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선상 파티의 점심>은 여유롭고 행복하게 보인다. 그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계층은 다양해서 저자는 그 그림을 '사회적 꽃다발'의 시각적 대응물이라 해도 좋다고 썼다. 여러 종류의 꽃들을 하나로 묶은 꽃다발말이다. 그런데 르누아르가 드레퓌스 사건 당신 반드레퓌스의 편에 섰다는 것은 의외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 저자는 르누아르가 갖는 시대의 한계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앞서 '진실은 좋시만 궁상은 싫다'는 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택적 이기주의, 정의는 좋지만 희생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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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은 들리지 않는다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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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수화통역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데프 보이스]는 수화가 단 하나뿐인 만국공통어라고 알고 있었던 무지한 나를 깨우쳐준 소설이었다. 각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고, 한 나라 안에서도 지방에 따라 사용하는 방언이 있고, 다민족 국가의 경우에는 소수민족의 고유언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수화는 단 하나라고 여겼었는지, 그리고 농인에게 있어 수화는 모국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책을 덮은 후 꽤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있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인 아라이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돌아왔다. 
 







 
이 작품은 네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이다. 의료와 노동 현장에서 농인들이 겪어야 하는 높은 사회적 장벽과 그 안에서 감내해야 하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짚어내면서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출산을 눈앞에 둔 농인 임산부는 의료진과 원만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픔을 겪지만 청인인 의사는 그 탓을 임산부에게 돌린다. 개인의 감정과 입장은 무시한 채 외모와 장애를 특수성으로 삼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세태, 청인의 세계에 편입하고 싶었던 사춘기 소년의 방황, 수화 내에서도 사라져가는 지역 방언, 마지못해 형식적으로만 지켜지고 있는 '장애인 고용률 제도'가 지속적인 근무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 이 밑바탕에는 청인들이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청인 중심 사회에서 '들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한다고 썼다. 이는 비단 '듣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각종 시설 및 사회 인프라에 있어 장애인들의 권리는 비장애인들과 동등해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비장애인들이 베풀어야하는 배려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써 누려야할 당연하고 공정한 권리다.  
 


245.
그녀가 원한 건 "약자를 위한 지원'이 아니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바라고 있다. 

 
 



선천적으로 장애아를 낳은 부모는 죄책감부터 갖는다. 그 이유는 비장애인이 다수자인 사회에서 제 권리를 찾지 못하고, 고정관념과 차별을 견뎌야 할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일테고, 다방면으로 비장애인, 장애인 구분이 없다면 이러한 자책과 미안함은 없을 것이다.  
 


아라이와 미유키는 '들리지 않는 아이'로 태어난 히토미에게 인공와우를 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쓴 칼럼을 읽게 된다. 그 칼럼의 마지막에는 '한 명이라도 장애아를 줄일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이 기사를 통해 미유키는 세상이 장애아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작가는 다수자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비정상'이라는 단어로 묶어 그들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HAL을 통해 의사 소통을 하고 공감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언어 이상으로 진심을 들여다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임을 이야기한다. 
  


 
수화 통역은 '들리지 않는 사람'만을 위함이 아닌 '들리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아라이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청인이었던 아라이. 가족 중 유일한 농인으로 태어난 그녀의 딸 히토미. 가족들의 세계에 온전히 흡수되지 못해서 상처받았던 아라이가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딸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아라이의 가족이 앞으로 성장할 모습이 기대가 된다.
  


 
사족.  
일본의 경우 수화 통역 세계에서 특화된 분야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없고, 빈도가 높아 필요성이 절실한 의료 통역에도 특별한 수련 과정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떨지 궁금함이 남는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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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 / 다섯수레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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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의 감수만으로도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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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클로드 모네



시각적 리얼리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선입견 없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인상주의는 시작됐다. 



대상의 본질을 규정하지 않는 것. 모네는 이것을 몸소 보여준 화가다. '루앙대성당', '수련' 등 연작만 매번 다른 순간을 포착한 그림들을 떠올려봐도 피사체를 한 가지로 단정하지 않았다. 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한 것이며, 예술 뿐만 아니라 사람의 관계맺기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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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경제
마조리 켈리.테드 하워드 지음, 홍기빈 옮김 / 학고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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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 체제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설명과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막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사례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 중 중심 개념은 민주주의이고, 핵심 용어는 '민주적 경제'다. 민주적 경제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람들에 의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로써 공공선common good을 지향한다. 따라서 저자는 공동 가치를 중심에 놓고 사회적 구조를 설계하며 공동체와 지속 가능성을 최상의 목적으로 하고, 사람들의 상호 관계와 상호 의존을 중심에 둔다고 말한다. 즉 이 새로운 민주적 경제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이익과 번영, 그들의 행복을 추구한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 원칙이 부유한 소수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본 편향이라면 새로운 시스템은 공공선에 복무한다. 저자는 민주적 경제의 일곱가지 원칙ㅡ공동체, 포용, 장소, 좋은 노동, 민주적 소유권, 지속 가능성, 윤리적 금융ㅡ을 들어 추출적 경제 원칙과 대조한다. 여기에서 기업의 단기적인 목표 지향과 무한 성장을 요구하고 사회적 비용을 외부에 전가하며 윤리 의식을 외면하는 기존의 소유권 설계, 규모와 임무가 적정한 선에서 결정되며 의사 결정에 도덕성을 포함시키는 민주적 기업을 대조하며 노동자가 경제적 참정권을 부정당한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는 민주적 경제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몇 가지 사례가 언급된다. 사우스다코주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공동체 원칙을 지키며 재생적 공동체와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닉 틸슨, 한때 노숙자였지만 인종과 성 평등 문제에 집중하며 포용의 원칙을 보여준 오리건주의 흑인 청년 혁신 기업가 타이론 풀, 인근 슬럼가 주민을 훈련시켜 고용까지 연계하며 장소의 원칙을 실천한 클리블랜드 대학교 인사 담당자 킴 셸니크, 직원 대부분이 라틴계나 아프리카계 여성으로써 자본보다 노동을 우선하며 좋은 노동의 원칙을 따르는 브롱크스 방문 간호 협동조합, 민주적 소유권의 원칙을 체현하는 환경 컨설팅 기업 설립자이자 로라 젠슨, 지속 가능성의 원칙을 상징하는 변호사 카를라 산투스 스칸디어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파격적인 아이디어, 공동체가 소유한 은행과 신용 조합 등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 윤리적 금융의 원직을 작동시킨 영국 프레스턴의 시의회 지도자 매튜 브라운이 그들이다. 
 


ㅡ 

 
저자는 결론에서 추출적 경제에서 민주적 경제로 가는 길에 대기업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데,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위원회 조직, 전문 연구진의 연구, 깊이 있는 연구 조사의 수행과 네트워크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 및 지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과 시민교육이 우선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리는 여러 매체들을 보면 세상의 종말을 논할지언정 자본주의 종말을 그리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금융 엘리트가 극대의 이익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기존의 자본주의를 새롭게 바꾸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일터다. 그러나 재력을 휘둘러 민주주의를 무력화하고, 이윤 추구를 명분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며, 경제 성장을 지상 최대 목표로 내세우는 명령형 경제를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현재 민주적 경제를 지향하며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우리가 왜 경제 민주주의를 이뤄야하는지 설명한다. 이러한 공동체 경제와 관련한 책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치지 말고 자발적으로 이러한 책을 읽어야하는 까닭은 선순환하는 경제 시스템 안에서 가능한 모든 이들이 잘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모두에게 기회는 주어져야하지 않겠는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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