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 현실 편 : 철학 / 과학 / 예술 / 종교 / 신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2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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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서 2권은 현실 너머의 세계 즉 진리 탐구ㅡ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ㅡ에 대해 이야기 한다. 분야를 아우르는 세 가지 견해인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변하는 것을 일컫는다. 절대주의(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단일한 진리가 있다는 견해), 상대주의(상반되는 두 가지 태도로 구분된다. 하나는 어떤 것도 진리가 아니라며 모든 진리를 거부하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고정된 하나의 진리가 없을 뿐 다양한 진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입장), 불가지론(인간의 감각이나 관념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본질은 결코 알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견해), 실용주의(관념의 의미는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에서 발생한다는 견해)를 들 수 있다.  







 

[철학] 
철학은 고대철학 ㅡ 중세철학 ㅡ 근대철학 ㅡ 현대철학으로 이어진다. 
고대철학은 자연철학에서 시작해 상대주의와 회의주의를 비판하고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한 소크라테스,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변하는 진리의 세계로서의 '이데아' 제시한 플라톤, 현상 이면의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인 형이상학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중세철학은 교부철학, 스콜라철학의 이론이 있는데 교부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유사하고, 스콜라철학은 교부철학의 뒤를 잇는 그리스도교의 사상으로써 그리스도교 철학을 증명하고 세밀화했다.  
 
근대철학은, 실재론은 합리론으로, 유명론은 경험론으로 이어졌다. 두 견해는 진리에 어떻게 도달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분야를 인식론이라고 한다. 합리론은 데카르트가 대표적이며 합리주의 혹은 이성주의라고도 한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입장으로써 특히 진리세 도달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이성을 제시하는데, 그 배경에는 혼란스러운 시대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절대적이고 확실한 진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이 있다. 경험론은 자연 세계에서의 감각적인 경험만이 지식의 원천이 된다. 현재 우리는 경험론이 승리한 세계에서 살기 때문에 이 이론을 당연시 여긴다. 그러나 경험론의 진리 탐구 방법에는 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근대 초기에는 혁명적인 일이었고, 근대 이성중심주의와 근대 과학을 탄생시킨 주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학자 베이컨은 귀납법을 제시하고 연역법 비판을 비판했다. 베이컨의 경험주의는 자연과학이 발전하는 철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관념론은 눈 앞에 드러난 세계를 '현상', 현상 너머의 진짜 세계를 '물자체'라고 불렀다. 물자체의 세계는 결코 알 수 없다. 개인은 주관적으로 현상 세계를 구상하지만 우리의 사고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는 동일한 세계를 본다. 쉽게 말하자면 본다는 것은 외부의 사물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머릿속에서 해석된 그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다. 합리론과 경험론을 합한 칸트의 관념론은 서양 철학의 주류를 형성하며 심화되었고, 헤겔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근대 철학의 마지막 주자는 니체다.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리며 그리도교 전통에 기반한 윤리관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좋음과 선, 나쁨과 악은 다르다는 것을 엄밀하게 구분했다. 니체 사상의 주요 개념은 영원회귀다. 영원회귀는 지금 자신의 삶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것으로 극단적 허무주의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는 허무를 딛고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변화시켜야함을 말한다. 가장 가치있고 의미있게 창조한 순간이 무한히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스스로 창조하는 주인이 되라는 것. 
 
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학자로는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사르트르 등이 있다. 하이데거는 존재('있음' 그 자체에 대한 것)에 대한 탐구,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전기 철학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하면서 언어를 형식적, 논리적으로 정밀화했고, 후기 철학에서는 '언어는 정의되지 않는다'고 정의한다. 현대 철학의 사조인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사르트르는 인간은 단일한 본질을 갖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하는 존재자 즉 실존이다. 인간은 실존의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과학] 
고대 과학의 자연철학자들이 논의한 기본 요소(아르케)는 물, 불, 원자 등이고 천문학에서 이룬 성과로는 천동설이다. 중세 과학은 과학의 암흑기였고, 근대 과학에 와서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지만 과학적이라기보다는 미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경향이 크다. 갈릴레이는 과학적 관찰과 수학적 근거를 병행, 케플러는 케플러의 법칙을 통해 지동설을 수학적으로 보충하고 기하학, 해석기하학을 거쳐 데카르트의 대수학까지 표현했다. 뉴턴은 중력을 보편적인 힘인 만유인력으로 정의,  중력이 달과 다른 천체에까지 작용한다는 것을 수학으로 설명했으며, 아인슈타인은 특수하게 등속으로 움직이는 빛에 대한 이론인 특수 상대성이론,  일반적인 가속에 대한 이론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력을 받는 물체의 속도에 대한 탐구해 일반 상대성이론을 내놓는다. 

