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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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 자신이다. (p42)
 
'여행'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설레게 한다. 지난 여행에서 시달린 고생은 그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시간과 경제적 여력인 닿는다면 여행 계획을 짜기 바쁘다. 그런데 여행은 가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걱정인 경우가 종종 있다. 장기 여행일 경우 떠나기 전 업무는 마무리해야 하고, 복귀한 후에도 쌓인 일과 여행 뒤처리(빨래 혹은 짐정리)도 보통 일이 아니다. 여행 중에는 예상보다 경비가 많이 든다거나 감안하지 못했던 변덕스런 날씨 혹은 현지 사정 등 당혹스러인 일이 벌어지면 차라리 집에 있고 말지 하는 경험이 한번쯤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여행에 심리적 준비와 개인의 여행 성향과 몰입에 대해서 구체적인 제시와 팁을 전한다.  
 
여행의 성향에 대한 글을 읽고,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봤는데 나 혼자 빵 터져 버린 것이, 나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역시 나는 여행 체질은 아니라는 거다. 모험심도 바닥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도, 사람과 친숙해 지는 데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여행도 무리지어 다니는 건 지양하고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서넛을 넘기면 다음을 기약하는 부류다.  
 
답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다 보니 사실 발길 닿는대로 여행인 경우는 많지 않다. 미리 알아보지 않고 가는 경우는 음식점.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아무거나, 거기다 쇼핑과는 천적이라 어디를 가도 뭘 사본 기억이 거의 없다.  
 
책에서는 여행지에서의 효과적인 지출법이 나오는데, 패키지 상품이나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라면 도움이 되겠다. 
 
131.
여행을 준비할 때는 가져갈 옷과 돈을 모두 늘어놓아 보세요. 그런 다음 옷은 절반만 가져가고, 돈은 두 배로 챙기면 됩니다. / 수잔 헬러 

 
또 저자는 여행의 불확실성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불확실성하다는 것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지 불안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것을 기대감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불안해도, 기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대감이 나을 터. 
 
이외에도 몇 가지 공감했던 것은 '음미'에 대한 부분. 속도를 늦추고, 집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넓게 확장시키며 곰곰이 생각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누가누가 정상에 먼저 가나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쁘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바람 소리를 듣기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시간을 멈추어 보기를, 소리에 깊게 귀기울여 보기를, 머리와 마음을 비워보기를.
그리고 사진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거. 과도한 SNS 활동이 음미할 수 있는 순간을 앗아가 버리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작가는 여행이 주는 변화에 대해 말한다. 낯설어진 일상이나 평범해진 삶의 소중함, 작은 안락함과 여유로와지는 마음, 성숙해진 자아 등 조금은 힘겨웠던 혹은 장기적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
나 역시 힘든 겨울 산행이나 (몸이든 마음이든)불편했던 여행 후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고 조금은 성숙해진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어떤 이는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지만, 나는 여행은 그저 여행일 뿐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의미에서 용기를 내야하는 나로서는 매일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선뜻 여행은 하고 싶지만 발을 떼기가 어렵게 여겨지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여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 자신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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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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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아빠다. 조만간 일어나겠구나. 헬싱보리는 지금 크리스마스이브 이브 아침일텐데, 나는 사람을 죽였다.  
 
그가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성공을 위해 달리기만 한 남자가 있다. 아들이 성장하는 동안 학교를 데려다 준 적도, 손을 잡아 준 적도, 생일 촛불을 끌 때 옆에서 있지도,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 준 적도 없고, 아내가 자신을 떠나는지도 몰랐으며,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태어나는 순간 쌍둥이 동생을 누르고 먼저 나왔던 그 순간부터. 대신 누구나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유명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었지만 가족은 떠났고 그에게 남은 것은 희귀암 뿐이다. 그는 생각한다, 암조차도 자신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고. 
 
