 강상균씨를 중심으로 비빔밥 유랑단 2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비빔밥 유랑단 활동을 통해 얻었던 값진 경험으로 더 멀리 바라보며 또다른 멋진

도전스토리를 만들어갈 거라고 기대되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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