 
근대 물리학은 우주의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을 가졌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근대 물리학 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 결과값은 확률로만 예측될 뿐,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주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비결정론적 세계다. 근대 물리학이 절대주의라면 현대 물리학은 상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는 위치와 속도가 동시에 측정되지 않음이 미시 세계의 질서임을 수학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고양이 실험(슈뢰딩거의 고양이)을 통해 양자역학의 결론에 문제가 있음을 증명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이 실험은 양자역학을 더 실험하게 한 계기가 되었고 과학자들은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의 예측이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학철학은 과학의 역사에서 과학적 합리성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과학 기술에 대한 인류의 막연한 낙관을 경계했고, 과학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엄밀한 방법론으로 향하는 데 기여했다. 




[예술] 
예술적 진리는 절대주의 ㅡ 고전주의 / 상대주의 ㅡ 낭만주의 / 회의주의를 거쳐 현대미술에 도달했다. 
 
고대 미술은 그리스 미술을 대표하고, 이집트는 미술이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반영하는 수단이었다. 헬레니즘은 알렉산드로스가 건절한 대제국에 의해 동서양이 교류함으로써 혼합과 융합을 거친 새롭고 독창적인 예술 양식으로 라오콘,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대표적이다. 로마 미술은 그리스 미술을 국제적 성격을 띤 보편의 미술로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중세 미술은 전쟁이 반복되는 혼란기와 그리스도교의 탄생과 확장으로 그리스.로마 미술이 자취를 감춘다. 초기 미술은 문맹자들에게 신의 섭리와 교리를 전달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었으나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과 역사성을 담지하고 있어 당시 예술가들의 가치 체계를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로마네스크는 교회의 승리를 상징하는 건축과 미술 양식(이탈리아 피사의 대서당)으로 지상에 만든 신의 공간이라는 종교적 측면과 건축 공법이 발달하지 못했던 건축적 측면으로 두껍고 육중한 모습을 가진다. 고딕 양식은 건축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했다. 중세 예술은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변하는 진리로서의 신에 대한 예술이지만 절대주의 예술로서 평가할 수는 없다. 아름다움의 형식에서는 퇴보한 느낌이 강하다. 
 
르네상스 미술 초기에는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체를 묘사, 정확성에 치중(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했고, 전성기에는 조화와 균형이라는 미의 이념이 이상적으로 구현(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예술 자체의 가치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있다. 
 
초기 근대 미술은 신고전주의, 낭만주의로 나뉜다. 신고전주의는 고대 그리스.로마 미술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영국에서 시작되어 프랑스(국가가 주도해 의도적으로 확산)에서 절정을 이룬다. 대표작으로 마라의 죽음, 호라티우스의 맹세, 소크라테스의 죽음, 그랑 오달리스크, 샘, 터키 욕탕 등이 있다. 낭만주의는 신고전주의의 절대적인 측면에 대한 반발로 탄생, 창작자의 주관적 표현을 강조, 자유로운 공상과 환상의 세계를 그림의 대상으로 삼는다. 화가의 강렬한 내면을 외부 세계에 투영한다는 측면에서 바로크.로코코와는 다르다. 대표작으로 메두사호의 뗏목, 사르다나 팔루스의 죽음,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이 있다. 
 
후기 근대 미술은 사실주의, 인상주의로 구분된다. 사실주의는 사실적 그림(= 리얼리즘), 그릴 대상을 선정하는 데서의 '사실'을 추구(예, 노동자의 남루한 삶, 노동의 고됨 듬)한다. 화가 쿠르베가 사실주의에서 독보적인 존재로서 그의 그림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표현 방식으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대변한다. 그래서 공산주의를 확산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사실주의는 예술에서 배제되었던 일상을 예술의 소재로 등장시키고, 예술의 의미를 새롭게 고민했자는 미술사적 의의를 갖는다. 인상주의는일상의 삶과 자연을 그려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을 가감없이 그려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인상주의 전기 작가로는 모네, 마네, 드가, 로댕이 있고, 후기 작가로는 고흐, 고갱, 세잔 등이다. 특히 세잔은 근대를 마무리하고 현대 미술을 탄생시킨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현대 미술은 입체주의와 추상미술을 들 수 있다. 입체주의(큐비즘)는 파리에서 일어난 미술 혁신 운동으로써 피카소가 대표적이고, 추상미술은 입체주의가 특정 대상을 그린다면 추상미술은 아예 그림의 대상을 그림에서 제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칸딘스키가 해당한다. 오늘날의 미술은 주체를 흔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화가의 행위 자체를 예술로 규정(잭슨 폴록), 주체를 아예 없애는 것(막스 에른스트의 데칼코마니), 주체를 집단화 방식이 있다. 
 