34. 
모든 부모는 가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쯤 그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거다. 그저 숨을 쉬고, 온갖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를 그러모으면서.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숨막히는 부담감을 달래며. 모든 부모는 가끔 열쇠를 들고 열쇠 구멍에 넣지 않은 채 계단에 10초쯤 서 있을 거다. 나는 솔직했기에 딱 한순간 머뭇거리다가 도망쳤다.
 
35.
"대부분 사람은 그냥 목숨을 연명할 뿐이야. 그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건 없어. 물건에는 기대치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이 있을 뿐이고 나는 그걸 가지고 사업을 한다. 지구상에서가치가 있는 건 시간뿐이야. 1초든 언제든 1초고 거기엔 타협의 여지가 없어." 

 
 
암에 걸러 어른이 되어버린 다섯 살 소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엄마를 위로하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웃으며 '우주 사냥꾼'이라고 답하고 씩씩해지려는 아이. 다음 생일 파티를 기약할 수 없는 소녀는 울고 있는 엄마에게 차마 물을 수 없어 희귀암에 걸린 남자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죽으면 추운지를 묻는다. 남자는 그 아이를 통해 아들을 본다.  
  
 
언제부터인가 폴더를 들고 다니는 회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보인다. 다섯 살 소녀는 그녀가 무섭다. 남자는 그녀를 단짝 친구의 장례식에서, 요양원의 아버지 방에서 보았으며, 밤사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방에서 회색 털실 뭉치를 발견했다. 병원에 나타나는 회색 스웨터의 여자. 그녀는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일까.  
 
46.
"씩씩하게 굴 필요 없어.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해. 생존자들은 전부 그러니까."
"아저씨도 무서워요? 폴더를 들고 다니는 아줌마가? 나도 그래요." 

 
 
아들은 자신을 닮지 않았다. 남자에게 있어서 아들은 실망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얼마든지 좋은 취직 자리와 높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아들은 작은 고향 마을에서 자리를 잡았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들. 아들은 다행스럽게도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다.  
 
64.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니. 

 
 
울부짖는 남자에게 회색 스웨터 여자는 말한다. 
 
"죽음을 죽음으로 맞바꾸는 건 못해. 목숨을 목숨으로 맞바꾸는 거라면 모를까." 
 
목숨을 맞바꾼다는 것은 대신 죽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왔던 인생 전체를 삭제 당하는 것. 즉 존재 자체가 없어짐을 뜻한다. 남자는 두렵지만, 이제 일생일대의 거래를 하려고 한다. 
 
 
이 남자는 왜 그런 거래를 했을까? 단순히 어린 아들 곁을 다정하게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 작은 행복의 가치를 폄하한 후회 때문일까? 나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건 남자의 거래를 통해 감성적 혹은 낭만적인 행복에 대한 가치보다 이 남자(많은 현대인들)가 이렇게 살아야만 했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에서 이 남자의 삶의 방식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일까? 돈보다는 다양한 삶의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보다는, 다양한 삶의 가치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우선되어야하지 않을까.
 
73.
행복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상에는 예술도 음악도 마천루도, 발견도 혁신도 없다. 모든 리더, 네가 아는 모든 영웅은 하나같이 집착이 심하다. 행복한 사람들은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질병을 치료하거나 비행기를 띄우는 데 일생을 바치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들은 현재를 위해 살고 오로지 소비자로서 지구상에 존재한다. 나와 다르게. 

안녕, 아빠다. 조만간 일어나겠구나. 헬싱보리는 지금 크리스마스이브 이브 아침일텐데, 나는 사람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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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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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도 전투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박지우. 그래서 취업 전선에 목숨 걸 듯 달려들지 않았는데,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루저 취급이다. 욱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결제해버린 '캄보디아에서 한 달 살기ㅡ원더랜드 호텔'. 앙코르와트나 가보자 하는 마음에 도착한 호텔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이는 한국어 잘 하는 친절한 현지인 직원 린과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불친절한 사장 고복희였다. 
 
