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좋았고
비를 맞지 않아 좋았던
어제의 마음이
이리 쉽게 변하는 오늘
- 어제 내린 비 중에서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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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박주초 지음 / 작가와비평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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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가/ 더듬거리며 내딛은 걸음/ 더듬거리며 새긴 미래를/ 그 결과를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테다 -한 걸음 중에서


시집 제목이 책임이라니 왠지 시집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런데 왜라는 질문과 마주했다.

시집이라면 낭만적이어야 한다는 오래된 편견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나보다. 2026년이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됐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내가 갑자기 추운 동네로 이사와서 맞은 두 번째 겨울이다.

작년 겨울, 처음으로 알게된 겨울 바람의 위력에 깜짝 놀라 나름 준비를 했음에도 그런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더 차갑고 서늘한 추위가 찾아왔다.

연일 한파주의보, 외출을 삼가하라는 안전문자가 들어온다.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두문불출 중이다. 그냥 어느때보다 책읽기에 딱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마음만큼/ 조금 자란 손톱달의 밝음과/ 헤아려도 헤아리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 별들의 반짝임 보고/ 담아 둔 구름 꺼내/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몽골 아르항가이의 밤 중에서


얇고 가벼운 시집, 길고 먼 여행을 떠나는 듯 묵직한 소설이나 인문서를 펼칠 때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파란 하늘이 반가운 날, 소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시인의 이야기를 찾는다.

지구란 드넓은 세상에서 제각각 자신의 시간을 살면서 보고 들은 것, 느낀 것, 깨달음, 시간, 세월, 삶이 느껴진다.

여행을 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계절이 바뀌고, 문득 떠오른 기억, 추억의 순간들이다.


계절은 하룻밤 사이 변했는데/ 내 몸은 아직 어제에 있다 -환절야 중에서


단 한 문장으로도 우문현답인듯 풀어낸 시에 위트가, 철학이 담겨있다.

나를 보는 듯해서 찔끔하기도 했고, 요점인 듯 콕 찝어낸 이야기에 감탄하고 공감하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사물,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 행간을 보는 시선이 부러워진다. 그래서 시를 읽는다. 그래서 시가 좋다.

시집 한 권으로 충분히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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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의 시선이 머무는 그곳
옛 범이 힘찬 물결 휘감아 나가는
그곳을 건너갔듯
이제
우리의 깨달음은
행함으로 건너가자
- 차마고도에서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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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 세계척학전집 1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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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포이 신전 입구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이 격언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는 뭘 좋아하니?" "너의 강점은 뭐니?"가 아니었다. "너는 뭘 모르니?"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 그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아는 척을 멈추는 순간, 진짜 배움이 시작된다. -85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 세계척학전집 훔친 철학 편!

처음에는 책 제목을 잘 못 본 줄 알았다. 척학이 아니라 철학이겠지하며 말이다.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목차를 살펴보려는데 눈에 먼저 들어오는 주제이다. 철학, 인문학하면 떠올리게 되는 주제이자 질문이기도 하다.

프롤로그를 읽으니 참 흥미롭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돼지가 되겠는가,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겠는가.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던진 질문이다. 돼지는 행복하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만족한다. 내일에 대한 불안 따위는 없다. 소크라테스는 고뇌한다. 질문하고, 의심하고, 결국 독배를 마셔야했다. 솔직히 인정하자. 돼지의 삶이 더 평화로워 보인다. 그런데 밀은 말한다............... - PROLOGUE


이해하기 쉬운 접근, 현실적인 전개 그리고 삽화를 보면서 부담없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주어진 상황을 보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철학과 이론을 들었다.

물론 저마다의 상황에 맞추어 생각하고 답을 찾으려고 고민할 것이다. 그 과정도 즐기려고했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 노자의 무위자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카뮈의 부조리 등 평소 많이 들어왔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래서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이론들이 조금씩 풀리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좋게 읽었다.


시지프스는 산을 오른다. 바위를 민다. 정상에 도착한다. 바위가 굴러떨어진다. 그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다시 내려간다. 이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의 바위는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오늘 미소 지으며 그것을 밀 수 있는가? 선택은 당신의 것이다. -353


에피쿠로스는 묻는다. 억만장자와 정원사 중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어느쪽을 선택할지 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행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평소 내가 생각하던 중용이란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새길수 있었다.

실천적 지혜! 보편적인 이론, 지식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 상황마다, 사람마다 답이 다르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던 것이다.


공평, 행복, 죽음, 불안, 선택.... 우리의 삶과 이어지는 철학, 일상에서의 철학. 내가 선택하고 이루어가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알고 싶은 아니 아는 척하고 싶었지만 어렵기만했던 철학이 재미있어지고, 철학과 가까워진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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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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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괴로움에 살던 인생은 기다릴 수 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세월은 가도 우리는 삼월을 기다렸노라.

- 봄은 왔노라중에서


박인환 전 시집, 박인환 하면 떠올리게 되는 시는 역시 목마와 숙녀가 아닐까. 바람에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단발머리 소녀들에게 왠지 낭만적으로 들리는 시였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꿈꾸게 했었다.

올해는 박인환 시인 탄생 100주년, 서거 70년을 맞는 해라고 한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신문잡지등에 기고했던 미출간 작품들을 찾아 실었고, 영화 평론, 수필도 함께 수록하였다하니 더 의미있는 시집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밝은 밤이면/ 빛나던 수목이 그립다// 바람이 찾아와 문은 열리고/ 찬 눈은 가슴에 떨어진다// 힘없이 반항하던 나는/ 겨울이라 떠나지 못하겠다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중에서


장미꽃 덩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말과 소녀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책 표지와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 참 잘 어울린다. 시인의 짧은 생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세월이 가면'이란 시가 탄생한 그 순간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 볼 수도있었다. 영화를 사랑하고, 시인 이상을 좋아했다는 박인환 시인의 시와 생애를 따라가는 시간이었다.

시에 담긴 시인이 바라본 세상, 이야기가 있었다.


허나 지금/ 당신들은 불행하지 않으며/ 우리의 말은 빛나며/ 오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당신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옛날의 사람들에게


시는 물론 그림, 소설, 노래에는 작가 개인의 생각이나 철학 그리고 그의 삶과 경험이 담아내고 또한 그 당시의 역사, 시대상, 문화를 엿볼수가 있다.

6.25한국 전쟁을 겪은 사회, 폐허가 된 고향, 가족과 시인, 변해가는 사회의 모습,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 자연, 계절을 노래한 박인환의 시도 그랬다.

묵직하게 그려낸 시, 음울한 삶과 세상, 죽음, 겨울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봄, 행복, 자유, 미래를 기다리고 끔꾸었다.

부록으로 실린 시인 박인환의 생애, 박인환 시인의 생가, 시인이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 그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의 여행도 했다.

시인, 예술가들의 교류 장소였을 서점 '마리서사'가 있었던 자리, 인제에 있는 박인환문학관에 방문해서 가까이에서 시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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