 
 
[종교] 
종교는 절대적 유일신교(구약/3대 종교), 상대적 다신교(힌두교, 불교, 티베트불교/베다)로 구분할 수 있다. 
 
절대적 유일신교 중 유대교는 유대인 민족종교. 유일신 야훼를 믿고 구세주로서 메시아 사상을 따르고 타나크(구약-토라, 네비임, 케투팀)가 근간이다. 그리스도교는 메시아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약속인 유대교와는 다르게 예수(신과 동급)를 메시아로 믿는다. 그리스도교 믿음의 근간은 예수의 삶과 그 제자들의 행적에 대한 27권의 문서들을 묶은 신약이다. 이슬람교는 단일 종교로서 신도가 가장 많다(세계 인구의 약 1/4). 구약을 믿고, 무함마드(마호메트)를 하느님의 사도(신과 동급은 아닌 선지자)로 인정한다. 무함마드가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받아 작성한 경전이 코란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말씀에 따라 상징물을 거부하기 때문에 기하학적 무늬가 반복되는 아라베스크 양식이 발달했다. 무함마드가 메디나에 도착한 622년 9월 20을 '헤지라'라고 부르고, 이 해가 이슬람 달력의 원년이 된다. 
 
상대적 다신교에는 힌두교, 불교, 티베트불교가 있다. 인도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근원적인 뿌리인 '베다'는 구전으로 전해오던 내용을 3,500년 전에 산스크리트어로 종합한 문서다. 상히타, 브라흐마나, 아라니아카, 우파니샤드(베단타 : 우주의 원리에 대한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철학서로서 베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의 네 부분으로 구분하며, 베다는 동양 종교의 근간을 이루었다. 힌두교는 인도의 종교라는 뜻으로, '힌두'의 뜻 자체가 '인도'와 어원이 같다. 신도 수만 고려했을 때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힌두교의 신은 브라흐마(창조), 비슈누(유지), 시바(파괴)가 가장 중요한 세 신이다. 불교는 기원전 6세기 무렵여 고타마 싯다르타에 의해 시작했고 베다 철학의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불교는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자아는 없으며, '나'라는 존재는 다만 정신적 요소와 물질적 요소들이 임시로 뭉처져있는 무더기, 즉 무아이다. 티베트불교는 불교의 분파 중 밀교적 형태를 가진 금강승이 티베트로 전파했는데 티베트에 불교를 전파한 사람은 인도의 출가 수도승 파드마삼바바. 그가 쓴 108개의 경전이 '티베트 사자의 서'다. 




[신비] 
혼자서 깨닫고 이해해야만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체험이 신비다. 
 
죽음의 순간, 즉 임사체험 (NDE Near Death Experience)은 의학적 기준으로 죽음에 이르렀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이후 특수한 체험을 기억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 결과를 통해 임사체험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발견되는데 문화, 인종, 지역, 종교와는 무관하게 보편의 구조를 갖는다. 임사체험에 대한 반론에는 뇌이상설(호르몬설-엔도르핀 과다분비에 의한 환각), 산소결핍설(심장박동 정지로 뇌 안의 산소 부족에 의한 환각)이 있으며 여기에는 물심이원론과 물심일원론이 있다. 
 
죽음 이후에는 네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무無(죽음이 시간에서 완전한 끝이라는 관점. 유물론적 세계관을 전제), 영생(죽음 이후에도 삶이 계속된다. 절대적 유일신교가 가지고 있는 사후관으로써 물심이원론의 관점이 전제), 윤회(죽음 이후에 시간이 되돌아온다는 견해. 상대적 다신교의 입장. 물심이원론, 유물론의 입장에서 윤회를 설명), 영원회귀(니체 : 시간과 공간 변화 없이 정확하게 동일한 삶의 영원한 반복)가 있다. 영원회귀의 개념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먼 미래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임을 밝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돌아보기 위함이다. 
 
