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민주주의 - 자동차는 어떻게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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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남녀평등에 기여했을까?

얼핏 고개를 갸우뚱 하기 쉬운 질문이지만 맞는 말이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생물학적으로 운전을 하기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금지시키려고 하던것이 1920년대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 판매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로비로 여성의

자동차 운전자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에선 자동차를 직접 소유해 운전할 때에 비로소 '독립된 인간'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자신의 승용차를 신부로 등록하려고 할 정도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자동차 공화국인 미국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을 움직여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자동차를 살펴봄으로써

미국사회를 이해해 보자는 책이 <자동차와 민주주의>다.

 

미국 도로에 단지 4대의 자동차가 있었던 1895년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 자동차의 85%를 생산하는 자동차 왕국이 된 1920년대를 거쳐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의 대중화를 만든 1950년대,

<보니와 클라이드>같은 로드무비가 탄생한 1960년대,

석유위기로 인한 미국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처한 1970년대

지엠의 몰락으로 판매 1위로 등극한 토요타의 리콜사태가 터진 현재까지

 

저자는 미국사람들 일상에 뿌리깊게 내린 자동차 생활을 역사적 사건과 함께 

시대순으로 살피고 있다.

 

앞선 말한 남녀평등에 기여했던 것처럼 자동차는 미국인의 삶과 생활패턴을 움직여

왔는데 집의 구조도 그 중 하나다. 자동차 대중화 이전엔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응접실과 현관은 있으나 마나해지고 차고가 집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차고를 통해

집에 드나들었고, 자동차를 타고 오다가다 집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격식이

사라지는 라이트스타일이 유행했다. 자동차를 탄채로 이용할 수 있는 맥도날드같은

드라이브인 패스트푸드 체인점, 드라이브인 극장, 게다가 드라이브인 교회까지 

등장했다.

미국인의 삶의 영향을 준 일례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의 성생활까지 자동차가

영향을 미친 일이였다. 

1920년대만 해도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성행위 장소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는데,

자동차는 단단하게 밀폐된 방을 제공해 줌으로써 일시에 문제를 해결해주었다고

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자기들의 차는 '침대차'라고 광고할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 광고가 미국 소비자들의 공감할 수 있는 감성 포인트로 섹스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이런 미국인들의 자동차 신앙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건 지엠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정유회사, 타이어회사와 손잡고 대규모 로비군단을 조직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집요하게 로비한 산물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게 만든 유별난 교통 시스템과 거기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그 사랑을 키워온 것이다.

또한 "나이 30이 넘어서도 정기적으로 버스를 타는 사람은 인생의 '루저'다." 이런

인식을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준 결과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의 자부심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되건 이미 자신들의

영혼이 된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앙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인 동시에 그 '드림'과는 달리 갈수록 소외되고

왜소해지는 인간의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부를 상징하는 도구로 삼는 자동차의 인식은 미국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한국의 현실과 오버랩되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런 미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아니 민주주의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라고 던지는 질문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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