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쫄지 마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세 개의 꼭지점에서 개별적 사건으로 출발하지만, 하나의 이벤트를 향해 가고 있다. 1차적으로 닉네임을 사용하는 범인과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를 밝히고 시작하는데, 읽으면서 궁금해지는 부분은 범인 '트리그'가 누구냐는 것, 그리고 그가 왜 자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미 죽은 자의 복수를 자발적으로 하고 있냐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종단에는 체포될 것임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골자가 정의실현을 명분으로 하는 무차별적 대리 살인인 것 같지만, 사실상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다고 읽힌다. 범죄 가해자 둘의 공통점은 가정폭력, 특히 가스라이팅 피해자라는 점이다. 한 명은 아버지로부터, 다른 한 명은 어머니와 광신도로 이루어진 교회로부터.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보호자가 되어 주어야할 부모의 그릇된 양육으로 인해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자녀. 소설은 사적이고 내밀한 관계에 있는 가족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비극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두 범죄자가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 이면에 깔린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과정은 그들이 감내해야했던 유년시절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가해자 서사에 섣부른 동정은 금물이라고는하나, 그들의 과거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범죄자뿐만이 아니다. 중년에 이른 사립탐정 홀리 역시 과거 어머니의 말을 현재까지도 잊지 못하고 상처를 되새긴다. 문득,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은연 중에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의도로, 자녀가 아직은 미숙하다는 이유로, 삶의 여러 부분에서 선택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닐까싶고. 이걸 가스라이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어른들 스스로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ㅡ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제 잇속으로 타인의 고통과 양심을 저버리는 자들.  
 
소설이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 두 명의 살인마가 활개를 치고 있는데, 정작 경찰은 자선 야구 경기에 더 열을 올린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대리 살인으로 애도하겠다는 정신 나간 사람, 경찰보다 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위험을 감지하는 사립탐정과 그의 동료들, 잿밥에 더 정신을 팔고 있는 경찰. 이 웃지 못할 설정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작가가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알고 있을 리는 만무하고,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이입해서 읽었다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비단 어느 한 나라에 국한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터다. 시의성 짙은 소설이다.  
 
스티븐 킹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본문만 600쪽 분량을 일요일 하루에 읽었다. 역시 가독성은 최고다. 




※ 도서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