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
T.S. 엘리어트 지음, 김승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시인 <고양이 이름 짓기>에는 고양이에게 지어 주는 여러 이름이 등장한다. 그런데 '환상적이고 달콤하게 들리는 이름'의 예가 <플라토>, <아드미터스>, <엘렉트라>, <데미터>이다. 뒤쪽 원문으로 확인해보면 'Plato', 'Admetus', 'Electra', 'Demeter'이다. 이것은 원어인 그리스어 발음을 따라<플라톤(누구나 다 아는 그리스 철학자. 이름 끝글자를 잘라버리는 것이 영어식 발음의 특징이다)><아드메토스(그리스 신화의 왕 이름. ~우스는 라틴어식이고 ~오스는 그리스어식)><엘렉트라(그리스 신화에서 아가멤논과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딸이며 오레스테스의 누나. 이의없음)><데메테르(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 저승의 왕비 페르세포네의 어머니이고 저승의 신 하데스의 장모>로 옮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영시이니 그리스어 고유명사라도 영어 발음을 따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영어 원문을 그대로 읽을 때 생각할 문제이고 한글 번역에서는 보편화된 그리스어 발음을 그대로 적어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덧. 마술사 고양이 'Mr. Mistoffelees'는 다른 번역 및 오페라 리뷰에서 모두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나 '미스토펠리스 씨'로 옮겨져 있었는데 굳이 '미스토플리스'라고 옮긴 이유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 - 양장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내용: 결국 다시 찍었구나~! 아이구 이쁜 것들, 쪽쪽쪽(뽀뽀소리)! 제목은 반어법(?)이니 양해하기 바란다. 내가 이 책을 못 구해서 궁리 끝에 도서관에서 대출해 제본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절판된 카잔차키스 책도 그렇게 할까 하고 궁리했는데 너무 두꺼워서 포기상태이다) 도판이 엄청나게 많은데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아하, 에코가 이것을 작중에는 이렇게 옮겨 묘사했구나, 하고 무릎을 치다보면 꽤나 즐겁다. 도판이 컬러가 아니라 아쉽지만 이탈리아에서 찍은 원본부터 흑백이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 - 기호학총서 3
움베르토 에코 외 지음, 김주환, 한은경 옮김 / 인간사랑 / 1994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은 좋다. 기호학에 대한 교양서라면 이만한 책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번역자는 과연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해 다 알고 번역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서문의 제목 번역 안내를 보니 번역자는 홈즈 시리즈의 제목들이 국내에 어떤 식으로 소개되었는지 다 알지 못한 채 원제를 직역한 것 같다. 홈즈 시리즈는 국내에 갖가지 판본이 나와 있지만 제목은 대체로 통일되어 있다. 간단한 예를 들겠다. '바이올리트 헌터'라는 의뢰인이 찾아와서, 어느 집에서 턱없이 높은 보수를 주는 대신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조건을 내걸어 가정교사로 채용하려 하니 뭔가 이상하다고 호소하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단편의 제목이 국내에서 어떻게 소개되어 있는가? 웬만한 판본은 다 <너도밤나무 집>이나 <너도밤나무 저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구리로 된 너도밤나무(the copper beeches)>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푸코의 진자]의 초판, 2판, 개역판 모두 보았다. 그 중 제일 좋았던 것은 2판이다. 개역판? 개악판이다. 그나마 원작의 가치 때문에 별 셋을 줬다. 원고를 누가 타이핑했나? 책이 나오도록 퇴고도 한 번 하지 않았나? 어떻게 '있음'이 나올 자리마다 '있슴'이 박혀 있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것은 내가 산 책이 파본이라서 그런가? 3권 841페이지에서 842페이지로 넘어갈 때, 개역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남색 같은 것은 문젯거리도 아니었다. (문단 바뀜, 페이지 바뀜, 챕터 바뀜) 디오탈레비가 물었다. '이런! 아직도 지자기류의 가마를 찾아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시는군요. (이하생략)'>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가? 디오탈레비가 무슨 질문을 했기에 까소봉의 대답이 나오는가? 2판을 보면 여기서 디오탈레비의 질문이 잘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단하군! 그런데 지자기류의 가마를 찾아서 무엇을 할 수 있지? 맥주라도 만들 수 있나?'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산 책이 파본이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같은 장의 앞뒤이다. 다른 장으로 넘어가는 부분도 아니고, 페이지가 통째로 잘리거나 바뀌어 붙은 것도 아니다.

2판과 개역판의 차이는 g의 음가를 이탈리아식(자음이 뒤따라오면 g는 묵음이 된다)에서 독일식(위치에 상관없이 g가 소리난다)으로 바꾼 것과 (알리에->아글리에, 깔리오스트로->까글리오스트로) 판형을 줄이고 양장본으로 만들었다는 것밖에 없다.

열린책들이든 한길사든 요즘은 출판사마다 책을 이렇게 작은 양장본으로 만드는 게 유행인가? 튼튼하기는 하겠지만 옛날의 A5크기보다 불편하다. 책이 작기 때문에 가방에 넣으면 이리저리 쏠려 상하고, 책장에 꽂으면 위로 아까운 공간이 많이 남는다. (그곳에 다른 책을 가로로 집어넣으려니 눌려 상할까봐 못하겠다) 책상에 펴 놓으면 양장본이므로 페이퍼백처럼 편하게 펴지지 않는다. 멀쩡한 책을 절판시키고 판형만 바꾸어서 값을 올려받는, 마누찌오 출판사 같은 수작은 그만해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란고무줄 2005-02-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의견에 120% 동감합니다. 도대체 무슨 번역이 이따위식인지.. 장미의 이름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이(역시 이윤기씨 번역이었져) 깡그리 무너져 내리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출판사가 더 밉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 - 랑겔한스섬의 오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4년 3월
평점 :
절판


하루키는 자신에 대해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3권의 수필집 중 어디엔가 있는 말이다) 그 점에서 번역자 김난주는 하루키와 닮았다. 이런 것을 틀릴 리 없다고 생각하는 대목에서 틀리는 부분이 나온다.

[랑겔한스섬의 오후] 중 <인체 표본 공장>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 '간장을 만든다면 간장 모양 틀에 수지를 부어 넣고 도미 구이처럼 오븐에다 굽는 것이다.' 자, 여기서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도미구이'. 한국인이라면 누가 생각해도 생선 도미를 내장 빼고 비늘 벗겨 양념해서 오븐에 넣고 굽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틀에 부어 넣고 오븐에 굽는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에서 '도미야키(도미구이)'라고 하면 생선 도미를 구운 게 아니라 '도미 모양을 한 틀에 밀가루와 팥소를 넣고 구운 빵'이다. 우리식으로는 '붕어빵'이다. 이럴 때는 의역을 해서, '붕어빵처럼 오븐에다 굽는 것이다'라고 해 주면 좋겠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도, 김난주는 번역하면서 대사가 좀 길어지면 그게 누구의 대사인지, 심지어 그게 대사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 같다. 앞부분에서는 '**했소. **이오.'라고 진행되던 대사가 좀 늘어진다 싶으면 갑자기 '**다.'로 변해 버린다. 번역을 마치고 책을 낼 때까지 퇴고도 하지 않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