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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평점 :
소설은 아스퍼거 증후군, 강박장애, ADHD를 진단받고, 더하여 엄마를 잃은 후 외상 후 장애를 겪고 있는 소년과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동물권활동가인 얼리사, 우주생물학자 시오를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바를 따뜻하고 설득력있게 써내려갔다. 지난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과오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지금의 지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가 공존과 연대 의식을 통해 지켜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지점에서 얘기한다.
책을 읽다보니 로빈이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이 말이 그럴만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부분의 아홉 살 아이들에게서 로빈처럼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더구나 인간이 약간이나마 양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지만)해서 동물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학교에서의 배움을 통해 지식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정이나 여타 사회 활동에서 이를 실천하는 어른을 만나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세계 시민, 민주 시민 교육을 받은 후 그 교실에서 학교폭력이 자행되는 사태는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 가져야할 경각심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세상에 상처받은 연약한 소년이 자신만의 언어로 펼쳐 나가는 무해한 사랑과 순수한 저항의 여정'의 감동 스토리로만 끝내면 곤란하다.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차별적 폭력으로 인해 소외됨에도 불구하고 괜찮아질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멸종 위기종 동물 그림을 그리고 팔아서 NGO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아홉 살 소년 로빈, 열다섯 살에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인 그레타 툰베리. 우리가 이 아이들 앞에서 얼마나 더 부끄러워져야하는지.
우리가 걱정스러워해야 할 것은 공감 능력이 커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일상이 어려운 로빈보다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에 무감한 '대부분'의 부류에 속한 우리들이다. 후자의 '우리들'이 변하면 전자의 개인에게 벌어지는 문제는 많은 부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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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은 아홉 살이다. 스스로 1인 시위,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그 방법까지 찾아내 보호자를 설득하고 실행한다. 현실적으로 채 열 살이 되지 않은 아이가 이러한 자발적 결정과 행동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우리 어른들이 그 선택과 결정의 권리를 박탈한 것은 아닐까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경험을 무기로 빠르고 정확하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해 그들의 인생을 제멋대로 설계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로빈은 '모든 지성체가 불필요한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는 어느 경전의 말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서 해방되기를' 바란다로 바꿔 말한다. 여기서 '우리'란 인간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조차 인간에게서 해방되지 못하기에 모든 생명체는 행방하기가 요원하다.
죽고 죽이는 것에 무감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살고 싶다는 로빈이 차디 찬 물속으로 걸어들어간 것은 다른 행성으로 가는 또다른 방편이었을까.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아홉 살 소년이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변함없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어떤 생명체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된다.
로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뜻한 감동이기에 앞서 유리못처럼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아마도 로빈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들에 대한 원인에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어떠한 경각심을 가지기 이전에 무척 슬프고 아프다.
#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