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난 1 ㅣ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2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카잔차키스가 한국에 새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1982년의 첫 번역과 마찬가지로 영어 중역본이다. 원서(당연히 그리스어)를 읽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고, 두 역자(고려원의 김성영, 열린책들의 이창식)를 비교하면서 이 오역을 저것으로 수정하고 저 오역을 이것으로 치환하며 이 역자의 글버릇을 저 역자와 비교하고 저 역자의 상투어를 이 역자와 짝지으며 머릿속에서 재구성할 뿐이다. 하기야 "뜻을 얻었으면 말을 잊어라."(장자)라고 하였으니, 사소한 자구상의 오류가 뭐 어떻겠는가?
그렇지만 역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1982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동안 우리말에 스며든 영어의 깊이를 보여주는 척도가 가끔 눈에 걸리기 때문이다. (같은 텍스트의 번역이되 시차가 큰 텍스트를 읽으면, 번역자의 개성 이상으로 언어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책 전체에서 가장 비근한 예를 딱 하나만 든다.
"넌 그 여자에게 폭삭했구나. 이 불쌍한 놈아, 내가 뭐라고 그랬어. 여자는 조심하라고 그랬잖아! <난 여자가 필요해요. 여자를 줘요, 지금 당장!> 하고 보채더니만 그만 꼴 좋구나." (김성영, 고려원, 1982, p.487)
"그 여자에게 완전히 홀렸군, 가여운 악마. 내가 경고했지. 여자를 조심하라고! 하지만 넌 듣지 않았어. <난 여자를 원해! 당장 여자를 데려와!> 하고 안달하더니, 지금 네 꼬락서니를 좀 봐라. 그래도 싸지!" (이창식, 열린책들, 2008, 2권 pp.5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