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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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아?

 

입에 착착 붙는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마음에 착착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에서 언급된 도서들 중에서 두세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읽은 책이라 발췌한 문장 앞뒤 문맥의 흐름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 더 깊이 공감했다. 

 

4부로 나눠지는 에세이는 나의 감정, 시간, 관계, 세계를 살피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가 물어주는 안부, 어느 이에게 전하는 위로, 온전히 나를 다독여줄, 열정을 부어주고 충전할 나만의 시간과 공간, 때론 혼자이고 싶지만 부대끼고 귀찮은 그들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그래서 쉽지 않은 타인과의 관계, 오롯이 나로서 설 수 있어야만 함께 하는 것이 더 자유스러울 수 있기에 나를 들여다봐야하는 나의 세계.

 

작가는 살면서 종종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또 그 안에서 위로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다정하게 건드린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혹은 겪어봤을 크지 않은 상처들에 밴드를 붙여준다고 해야 할까...... . 

 

 

읽으면서 조금 다른 생각도 해본다. 

 

굳이 어른으로 살거나 훌륭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매 순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최선을  다해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걸 테니까요. 

p129

 

훌륭하지 않아도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이미 충분히 가치있는 인생이라는 말에 많이 공감한다. 다만 나는 어른으로 살고 싶다. 그것도 좋은 어른으로 살고 싶다. 젠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래서 내가 어느 시절 무서울 때 잠시 숨어 기댈 이가 있었던 것처럼 나도 그리해줄 수 있는 믿음직한 어른이고 싶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오래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단편적으로나마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 그리니에가 쓴 <카뮈를 추억하며>에서는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에 쓴 카뮈의 '찬사의 글'이 떠올랐고, 허수경 시인의 시 들이 그리웠다. 그리고 아릿하게 읽었던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묵직한 감흥을 안겨주는 나의 완소 애정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등등등.

뒷표지를 덮고 그 책들을 다시 읽고 싶어 책장 앞을 서성인다.

 

발췌한 문장들이 모두 좋았지만, 무척 좋아하는 에세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저)>의 일부분을 옮긴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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