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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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 디자인의 역사을 알려면 박물관을 가야할까요?"

"그냥 길거리를 다녀. 그 자체가 런던의 디자인 역사야. 봐,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건물!

건립시기가 언제인지 아니? 런던이 한 해에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지 아냐고. 거리만 걸으면 몇 백 년 된 집들과 건축물들은

흔히 볼 수 있어 .런던의 디자인을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저자의 물음에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지는 시크한 런더너의 말이다. 그처럼 런던은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답게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전통과 혁신, 크리에이티브가 공존하는

디자인이 넘쳐난다.

곳곳에 놓인 그저 단순해 보이는 무쇠덩어리 빨간 우체통도 100년이 지난 것이다.

어찌보면 박물관에 모셔야 하는 문화재인 셈인데 버젓이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재건축에 방해가 된다며 이미 철거 대상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와  70년이 넘은 앵글포이즈 램프와

영국의 블랙 캡(Black Cab)인 택시를 디자인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케네스 그랜지

(Kenneth Grange)을 탄생시킨 디자인 강국의 명성에는 이렇듯 오래된 유산을 지켜낸 힘이

녹아있다.

옛 것의 가치를 재탐색하고 확장 가능성을 연구해 새로운 쓸모를 생산하는 것이 런던

디자인 특유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과거의 유산이 투영되지 않은 미래는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

 

허물지 않고 낡은 공간을 재창조한 예로 '테이크 모던(Tate Modern) 미술관'를 들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은 원래 화력발전소였는데 약 20년간 쓸모 없는 벽돌집으로 방치되었던

곳을 현대 미술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업체 헤르조그 앤 드 메롱(Herzog & De Meuron)

( 아~이름이 에러다!) 은 기존 건물의 외형을 보존한 상태에서 내부 공간을 미술관의

형태로 재구성했다. 과거의 유물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대중 문화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사례를 보니 우리나라 선유도공원이 생각났다.

국내 유명 건축가와 건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에서

최고의 건축물로 꼽힌 것인 바로 선유도 공원이다. 역사적 유산 보존과 활용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선유도 공원도 원래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이였는데 시설을 허물지 않고

살려서 만든 생태공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선유도공원의 녹색 기둥의 정원을 본 느낌은 신기함이었다. 건물 기둥을 담쟁이

덩굴이 감싸 오른 모습이 설치 미술같기고 하면서 색다른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부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선유도 공원 : 녹색 기둥의 정원)


이렇게 세월의 흔적을 살려서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는 것은 런던이든 한국이든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것은 런던이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에 적극적이라는 거다. 

환경 오염과 에너지 고갈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실천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진다.  

"젖소들에게 먹이를 주세요(feed the cows). 플라스틱, 캔, 섬유, 종이와 유리로

살찌워주세요."라는 표어와 함께 나타난 무 크로스(Moo Cross)는 런던의 루이샴

지역에서 내놓은 환경 캠패인이다. 분리수거를 귀찮고 어렵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서 재미를 느끼면서 재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협조하도록

독려하는 캠패인이란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환경 디자인

프로젝트같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도입하여 실행해봤으면 한다.

 

이렇듯 일상의 모든 것들에 빛을 주는 것이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디자인은 거창한 것보다도 생활속에서 쓰일 때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가벼운 산책같은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소소하게

지나갔던 모든 것들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개발과 발전, 인간과 환경같은

묵직한 주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의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여유,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여유, 미래를 상상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디자인의 소중함, 이 책을 읽다보면 고스란히 마음속에

꾹꾹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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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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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마음에 쏙 든 책을 읽게 되면 꼭 하는 작업이 있다. 저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일이다.

저자소개에 나와있지 않아도 요즘은 인터넷만 찾아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씨는 1961년생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이런책의 반이라고 되는 책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역량이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이로 걸고

넘어지려는 얍삽함이여!!

 

<책은 도끼다>는 제목이 주는 강렬함만큼이나 내용도 그렇다. 가만보니 책 표지도

강렬하다. 이 말은 카프카의 <변신>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의 <변신>을 읽은지 얼마 안 되었기에 나도 이 말을 기억한다.(다행스럽다)

그런데 난 "아! 카프카의 <변신>, 나 그 책 두번이나 읽었보았잖아."  이 말을 하기

위해 읽는 건가 보다. 저자처럼 도끼 자국이 선명하게 흔적을 남기지도 않았고

잠자고 있던 감수성도 깨우지 못했으니.

작년부터 시작한 1년에 100권 읽기 목표가 갑자기 초라해 보인다. 다독 컴플렉스에

빠져서 자랑하는 책읽기, 기계적인 지식만을 위해 읽었나 보다.

그런 독서는 의미없다는 말 가슴에 콕 박혀 아프다.

 

자신에게 선명한 도끼 자국을 남긴 책들이 주는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는 저자는

아무도 이길수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고전들의 훌륭함을 이야기한다.

