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위한, 정여울의 마음 상담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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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유와 인문학이 만난 에세이.

'당신의 슬픔은 지극히 정상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서 작가 자신의 '내면 아이'를 보듬었던 경험을 드러내면서 트라우마와 대면해야 하는 이유와 극복의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까닭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안의 결핍과 화해하고 개성화의 길로 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내면의 아이'를 마주하고 치유의 과정을 거쳤던 것처럼 나도 꽤 오래 전 심리학을 공부하며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심리학 이론을 들어 설명하거나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고스란히 내놓으며 자신의 치유과정을 공유한다. 그중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내면아이 입양하기'다. 어린시절 받았던 상처는 내면화되어 트라우마가 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꼭 자기 안에 있는 내면의 아이와 마주하고 보듬는 과정을 통해야만 과거에 갇히지 않은 지금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진정한 정체성을 가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개성화 과정을 거친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의식적으로 끌어내 나 자신이 되기 위한 노력의 연료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것이 '희열'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희열은 글쓰기라고 한다. 그런데 학창시절 동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안되는 우리나라에서 정작 자신이 무엇에 희열을 느끼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년 아이들의 많은 수가 취미는 게임과 웹툰 보기, 그나마 초등시절에 간간이 있었던 예체능 취미는 고학년이 될수록 찾아보기가 어렵다. 입시에, 취업 시험에 허덕이다보면 무엇에 '희열'을 느낄겨를도 없고, 현실적인 경제 문제에 부딪히다 보면 나의 개성을 누르며 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회적 에고의 틀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희열'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희열'까지는 어떻게 가야할까? 작가는 타인과의 접속, 즉 공감과 연대를 언급한다.  


220.
우리가 더 많은 타인의 이야기와 접속할수록, 우리가 더 깊은 타인의 상처와 대화할수록, 삶은 더 풍요로운 빛깔과 향기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마침내 두 번째 트라우마에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용기를 걸러줄 것이다.


소통과 마음 나누기가 단절되고 실수를 실패로, 실패를 패배로 단정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세대는 부정적 에너지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폭력적인 방식으로 삶을 파괴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들을 인지하고 상처받았던 내면을 치유하고 스스로의 마음 챙김을 가져야 한다. 








가장 마음에 쑥 들어왔던 한 문장. 

293.

소박한 일상의 감각을 되찾는 것. 


쌀 씻을 때 손에 감기는 쌀알들, 밥 짓는 내음,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향기로운 커피향과 입 안에 머금는 따스한 맛처럼 일상의 소박한 감각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안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첫걸음이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무심코 지나치며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렇고 그런 일상의 작은 몸짓의 가치를 알 때, 매일의 색깔과 가능성은 달라질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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