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런던 디자인의 역사을 알려면 박물관을 가야할까요?"

"그냥 길거리를 다녀. 그 자체가 런던의 디자인 역사야. 봐,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건물!

건립시기가 언제인지 아니? 런던이 한 해에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지 아냐고. 거리만 걸으면 몇 백 년 된 집들과 건축물들은

흔히 볼 수 있어 .런던의 디자인을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저자의 물음에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지는 시크한 런더너의 말이다. 그처럼 런던은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답게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전통과 혁신, 크리에이티브가 공존하는

디자인이 넘쳐난다.

곳곳에 놓인 그저 단순해 보이는 무쇠덩어리 빨간 우체통도 100년이 지난 것이다.

어찌보면 박물관에 모셔야 하는 문화재인 셈인데 버젓이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재건축에 방해가 된다며 이미 철거 대상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와  70년이 넘은 앵글포이즈 램프와

영국의 블랙 캡(Black Cab)인 택시를 디자인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케네스 그랜지

(Kenneth Grange)을 탄생시킨 디자인 강국의 명성에는 이렇듯 오래된 유산을 지켜낸 힘이

녹아있다.

옛 것의 가치를 재탐색하고 확장 가능성을 연구해 새로운 쓸모를 생산하는 것이 런던

디자인 특유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과거의 유산이 투영되지 않은 미래는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

 

허물지 않고 낡은 공간을 재창조한 예로 '테이크 모던(Tate Modern) 미술관'를 들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은 원래 화력발전소였는데 약 20년간 쓸모 없는 벽돌집으로 방치되었던

곳을 현대 미술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테이트 모던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업체 헤르조그 앤 드 메롱(Herzog & De Meuron)

( 아~이름이 에러다!) 은 기존 건물의 외형을 보존한 상태에서 내부 공간을 미술관의

형태로 재구성했다. 과거의 유물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대중 문화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사례를 보니 우리나라 선유도공원이 생각났다.

국내 유명 건축가와 건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에서

최고의 건축물로 꼽힌 것인 바로 선유도 공원이다. 역사적 유산 보존과 활용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선유도 공원도 원래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이였는데 시설을 허물지 않고

살려서 만든 생태공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선유도공원의 녹색 기둥의 정원을 본 느낌은 신기함이었다. 건물 기둥을 담쟁이

덩굴이 감싸 오른 모습이 설치 미술같기고 하면서 색다른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부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선유도 공원 : 녹색 기둥의 정원)


이렇게 세월의 흔적을 살려서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는 것은 런던이든 한국이든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것은 런던이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에 적극적이라는 거다. 

환경 오염과 에너지 고갈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실천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진다.  

"젖소들에게 먹이를 주세요(feed the cows). 플라스틱, 캔, 섬유, 종이와 유리로

살찌워주세요."라는 표어와 함께 나타난 무 크로스(Moo Cross)는 런던의 루이샴

지역에서 내놓은 환경 캠패인이다. 분리수거를 귀찮고 어렵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서 재미를 느끼면서 재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협조하도록

독려하는 캠패인이란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환경 디자인

프로젝트같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도입하여 실행해봤으면 한다.

 

이렇듯 일상의 모든 것들에 빛을 주는 것이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디자인은 거창한 것보다도 생활속에서 쓰일 때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가벼운 산책같은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소소하게

지나갔던 모든 것들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개발과 발전, 인간과 환경같은

묵직한 주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의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여유,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여유, 미래를 상상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디자인의 소중함, 이 책을 읽다보면 고스란히 마음속에

꾹꾹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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