소설은 캄보디아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고복희의 현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그녀와 주변 인물, 그리고 박지우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읽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문장이나 극 중 상황에 큭큭대며 웃다가도 담겨져 있는 내용에, 마음에 추가 하나씩 달린다.  
 
사람들은 모든 청년이 대기업을 선호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의 가치는 상관없이 목표를 경제적 성공에 두지 않으면 열정박약, 의지박약 취급이다. 본인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하면 실력이 없어 포기하는 거라고 지레짐작이다. 그런데 이 시대 젊은이들은 학교라는 곳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어쩌면 입학 전부터) 이미 충분히, 너무 심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  
 
93.
"모두가 빡세게 살아서 제가 빡세게 사는 건 티도 안나요. (...)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예요."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할 것은 목표는 있지만 목적 없는 삶이 아닐까? 성적 1등급, 입시, 취업이라는 목표는 있다. 그 다음은? 취업만 하면 인생은 마침표인가? 그리고 좋은 대학은 왜 가려고 하는가? 취업을 위해서? 그럼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인생은 성공인가? 목적 없이 목표만 세우고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달리기만 한다. 그리고는 지쳐버린다.  정신없이 달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잠깐만'이라고 팔을 잡아줄 이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15쪽을 읽고 있다가 불현듯 몇 년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직장의 신>이 떠올랐다. 고복희는 김혜수 배우가 연기했던 '미스 김'처럼 정확한 루틴이 있는 인물이다. 아침 다섯 시 기상, 단정한 단발머리, 호텔 청소 순서, 무엇보다 스스로 만든 오 분 스트레칭.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는 원칙을 고수하고 주변의 말이나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다. 어물거리는 법이 없다. 의사표현은 확실하게, 정도에 어긋나지 않으며 개인 사정 따위는 원칙 앞에서 요지부동이다. 이쯤되면 '뭐 이런 인정머리 없는 냉혈인간이 있어?'하겠지만, 오히려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해서는 안될 짓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고복희는 매력 폭발이다. 
 
오히려 연대를 외치고 교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김인석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폭력을 불사한다. 교민 사회의 발전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서. 원더랜드를 뺏기 위해 고복희 폭행을 사주하고, 그것을 거부한 직원 안대용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136.
살려고? 살려고 했으면 그래서는 안 되지. 더 독해야지. 그렇게 나약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그런 놈들은 사회에 어떤 이바지도 못한다. 

 
어쩌면 아이들은, 청년들은, 성공담이 정답인 양 조언하거나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격려와 응원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버티며 공정한 원칙을 지키는 어른들에게 더 힘을 얻지 않을까?  
 
조금 우울할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게 버무린 소설이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정의롭지 않은 방법을 쓰는 이들이여, 고복희를 벤치마킹하라.  
 
 
.

고복희는 이해할 수 없다.

감정을 다툰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누군가 영역에 침범해오면 아까운 기력을 쓸 수 밖에 없다. 힘이 넘치는 사람은 주변을 성가시게 하는 대신 다른 것에 주의를 돌리는 것이 어떨까. 환경오염이나 난민을 위한 대책 같은 훨씬 생산적인 문제로. - P61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다. 그걸 깨닫고 나니 슬퍼졌다. 뭣 좀 해보려고 하면 다 실패다. 행동 하나하나 실수투성이다. 바보같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바닥 언저리를 맴도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정말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았다. - P86

원래 사는 게 고달픈 거라고. 이 정도 고생은 다 하면서 산다고. 먹고 사는 일의 부당함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그건 강금자가 삶을 견디는 방식이었다. - P157

다 함께 모여 춤추는 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동그란 지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찍어 놓은 발자국으로 빼곡할 것이다. 저마다의 흔적을 남겨놓고 떠난 이들은 분명 즐거웠을 것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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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 건강법 - 만성염증을 치유하는
이경미 지음 / 판미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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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은 의술로도 못 고친다.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 / 히포크라테스

평소 염증 소인이 커 구내염이나 다래끼를 번갈아가며 달고 사는 나로서는 제목만으로 확 끌리는 책이다. 영양제나 그외 건강 보조식품을 워낙 챙겨 먹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간도 크다, 겁도 없다는 말도 꽤 듣는 편(딱히 대단한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 어차피 끼니는 먹으니 식사로 염증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싶어 읽는다.

