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0 봄.여름 특별호 - 67호
한국추리작가협회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서미애 작가의 인터뷰와 신인상을 수상한 백색살의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서양에 닿아 있는 작은 항구도시 캉탕에서는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바다의 신을 달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 사람을 빠뜨리는 제사 풍습이 남아 있었다. 배의 돛대 꼭대기 끝에서 희생자는 눈을 가린 채 뛰어내렸다. 이 사람들은 '뽑힌 자'라는 뜻에서 '파다'라고 불린다. 이 의식은 폐지되었고 현재는 누구나 방파제에 만들어진 돛대 모양의 높은 탑 위에 올라가 바다로 뛰어내릴 수 있다. 인습은 놀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해서 그 위에 올라가지만, 뽑힌 자로 거기서 떨어진다.










한중수는 정신과 의사이자 친구인 J의 조언ㅡ보려고 걷지 말 것. 쓸 것이 없으면 쓰지 말 것. 그저 걸을 것. 걷는다는 의식도 하지 말고 걸을 것ㅡ을 받아들며 서둘러 집을 나선다. J가 한중수의 손에 쥐어준 쪽지에는 '모비 딕'에 홀려 고래잡이 배를 탔다가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세상 끝 작은 항구 마을 캉탕에서 정착한 그의 외삼촌 핍의 주소가 적혀 있다.


한중수가 J를 통해 상상한 핍은 활달하고 자유롭고 밝고 천진한 노인이었으나 그의 앞에 있는 핍은 음침하고 침울한, 밤에도 불을 켜지 않는, 흡사 겨울잠을 자는 짐승처럼 보였다. 조카 J를 언급해도 시큰둥해하며 원한다면 남는 방에서 묵든 말든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 핍은 아픈 나야를 돌보기 위해 병원에 간다.


한중수는 핍이 한때 운영했던 피쿼드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 선교사였던 그는 자신과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아주 먼 과거에서 부터 날아온 해임 통지서로 인해 선교사에서 해임되었고, 그때문에 글을 쓰고 있으나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피쿼드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쇼크를 일으켜 캉탕병원에 실려온 한중수. 그를 병원에 데려간  이는 해임된 선교사 타나엘이다.


컨설팅 강사인 한중수는 머리에서 사이렌 소리가 맹렬히 울려 더이상 강의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이라고 했지만 물리적인 치료와 투약을 해야하는 병은 아니었다. 스물한 살에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우울증 환자 어머니였다. 그는 미친 것처럼 필사적이고 전투적으로 살면서 한순간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죽기 직전에, 캉탕으로 온 것이다.


병원에서 나오면서 핍을 발견한 한중수는 그를 뒤따라가 아픈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에 가슴에 무언가 꽉 차는 느낌을 받는다. 글이 써지지 않는 타나엘은 한중수를 대상으로 말을 하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타나엘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선교사가 된, 그리고 선교사에서 해임된 까닭을 이야기한다.


어느날 나야의 생일 파티를 위해 장을 보고 집을 정리하고 한중수를 초대하는 핍은 밝고 들떴다. 다음날 한중수의 기대와는 달리 집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지나치게 고요하고, 다시 하루가 지나 한중수는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진 해안에 앉아 있는 핍을 본다. 그는 캉탕 축제의 마지막날, 나야는 3년 전에 죽어 해안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묻혀있음을 알게 된다.


축제의 마지막, 파다가 물에 뛰어든다. 바다에 뛰어든 파다는 모두 서른세 명, 그들 가운데 타나엘이 포함 되었다. 그러나 타나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  □  □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등장인물들이 안주하지 못하고 떠다닌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과거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몸무림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학교에 다닐 수 없을만큼 가난해 열여섯 살에 남의 집 머슴으로 들어가 열아홉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을 나온 핍. 그에게 삶의 의욕을 키워준 유일한 행위는 독서였고 '모비 딕'에 홀려 바다로 나가 세이렌(나야)의 노래소리에  끌려 캉탕에 몸을 던진 최기남 핍. J가 기억하는 (생서조림을 하고 보쌈을 만들어 내며 활달한) 핍은 나야가 죽으면서 사라졌다. 파다가 되어 캉탕에 몸을 던져 구원되었지만, 나야의 죽음으로 육신만 살아남은 최기남은, '모비 딕'에서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후 정신이 온전하지 않게 된 핍과 같은 선상에 있다. 


190.
"나는 죽은 사람이야. 죽은 사람은 움직일 수 없지. 나는 여기서만 산 사람이야. 여기는 죽은 내가 사는 곳이야."