삶에는 통시적(인생) 의미, 공시적(의식) 의미가 있다. 인생은 인생 전체에 대해 앞서 이해할 때 비로소 부분으로서의 현재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현재라는 삶의 부분들을 한 조각씩 이해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생 전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학적 순환이고, 삶은 외부로부터 오는 감각과 내면으로부터 오는 관념이 내면 세계를 구성하는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의식은 내면 세계를 갖는 능력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 '내'가, '나'를 기준점으로,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식의 주관성은 세계의 구심점으로서 세계를 인지하고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종교나 철학을 넘어선, 나와 타인은 눈앞의 공간과 물리적 실체를 다르게 구성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 중에서 진짜 외부에 있는 것은 없으며, 머릿속에 있다. 칸트는 눈앞의 세계는 진짜 세계가 아니라, 내가 구성해낸 주관적인 세계로서의 현상 세계이며 우리는 현상 세계에 살고, 진짜 세계인 물자체에는 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결국 모두 자신의 마음 안에 산다. 
 
 
■  ■  ■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돈이 절대적인 삶의 가치가 될 것 같지만, 정작 우리가 살면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벼랑 끝에 서게 될 때 기대게 되는 것은 현실 세계를 넘어 손에 잡히지 않는 진리들이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으나 종교, 철학, 과학, 예술은 인간의 삶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존재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막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마치 복습하는 기분이 들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읽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는 호기심과 설레임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대상에 늘 의지하게 되는 건 아닐까싶다. 새삼 인간이 사후 세계와 종교에 집착하는 근원은 어디있을까를 생각해보면서 문득 아시아 어느 지역(기억으로는 히말라야 고산 지대) 주민들이 사람이 죽으면 산꼭대기에 올라가 시신을 새들이 먹게 한다는 것과 접했던 당시에 끔찍했다기보다 자연의 순리에 맞는 사후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실 너머의 세상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니체의 말처럼 일단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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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위한, 정여울의 마음 상담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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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유와 인문학이 만난 에세이.

'당신의 슬픔은 지극히 정상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서 작가 자신의 '내면 아이'를 보듬었던 경험을 드러내면서 트라우마와 대면해야 하는 이유와 극복의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까닭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안의 결핍과 화해하고 개성화의 길로 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내면의 아이'를 마주하고 치유의 과정을 거쳤던 것처럼 나도 꽤 오래 전 심리학을 공부하며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심리학 이론을 들어 설명하거나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고스란히 내놓으며 자신의 치유과정을 공유한다. 그중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내면아이 입양하기'다. 어린시절 받았던 상처는 내면화되어 트라우마가 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꼭 자기 안에 있는 내면의 아이와 마주하고 보듬는 과정을 통해야만 과거에 갇히지 않은 지금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진정한 정체성을 가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개성화 과정을 거친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의식적으로 끌어내 나 자신이 되기 위한 노력의 연료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것이 '희열'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희열은 글쓰기라고 한다. 그런데 학창시절 동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정작 자신이 무엇에 희열을 느끼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년 아이들의 많은 수가 취미는 게임과 웹툰 보기, 그나마 초등시절에 간간이 있었던 예체능 취미는 고학년이 될수록 찾아보기가 어렵다. 입시에, 취업 시험에 허덕이다보면 무엇에 '희열'을 느낄겨를도 없고, 현실적인 경제 문제에 부딪히다 보면 나의 개성을 누르며 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회적 에고의 틀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희열'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희열'까지는 어떻게 가야할까? 작가는 타인과의 접속, 즉 공감과 연대를 언급한다.  


220.
우리가 더 많은 타인의 이야기와 접속할수록, 우리가 더 깊은 타인의 상처와 대화할수록, 삶은 더 풍요로운 빛깔과 향기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마침내 두 번째 트라우마에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용기를 걸러줄 것이다.


소통과 마음 나누기가 단절되고 실수를 실패로, 실패를 패배로 단정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세대는 부정적 에너지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폭력적인 방식으로 삶을 파괴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들을 인지하고 상처받았던 내면을 치유하고 스스로의 마음 챙김을 가져야 한다. 








가장 마음에 쑥 들어왔던 한 문장. 