일단 만성염증이란?
면역반응을 유발한 원인이 완전히 제거되어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 급성염증이고, 방어 시스템이 시원치 않아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는 상태가 만성염증이라고 한다. 즉 몸에 면역 체계를 위해 싸우는 과정인 착한 염증이 급성염증이고, 우리 몸의 정상 조직이 손상되는 나쁜 염증이 만성염증이라는 사실.

만성염증의 증상은 통증, 지속적인 피로와 불면증, 기분 변화, 위장관 증상, 체중 증가, 회복이 잘 안되는 (감기를 비롯한) 감염성 질환 등이 있다고. 뿐만 아니라 고혈압, 비만, 당뇨, 아토피, 암,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단다.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황사와 미세먼지, 중금속, 환경 호르몬, 무심코 먹는 진통제, 소염제, 항상제도 영향을 미친다. 그외에도 스트레스, 트랜스지방, 정제 곡물과 설탕, 잔류 농약 등이 있는데, 익히 알고 있지만 쉽게 간과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1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식단을 영양의 관점이 아니라 염증의 관점에서 살펴보라는 글과 항염증 식사 체크리스트를 어떤 식품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질문들이 중요하게 질문되어있다는 점이다(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서 놀랐다).

2부에서는 식품을 선택하고 세척, 조리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팁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무엇을 먹을지보다는 무엇을 먹지말지가 더 중요하다고. 일단 아침 식사는 거르지 말고, 점심은 (과식이 아닌) 푸짐하게, 저녁은 가볍게. 그리고 전체적인 식사는 소식을 기본으로.

다양한 색깔의 채소, 통곡물, 홀푸드, 건강한 단백질과 지방, 깨끗한 물 섭취에 대한 내용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세세하게 실어놨다. 그 중에서 내가 미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어서 "응?!"했던 부분들을 적어본다.

96.
지방을 적게 먹는다고 체지방이 적어지는 게 아니라, 어떤 영양소든 사용되지 않고 남은 것은 체지방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그보다는 남은 에너지, 잉여 칼로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탄수화물은 그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먹어야 하는데 글루텐이 적은 곡물이 염증을 낮춘다고 한다. (보리와 귀리가 글루텐 함유가 높다는 사실! 엄마는 보리 맹신자인데 조금 걱정이 된다.) 약품의 캡슐에도 글루텐이 사용된다고. 캡슐 영양제도 남용하면 안될 듯. 그리고 이번 기회에 LDL콜레스테롤과 HDL콜레스테롤의 차이를 확실히 알았고, HDL콜레스테롤이 높아서 총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왔다면 안심해도 된단다.

오메가ㅡ3(씨앗류, 견과류, 들기름, 해조류, 등푸른 생선)는 늘리고 오메가ㅡ6(믹스커피, 밀크초콜릿, 각종 튀김, 과자류, 패스트푸드, 식물성 유지)는 줄여라. 들깨 특유의 향을 워낙 싫어하는 것,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튀김 음식을 좋아하는 나의 취약점. 오메가ㅡ6 지방이 만성염증과 밀접한 관계라서 고민이 되네.

150.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 식품을 완전식품이라고 하는데 달걀과 콩, 우유가 대표적인 예죠. 이것은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식품이라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을 이루는 8개의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한다는 의미에서 '완전'하다는 것입니다.


