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봇 다이어리 : 로그 프로토콜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9
마샤 웰스 지음, 고호관 옮김 / 알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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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유닛 '나'는 라비하이랄을 떠난 얼마 후 멘사 박사의 인터뷰를 발견했고, 그 내용을 통해 그레이크리스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레이크리스는 외계인 유물, 즉 외계인지성체 문명이 탐사 구역 땅속에 남긴 광물과 유기물을 독점하기 위해 광산 운영이나 개척지 건설 혹은 모종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위장했던 것이다. 기사에서 멘사 박사는 밀루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공식 방문에 그레이크리스의 합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었다. 멘사 박사에게 증거가 있다면 그레이크리스에 대한 조사는 훨씬 재밌어질테고, 사람들은 이 흥미로운 사건으로 도망친 보안유닛을 잊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이 잘 해결된다면 무엇보다 멘사 박사가 안전한 보존 연합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더이상 그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설 선착장에서 보급선으로 갈아 탄 린은 20주기가 지나 밀루에 도착했다. 라비하이랄보다 작고  정거장의 수용량에 비해 적은 수의 우주선이 정박해 있는 밀루는 지나치게 조용한 것이 기묘하게 신경 쓰였다. 린은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미궁에 빠진 느낌이다. 상대는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에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기에 이토록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행위를 이어가는 것일까?









보안유닛 '나'의 이번 여정의 목적은 자신이 대중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막고, 델타폴과 그레이크리스와 관련한 소송으로 고전하는 멘사 박사를 돕기 위해 증거를 입수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인간과 유닛의 우정, 그리고 배신이 꼬리를 무는 인간 관계를 대척점에 놓고 있다. 돈 아베네와 히루네는 봇 미키를 가족으로 생각하는데, 보안유닛 '나'는 여전히 이 부분을 납득도 이해도 하지 못한다. 봇은 자유인으로 간주되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보호하에 있어야만 하는 소유물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봇에게 진정한 자유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를 두고 도망가지 않는 아베네와 미키는 토사구팽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의 생태와 다르다.


'나'가 이해하는 인간을 위한 희생이란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명령'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네에 의해 미키는 프로그램의 선택권, 즉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아닌 친구라고 여기는 이들의 생존을 우선했다. 명령이 아닌 우정으로써 희생한 것이다. 보안유닛 '나'는 미키와 아베네의 관계를 통해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의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나'는 고민없이 다음 목적지를 결정했다. 그곳으로.


1권을 읽을 당시 사고하는 기계보다 사고하지 않는 인간이 더 두렵다는 감상을 남겼었더랬다. 지금은 인간의 기계화보다 인간에게 끝까지 남게 될 감정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인간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 조각들이 있기에 바보같은 의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간혹 나도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때가 있어서 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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