293.

소박한 일상의 감각을 되찾는 것. 


쌀 씻을 때 손에 감기는 쌀알들, 밥 짓는 내음,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향기로운 커피향과 입 안에 머금는 따스한 맛처럼 일상의 소박한 감각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안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첫걸음이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무심코 지나치며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렇고 그런 일상의 작은 몸짓의 가치를 알 때, 매일의 색깔과 가능성은 달라질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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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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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인문학이 만난 에세이. 아무리 건강한 마음이라도 살면서 크든 작든 상처를 전혀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오랜만에 내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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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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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선진국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선진국이 되었는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학술한 책으로 경제 순환 논리의 이면과 실제 국제 경제가 작동하는 원리, 그리고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부자되기 방식의 허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본 산업 무역 기술 정책, 바람직한 통치 체제를 들여다봄으로써 현대를 사는 우리가 바람직한 경제 발전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선진국은 현재 그들이 개발도상국에게 권하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경제 강대국의 위치에 서는 과정 동안 철저한 보호개입정치를 거쳤다. 저자는 19세기 독일 경제학자 리스트의 주장을 들어 산업 개발 정도가 비슷한 수준에 있는 나라들끼리는 자유 무역이 도움이 되지만, 개발 수준이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미국도 1세기 동안 보호주의를 거쳐 최강의 산업 국가로 성장했다.  


이 책은 주로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역사를 가져와 그들이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정치.사회적 배경을 들어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무엇인지, 그래서 현재 개발도상국가들이, 왜 이면을 보아야하고 무조건적으로 맹신하면 안되는지를 짚어낸다.  


영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자유방임주의로 가기 전까지 강력하게 사용한 도구는 보호 관세였다. 그리고 식민지를 활발하게 이용하면서도 식민지의 상품이 우월해서 자국의 산업을 위협할 소지가 있으면 그 제품의 수입을 금했다. 내수 시장이 단단하지 않으면 무역 시장의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또한 영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독일은 보호 관세, 독점 허용 등 일반적인 방법과 더불어 정부가 주요 산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프랑스는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해 뒤늦은 1960년대 후반까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면서 매우 성공적인 구조 개혁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나라들을 살펴보아도 유사한 선상에 있다. 


이를 통해 한 국가가 따라잡기 단계에 있을 때에는 유치 산업을 보호하고 앞선 국가의 기술과 인력을 빼돌리고 정부가 시장에 관여하다가, 산업 선진국 대열에 오른 다음에는 자유 무역을 옹호하고 자국의 숙련 기술자들과 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한편 특허권과 상품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는 대부분 선진국들의 공통된 과정이다.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면 가차없이 사다리를 걷어차 뒤를 따라가는 개발도상국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 그야말로 '사다리 걷어차기'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내수 시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식량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율은 30%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을 자유방임으로 일관하다가 외국에서 보호정책으로 돌아서면 우리나라는 당장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이것은 단순하면서도 가장 기초적이 예시일 뿐이다. 많은 수출을 일으켜 속 빈 강정으로 성장 그래프만 높일 것이 아니라 성장의 질을 다져야 한다.







2004년 초판이 나왔을 당시 서문에서 저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 물결 속에서 개발도상국이 진정한 경제 발전을 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정책과 제도에 관해,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으려면 신자유주의적 국제 경제 질서는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서 쓴 책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류는 신자유주의만큼이나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2020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와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재편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많은 것이 변한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사회 갈등을 조장했음에도 신자유주의를 옹호했던 유일한 이유는 경제 성장이었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시작된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자유주의의 한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제 세계는 열강국의 강요에 따라 유지되어 온 신자유주의 체제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잘 조직되고 투명한 정부의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었고,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으며 인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사회구성원이 공동 운명체라는 연대의식을 함양하고, 무엇보다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허약한지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선진국들의 개발 역사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다. 내수 시장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제도의 질을 개선해야 함과 동시에 개선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제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정책이 겸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 선진국과 국제 개발 정책 주도 세력이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국제 개발 정책 입안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를 지양하는 입장에서 이 책은 나에게 신자유주의의 이해를 높이는 데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주었다. 모든 정치.경제.사회는 역사와 무관할 수 없다. 바른 역사 인식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바꿔 말하면 국제 경제에서 정확한 명분을 확보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겠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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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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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도덕의 시간> 오승호 작가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속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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