커피는 2잔 이하면 약, 4잔 이상은 독.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커피 전문점 Tall 사이즈 2잔까지는 안전하다는 것. 나는 하루에 드립 500ml 정도 마시니 나쁘지 않은 듯.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고온 조리시 증가하는 에이지 독소, 특히 팬에 구운 스테이크와 닭튀김 함량이 가장 높다. 결국 고기는 구워 먹지 말라는 건데, 오늘 저녁 고기 파티하겠다는 이들은 어쩌나... . 그리고 설탕보다 더 해로운 것이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고, 꿀도 소량을 사용해야 한단다. 그외에도 다양한 파이토케미컬 과일과 채소, 농약 함유량이 많은 농식품, 만성염증을 유발, 줄이는 식품 목록 등을 올려 수시로 참고하기에 좋다.

2부에서 얻은 결론은 부대찌게, 닭튀김, 피자, 파스타 류는 최악의 음식이요, 발효식품(우리나라 전통 식품 포함)과 색깔이 화려한 채소가 으뜸이라는 거.

3부에는 식사법에 대해 다룬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건강에 제대로 도움이 되려면 소화 흡수 과정이 원활해서 영양소가 최종적으로 잘 도달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잘 씹어야한다, 더 오래 자주. 그래야만 위가 부담이 없다.

255.
위산 억제제 등을 자주 복용하면, 위의 위산이 중화되어 약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단백질 소화 효소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단백질 식품의 소화가 쉽지 않겠죠. (...) 위산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위축성 위염 등을 않을 경우, 우리 몸의 기능에 중요한 칼슘 같은 미네랄들이 이온 형태가 되지 못해 흡수가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위산 억제제를 오랜 시간 복용하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과 이로 인해 골절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습니다.


책에 있는 장누수증후군 자가 진단 테스트를 체크해봤는데, '누수 가능성 있음'으로 나왔다. 다른 항목은 지수가 다 0이였는데, '자주 발생하는 염증 질환', 최근에 보이는 '빈발되는 피로' 지수가 있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정크 푸드는 거의 안 먹지만 소염제 사용을 줄이고, 요즘들어 좀처럼 하지 못하는 운동을 빨리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부의 핵심은 마인드리스 식사와 마인드풀 식사이다.
마인드리스 식사는 습관적으로 먹거나 다른 활동(TV시청, 스마트폰 검색 등)을 하며 먹는 것,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 등 이외에도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먹기'를 말한다.
그에 반해 마인드폴 식사는 감정적으로 먹지 않기, 음식을 먹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기, 음식을 충분히 맛보고 즐기기, 의식적으로 음식을 선택하기, 자신과 자신의 몸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처럼 음식과 먹는 행위가 단순히 '먹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인드풀 식사 실천법을 보면 식사는 나를 사랑하는 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건강은 지식이 아니라 성찰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단 식사나 건강 뿐일까. 사실 현대 사회는 손가락 한 개만 있어도 세상에 모를 일이 없을 만큼 정보와 지식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무수한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으며, 유저인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가? 익명으로 떠도는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 식사법 책을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생활과 생각의 패턴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Tip.
책의 맨 뒤에 함염증 식단표와 관련한 도서, 웹사이트, 관리 앱이 나와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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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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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시인 테드 휴즈의 글쓰기 지침서다. 이 책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BBC의 프로그램 <듣기와 쓰기>를 위해 작가가 직접 쓰고 준비했던 내용을 모은 책이다. 
 
작가는 하루에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 아홉 번의 지침을 내놓는다. 동물, 날씨(바람, 비, 안개), 사람, 생각하는 법, 풍경, 소설 쓰기, 가족, 달 등 우리가 일기에서 써봤음직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다. 
 
내가 기억해 두려고 하는 부분은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일', 작고 단순한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실천은 집중한 다음, 정해진 분량과 시간 내에 대상을 묘사하는 운문 형식의 글을 써보는데, 서술은 세밀하고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가능한 한 대상을 모든 방면으로 확장하고 비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시로 D.H.로런스의 <모기>를 들어본다(전문은 길어서 조금만). 
 