그런 책들을 읽고 깊이 있게 들여다 봐야 '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삶이 풍요로워

진다고...신록에 몸을 떨고 빗방울의 연주에 흥이 났으며 남들 행동에 좀 더

관대해졌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해졌다는 ...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황홀하게 생각하고 전율했던 작가들에 똑같이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막히게 청각을 시각화해내는 표현들, 세심한 시선들이 느껴지는 판화가 이철수의

다른 시선이 경이롭고 , 매 문장 빛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발견되는 들여다보기

선수인 김훈의 글에 감동받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가 되고 마는 ,말이 돋아나는

고은의 시에 흠뻑 마음을 적시게 된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이철수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           - 김훈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

보기는 하되 보지 못하고, 듣기는 하되 듣지 못한다는 말. 깊이 보고 듣지 못하는

내 모습이다.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 읽을 수록 또 다른 보석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할텐데....일단 저자가 소개해 준 책들을 중심으로 울림이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책꽂이에 꽂힌채 몇년째 방치된 김훈의 <자전거 여행>. 기다려라~

 

또 하나 힘들때는 진통제를 가지고 다니듯 음악을 가지고 다닌다는 그가 추천한

음악 , 핑크 마티니의 <splendor in the grass 초원의 빛>

뭐 이런 남자가 있냐? 책이면 책 음악이면 음악 내 마음에 쏙 든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이 노래를 하루종일 들었다.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가 나왔던 영화와 그 속에 나왔던 윌리엄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 시 만큼이나 음악으로 만나는 초원의 빛도 멋지다.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Life is been moving oh so fast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쉬게 하면서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and listen to it grow

 

모처럼 봄날씨같은 오늘

아파트를 나서 문득 바라본 나무를 보니 산수유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노랑'하고 중얼거려진다. 아마도 그가 소개한 릴케 때문인

모양이다.

 

화단에서는 군데군데 꽃이 눈을 떠, 깜짝 놀란 소리로 “빨강!”하고 외쳤다.

- 릴케, 말테의 수기

 

이 책으로 인해 무뎌져 잡히지도 않았던 안테나가 비로소 하나가 세워진 것일까?

더 많은 안테나의 주파수를 잡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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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결단 - 위기의 시대,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닉 래곤, 함규진 / 미래의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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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대통령 12 명이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내린 13개의 결정(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2가지 결정을 포함)들을 주제로 삼아, 그 과정, 역사적 배경,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심리와 논리, 당시 여론과 언론의 반응, 이후 역사에 미친 영향 등을

짜임새 있게 분석해 13편의 이야기로 엮어낸 책이 나왔다.

정치 칼럼니스트인 닉 래곤이 쓴 <대통령의 결단>이다.

 

미국을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 새롭게 조명해보며

집무 전반을 두고 대통령이 잘했느니 못했느니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까지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정도의 중요한 결정을 한 그 자체에 대해 평가한

책이다.

 

미국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게한 루이지애나주를 매입한 토머스 제퍼슨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제도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을 세계최강의 국가로 발돋움시킨 파나마운하을 건설한 테디 루스벨트

세계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연맹 설립을 추진한 우드로 윌슨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무기대여법을 제정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2차 세계대전을 종결지은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중국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맥아더 장군을 해임시킨 해리 트루먼

우주개발 패권전에서 소련을 누른 아폴로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존 F. 케네디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연 민권법을 제정한 린든 존슨

죽의 장막을 연 노련한 외교술의 리처드 닉슨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닉슨대통령을 사면한 제럴드 포드

소련의 개방을 앞당긴 '악의 제국' 발언을 한 로널드 레이건

평등한 국민복지의 장을 연 의료보험제을 개혁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들이

주인공들이다.

 

다양한 일화가 등장하지만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였다.

의료개혁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12년 선거공약에서 비롯돼 지금까지

100년여동안 수많은 대통령이 추진했지만 실패를 거듭해온 개혁과제였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의 거센 반대가 클린턴 대통령때보다 더 결사적이었지만

과감히 일반국민을 위한 의료보험개혁에 성공한 오바마의 철학과 결단이 그 어떤

에 결단보다도 더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의료보험개혁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살았던 때 가장 이해가 안 되던 것이 미국의 의료시스템이었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의료서비스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없는 무보험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후진국의 모습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시장경제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험료는 무척 비싼데다 

혜택은 제한되는 것이  많아 국민의 상당수가 의료 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상태였다.

친구와 놀다가 다친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서 살짝 몇바늘 꼬맸는데 보험이

있는데도 1,000달러의 액수의 병원비가 청구됐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국민이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는 미국에서 보험이 없는 가난한 이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면

파산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였던 것이다. 한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훌륭한  

시스템인지 몸소 체험한 사건이었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의 뚝심으로 미국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서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이루어낸 진정성 있는 그를 보면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보는 듯 하다.

이처럼 대통령의 결단은 한 국가를 발전시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국가위상을 

추락시키기도 한다.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다.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우리 일상이

조목조목 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충분히

경험했다. 우리도 자신이 치러야 할 희생을 묵묵히 감내하며 국민들을 위해 과감한

비전을 제시하는 그러한 대통령을 한 사람쯤은 갖고 싶지 않은가?

현명한 선택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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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04-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자동차와 민주주의 - 자동차는 어떻게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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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남녀평등에 기여했을까?