젊은 시절 고향에서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온 후 오랜 세월이 지나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력한 살해 용의자가 되어 선교사에서 해임된 타나엘은 캉탕에서 소명서를 쓰는 중이다. 그러나 비록 그녀를 직접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가했던 잘못이 떠오르면서 글을 쓰지 못한다. 대신 그가 찾은 방식은 한중수에게 말로써 글을 쓰는 것인데, 기록으로 남는 글이 아닌 언어는 휘발된다는 사실에 선택했지만 이는 타나엘에게 고해성사처럼 되어버리고 오히려 자신의 '죄'에 대면하게 된다. 이는 희생자로 뽑힌 파다가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구원자가 되는 것처럼 타나엘은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파다가 된다. 



타나엘의 고백을 들으면서 내면 가장 아래에 깔려있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마주하는 한중수. 노름꾼 아버지를 인간 이하로 여겼던 것, 칼에 찔려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한 것, 그 누구에게도ㅡJ에게도ㅡ말하지 않았던, 그래서 자신을 노려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느껴왔던 것을 직시한다. 그 또한 파다가 되어 캉탕으로 흘러든 것이다. 


65.
캉탕은 익숙한 언어로부터 자기를 숨기기 위해 핍이 택한 장소가 아니었을까. 그 질문은 곧바로 그 자신을 겨냥하고 날아왔다. 핍이 자기를 마뜩잖아 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죄'와 '구원'의 근원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정도의 차이일 뿐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고, 구원받고자 한다. 철학이, 문학이,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이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고 완벽한 해법이 없기 때문일테다. 이러한 반복된 과정을 통해 인류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214.
바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고백들이 저 견고한 침묵 속에 묻혀 있는 것일까. 바다가 저렇게 검푸르고 탕탕하고 깊고 아득한 것은 그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 접하는 대만 작가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책소개에 기대가 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1.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죽어서 여길 탈출할 수 있으면 좋겠어. 


두 건의 사고로 사직을 한 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전직 경찰 팀 제이미슨. 지인이 추천해준 사설 경비직으로 취업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던 중 우연찮게 변두리 작은 마을 듀프레이에서 야경꾼으로 일하게 된다. 한동안 그의 업무 능력을 지켜본 보안관 존은 팀에게 정식 경찰직을 제안한다. 



□ □ □  



감성과 이성, 정서, 기억력, 무엇 하나 빠진 것이 없는 열두 살 천재 소년 루크. 루쿠는 영재학교에서도 천재성을 인정받아 SAT시험을 치르고 부모와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대학 입학을 기다리던 평범한 6월 어느날 한밤중에 자다가 납치를 당한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은 살해당한 부부를 발견하고 사라진 어린 아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루크를 찾는다.


루크가 눈을 뜬 곳은 '시설'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특별한 능력ㅡTP(텔레파시)와 TK(염력)ㅡ이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을 '징집'해 실험과 훈련을 시키는 곳이다. 루크는 운영자 식스비 부인으로부터, '앞 건물'에서 주사를 통한 실험과 육체적.정신적 점검을 지속적으로 받은 후 보통 3주가 지나면 대개 '뒷 건물'로 보내져 최장 6개월 동안 특정 임무를 수행하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삭제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징집'된 아이들은 굴욕감을 자극하는 가혹한 실험 및 점검과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명령을 어기면 잔인한 처벌을 받고, 외부 세계와는 전혀 접촉할 수 없으며 모든 의례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친절하다고 믿었던 청소부 모린의 비밀. 그러나 그녀에 대한 루크의 진심어린 걱정과 조언으로 모린은 루크에게 암시를 보낸다.


가벼운 TK라 여겼던 루크. 그러나 그들은 TK와 TP를 연계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었고, 루크는 가능성이 있는 실험체였다. 그들의 폭압적인 실험에도 불구하고 루크에게서 TP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루크는 자신이 TP가 가능해지고 있음을 안다.


며칠이 지났을까. 잔혹한 검사는 계속되고 그 사이 영웅같았던 니키와 부드러운 맏이 역할을 해주던 칼리샤가 '뒷 건물'로 끌려갔다. 루크는 감시자들 몰래 다크앱과 유사한 그리핀 사이트를 통해 외부 세계로 접속하고 자신의 부모가 피살됐음을 알게 된다.


'뒷 건물'로 끌려간 칼리샤, 절대적 TP 능력을 가진 에이버리, 비록 초능력에서는 '분홍색'이지만 다른 방면에서 천재 능력자 루크.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루크는 칼리샤가 에이버리를 통해 전달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간파하고 자신들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 알아낸다.


루크가 TP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과 검사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뒷 건물'로 보내질 날도 임박했다. 루크는 이제 탈출을 하고자 한다. 아니면 죽든가.