언제부터 그런 기술을 구사하셨지,
무슈? 
 
그렇게 긴 다리로 뭐든 버티겠어?
그렇게 갈래갈래 찢어진 다리로,
뭐 그렇게 기고만장해? 
 
그건 네 무게 중심을 위로 들어 올려서
나한테 착륙할 때 공기처럼 가볍게
무게 없이 서기 위한 건가,  이 유령아? 

 
여기까지만 읽어도 관찰력과 묘사가 좋음을 알겠다. 재미도 있고. 
 
또 다른 부분은 처음부터 풍경을 묘사하기는 쉽지 않으니 자신이 경험한 것을 독백으로 써보라고 한다. 여행의 경험을 곱씹어봐야겠다. 
 
작가는 시 뿐만 아니라 소설 쓰기에도 지침을 내놓는다. 먼저 단순한 글쓰기. 상상력을 풀어놓고 펜으로 빠르게 따라가라(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계속 해보라는데, 계속 한다고 천성이 되기는 하는건지). 사물, 사람, 장소에 대한 글쓰기의 모든 핵심은 그것들이 실제 거기 존재하는 것처럼 나타내고, 독자들을 위해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데 글쎄... .)
소설을 쓰는데 올바른 방법은 없고, 오로지 재미있게 쓰는 것 뿐. 재미있는 글은 자신이 진심으로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단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단지 호기심을 느끼는 것과 자신의 삶의 일부분인 것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학창 시절에는 소설을 쓰고 싶었고, 지금은 묵직한 에세이와 시를 쓰고 싶다. 그래서 틈이 나면 글쓰기 책을 뒤적이곤 하는데 마음을 담아서 전달하는 시는 여전히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누구한테든 보여줄 수 있는 시  한편을 완성할 그날까지. 써! 보자. 

 

 
본문에도 인용됐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 
 
 
밤의 비 그리고 낮의 비 그리고 밤의 비가
그친다, 창백하고 숨 막히는
새벽빛에.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은 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나무들 아랫길에는 새로운 자줏빛
국경이 생겼구나
경계의 안쪽에는 밝고 옅은 잔디밭:
11월이 남긴 잎사귀가 전부
떨어져버렸네, 개암나무와 가시나무 그리고
더 커다란 나무들로부터. 이곳의 나무들은
죽은 잎사귀는 떨어뜨리지 않았다
회색 풀밭, 녹색 이끼, 번트오렌지 고사리 위에서,
바람은 다시 불어;
물푸레나무가 벗어버린 어린잎들
길 위에 드문드문 깔아놓았다
놀다가 거기 새겨지기라도 한듯한
작고 까만 물고기처럼.
무수히 많은 나뭇가지에 아직 힘겹게
헐벗은 채 매달려 있는 것은
돌능금 나무 한 그루의 사랑스러운 열두 알
노란 사과들.
그리고 각각의 잔가지들이 골짜기 속으로 다시
떨어뜨리는, 셀 수 없는 크리스털
어둡고 밝은 빗방울.

비 온 뒤 (에드워드 토마스)

 

 

 

대상을 정하고 나면 길이를 지정하고 제한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10분 남짓이 이상적인 최소치). 이렇게 인위적으로 제한선을 조성하면 긴장감이 생기고, 각자의 소질을 깨치는데 도움이 된다. 서두를 것을 강요하면 우리의 진부한 버릇들이 무너지게 되며, 모든 것을 재빨리 표현하면서 평소에는 잠재되어 있던 수많은 것이 저 스스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장벽을 부수고, 죄수들을 탈옥시키자 - P34

주제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잡고, 가급적이면 구체적인 일화에서 가져오는 것이 좋다. - P69

사람에 대한 상상적 글쓰기를 할 때는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제약을 두지 않음으로써 글쓰기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시를 읽고 쓰는 일의 즐거움이나 치유 효과에 대해 말할 때면 이 방법이 제시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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