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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영혼을 보려거든 예술을 만나라 - 데이비드 호킨스가 선택한 19편의 영화 다시 읽기
주민아 지음 / 판미동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은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영적 지도자인 데이비드 호킨스의 저서 <진실 대 거짓>의 부록에 실린 영화 목록에 올라온 216편 영화들 중에서 열아홉 편 영화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모아서 쓴 에세이다. 각 영화마다 호킨스가 부여한 의식 지수와 문학 등 다른 매체와 엮어서 저자의 감상을 풀어놓았다. 여기서 의식 지수란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아니라 영화의 의식 수준을 말하는데, 공포 불안 두려움 등 낮은 단계에서 기쁨 사랑 평화 깨달음 이해 용서 평온 경외 지복 등 높은 점수로 책정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변화를 준 사람인가(어바웃 슈미트), 영원한 생명과 절대적 공간이자 평온의 망아 상태(그랑블루), 여성 특히 흑인 여성의 위치(컬러 퍼플), 우리 시대의 자화상(시티 라이프), 재능과 욕망의 두 얼굴(아마데우스), 인간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원초적 에너지(꿈의 구장), 경험과 성장의 기회가 되어주는 삶의 사건들(금발이 너무해), 민주주의 가치(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 예술이 되는 삶의 순간들(추억),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크리스마스 캐럴) 등 호킨스의 주옥같은 문장과 저자의 감흥이 덧붙여진 글은 독자를 화면 앞에 앉혀두기에 충분하다.
책에 언급된 영화 중에서 안 본 영화가 세 편인데(처음에는 두 편인 줄 알았다는), 그중 최고의 의식 지수를 받은 영화는 700의 그랑블루다. 지수700은 '깨달음'의 수준이며 '참나'와 '순수의식'에 이른다. 아마 데이비드 호킨스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놓음으로써 자신을 찾은 자크를 통해 참나의 세계를 보았던 것으로 짐작한다. 그외에도 <어바웃 슈미트> < 포레스트 검프> <컬러 퍼플> <햄릿> <닥터 지바고> <간디>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지수400에 책정됐다. 재미있는 부분은 로맨틱 코미디정도로만 여겨졌던 <금발이 너무해>가 지수355를 받았다는 것인데, 고정관념 측면에서 본다면 납득이 된다.
나에게 책에 언급되지 않은 영화 중에서 의식 지수를 부여할 영화를 한 편 꼽으라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추천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면 지수400이상은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호킨스가 정의한 예술성을 떠올려본다.
139.
"사진이나 조각 작품을 통해 시간상의 어느 한순간을 포착해 동결시키려 할 떄 이런 앎의 핵심을 요약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 예술이다.(...) 주어진 어느 한순간에 내재된 순수함은 그 순간이, 선택된 순간들을 연속시켜 결국 하나로 만들어진 '이야기'에 투영되어 있는 맥락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드러난다."
대부분의 영화를 보았기에 저자와 저자가 인용한 글들에 이입하며 읽을 수 있었지만 영화를 봤느냐 안 봤느냐 보다는, 우리가 영화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더욱 크다. 이 에세이가 특히나 좋았던 점은 영화의 원작 작품뿐만 아니라 시를 비롯한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일상에서 행해지는 작은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추억과 그리움을 잠시나마 채워준 즐거운 읽기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