국제 정치에서 열강국의 우위를 지키고 자신들의 이익대로 세계를 조정하고 싶어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 초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감지된 아이들을 납치해 '국가를 위한 봉사'라는 명분으로 고문과도 같은 악랄한 실험과 검사를 반복하고 복종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폭력을 가하며 테러에 사용할 무기로 개조한다.


이 설정을 읽으면서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와 2차대전 당시 인체 실험에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과 인간만을 위한 동물실험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 혹은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발상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절대 악'으로 보여지는 그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다수결의 원칙은 바꿔말하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그 '소수'는 대체로 약자들임을 감안한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암암리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1권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처음 등장했던 팀과 루크의 조우가 예상된다. 1권에서 팀의 조력자가 모린이었다면 2권에서는 팀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부모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루크가 정치적으로 얽혀 있는 '시설'의 존재를 외부 세계에 어떻게 알릴 것이며, 실험체로써 고문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지 궁금증이 크다. 팀과 루크의 환상적인 케미를 기대해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가쿠간에서 발행하는 잡지 <클래식 프리미엄>에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첨가 및 재구성한 음악 에세이다. 
 
히사이시 조, 혹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음악을 모르는 이는 없을 터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작곡한 사람이며 클래식 음악 지휘자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그의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보니 음악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클래식 음악과 지휘가 주를 이룬다. 특히 2장에서는 악보 등 음악이론적인 부분, 4장에서는 음악의 역사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 음악의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한테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클래식의 중요성과 깊이를 음악에 입문 뒤 한참 후에 깨달았다. 어릴 때는 가요나 팝송이 더 친근했고, 중학교부터 대학 시절까지는 현대음악에 심취했다. 그런데 서른 전후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현대음악은 시종일관 어떻게 사고했느냐하는 문제만 다루기 때문에 상대방의 논리적인 허점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논파함으로써 자신의 음악 개념을 세우려 한다. 소리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어떻게 사고했느냐 하는 증거로만 존재한다. 아무도 그 음악을 듣고 즐거워할 사람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에 마음이 떠났다고. 결과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넘어선 듣는 이의 감정까지 고려하게되었다고 생각하면 될까?  
 
 
저자가 지휘를 시작한 이유는 작곡 활동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자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려면 제 손으로 그 작품을 지휘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클래식은 연주자, 지휘자, 청자 모두에게 들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나는 주로 청자가 되겠지만, 나 역시 같은 음악을 여러번 들어도 들을 때 마다, 그때의 감정에 따라서 감동이 전해지는 부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이 들리기도 한다. 또한 지식을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순수한 음악의 즐거운 체험을 위한 청자라면 어느 정도 노력과 인내를 갖추길 요구한다. 그러한 체험이 음악적 하루하루를 일군다면서. 
 
 
곡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점에서 해석이 생겨난다는 히사이시 조. 그래서 음악을 시각화한 악보와 음악을 전달하는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음악은 귀로 생각하는 것이고 시간축과 공간축에 세워진다. 가로선이 시간축, 세로선이 공간축이라고 하면, 리듬은 새겨가는 것이므로 시간상에 성립하고 하모니는 울림이므로 각각의 순간을 둥글게 썰어나가는 느낌으로 여긴다. 이른바 공간을 파악하는 것. 멜로디는 시간축과 공간축 안에서 만들어진 것의 기억장치다. 시간축의 산물인 리듬과 공간축의 산물인 하모니, 그것을 일치하기 위한 인식 경로로 멜로디라는 기억장치가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음악에 해당된다(p160). 저자는 수많은 현대음악이 본래의 멜로디와 하모디가 지닌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는 음악이 필요한 때라고 전한다. 
 
264.
음악은 구축하는 것입니다. 떠오른 생각을 차례로 이어놓기만 하다면 그저 음의 나열일뿐이지요. 그것들을 한데 묶는 요소가 필요해요. 

 
 
히사이시 조는 획일화된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음악 교육의 부재와 상업주의 사회에서 음악이 대량생산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그는, 음악은 시간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작품을 하나의 생명체라고 본다. 연주보다는 작곡에 더 기쁨을 느낀다는 히사이시 조. 지금이라는 시대 속에서 단순히 과거를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 돌아와 현재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사람. 그의 음악 세계를 응원한다. 
 
  
 
236.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업주의 속에서 음악은 정말 풍요로워졌는가? 사람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없이 인기 많은 사람이 여흥처럼 부르는 음악을(물론 그렇지 않은 진정한 가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취향에 호소'하는 대중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일까? 감동이 있을까? 컴퓨터로 음악을 정보화해서 정액 요금으로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음악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다. '상업화로 대량생산된' 음악의 미래가 이것이라면 세상에서 진정한 작곡가는 사라질 것이다(밥을 못먹고 사니까). 이제 미래는 없는지도 모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