얼핏 고개를 갸우뚱 하기 쉬운 질문이지만 맞는 말이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생물학적으로 운전을 하기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금지시키려고 하던것이 1920년대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 판매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로 여성의

자동차 운전자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에선 자동차를 직접 소유해 운전할 때에 비로소 '독립된 인간'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자신의 승용차를 신부로 등록하려고 할 정도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자동차 공화국인 미국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을 움직여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자동차를 살펴봄으로써

미국사회를 이해해 보자는 책이 <자동차와 민주주의>다.

 

미국 도로에 단지 4대의 자동차가 있었던 1895년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 자동차의 85%를 생산하는 자동차 왕국이 된 1920년대를 거쳐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의 대중화를 만든 1950년대,

<보니와 클라이드>같은 로드무비가 탄생한 1960년대,

석유위기로 인한 미국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처한 1970년대

지엠의 몰락으로 판매 1위로 등극한 토요타의 리콜사태가 터진 현재까지

 

저자는 미국사람들 일상에 뿌리깊게 내린 자동차 생활을 역사적 사건과 함께 

시대순으로 살피고 있다.

 

앞선 말한 남녀평등에 기여했던 것처럼 자동차는 미국인의 삶과 생활패턴을 움직여

왔는데 집의 구조도 그 중 하나다. 자동차 대중화 이전엔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응접실과 현관은 있으나 마나해지고 차고가 집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차고를 통해

집에 드나들었고, 자동차를 타고 오다가다 집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격식이

사라지는 라이트스타일이 유행했다. 자동차를 탄채로 이용할 수 있는 맥도날드같은

드라이브인 패스트푸드 체인점, 드라이브인 극장, 게다가 드라이브인 교회까지 

등장했다.

미국인의 삶의 영향을 준 일례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의 성생활까지 자동차가

영향을 미친 일이였다. 

1920년대만 해도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성행위 장소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는데,

자동차는 단단하게 밀폐된 방을 제공해 줌으로써 일시에 문제를 해결해주었다고

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자기들의 차는 '침대차'라고 광고할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 광고가 미국 소비자들의 공감할 수 있는 감성 포인트로 섹스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이런 미국인들의 자동차 신앙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건 지엠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정유회사, 타이어회사와 손잡고 대규모 로비군단을 조직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집요하게 로비한 산물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게 만든 유별난 교통 시스템과 거기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그 사랑을 키워온 것이다.

또한 "나이 30이 넘어서도 정기적으로 버스를 타는 사람은 인생의 '루저'다." 이런

인식을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준 결과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의 자부심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되건 이미 자신들의

영혼이 된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앙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인 동시에 그 '드림'과는 달리 갈수록 소외되고

왜소해지는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부를 상징하는 도구로 삼는 자동차의 인식은 미국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한국의 현실과 오버랩되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런 미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아니 민주주의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라고 던지는 질문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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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04 : 세계화의 두 얼굴 내인생의책 청소년을 위한 세계경제원론 4
데이비드 앤드류스 지음, 김시래.유영채 옮김, 이지만 감수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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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신문에 있는 경제기사는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만

해도 신문을 읽어도 연예나 가쉽성 기사나 사회면정도만 들여다보지 경제기사를

찾아서 읽지 않는다. 어렵고 생소한 경제용어와 각종 지표가 경제 기사를 쉽게 읽는 것

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경제교육도 수박겉햩기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실생활에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청소년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알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제목이 세계경제원론인것을 보더라도 경제 원론을 강조하지만 이런 지식을 가지고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에 접목시켜 경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도 많다.


세계화라는 테두리에서 국제 무역, 기업과 노동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세계화의

장점과 단점등 거시적 시각에서서 국제 사회모습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와 빈곤, 일자리 문제 등 청소년들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준다.

 

세계화는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전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일까?

아니면 부유한 선진국과 기업에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빈곤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도구에 불과할까?

이는 1990년대 세계화가 정점을 이루었을 때부터 이미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

왔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다.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 이 시점에 대해 한쪽에서는 1% 자본과 재벌의 이익을 위해

99%의 노동자 서민을 희생시키는 모든 FTA를 반대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FTA는 세계화의 시대로 가는 길이라며 손실을 보는 부분은 이익을 보는 부분에서

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화의 두 얼굴일 수 밖에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까?

저자는 세계화를 '제동을 걸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여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경쟁이 공평하게 이루어지더라고, 승자와 패자는 언제나 존재하므로 세계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시켜 모든 인류가 함께 미래을 향해 나아가야한다고 말한다.
마음에 드는 해법은 아니지만 세계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골고루 알려

주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즐기수 있는 경제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어린이 홈페이지, 어린이 경제마을, 청소년 경제나라, 어린이 기후변화 교실

등 몇 군데 들어가보니 경제 개념에 대한 동영상 강의나 경제 실력을 알아보기 위한

퀴즈,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경제 만화나 경제 게임 콘텐츠도 알차보였다.

즐기면서 익힐 수 있게 유용하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어 경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경제 원론의 개념이나 용어 등은 머리로만 익히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니 적절하게

이런 경제교육 인터넷도 이용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경제개념을 체득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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