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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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그는 지하실로 내려가 쌓여 있던 신문지 더미 위에 오늘의 신문을 내려놓았다. 그렇다, 일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지하실에 내려갔던 사람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신문지 더미를 보고 하나같이 놀라곤 했다. 그 모든 날들, 그 모든 세월, 그 잃어버린 모든 시간들이 그가 이 일을 시작했던 날부터 거기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13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예사롭지 않은 제목이었다. 왜?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닐스는 지금 다시 돌아지 않을 생각으로 집안을 둘러보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 딸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스며있는 집이기에 그와 함께 다니는 걸음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더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지, 가져가야 할 물건은 없는지 집안을 둘러보는 닐스를 보면서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한다.


그런 닐스에게 달려오는 루나와 함께 배에 오른다, MB마르타!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짙푸른 산호색의 피오르를 오가는 닐스를 상상해본다. TV를 통해서 본 압도적인 풍경을 떠올리면서.....

누구라도 닐스의 집을 찾을 수있었다. 캄캄한 밤에도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등대처럼 마르타는 모두가 잠든 밤에도 불이 켜두었으니까.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다. 다양한 장소로, 이런저런 인생의 사연들을 품은 사람들을 태워 주었던 곳, 닐스는 이제 마지막 항해를 시작하려한다.


그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성, 노래와 베이스 음을 들을 수 있었다. 문득 어느 여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우리에게 정말 한 계절 밖에 없는 걸까? 이 여름 한 철이 지나면 정말 끝이 나는 걸까? 그는 그것이 마르타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179


살아온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듯 그가 지나가는 길,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기억이 아주 오래 전 기억들이 선명하게 다시 살아났다.

이제는 만나야할 사람들, 태우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을 배에 태우고 그들의 사연, 기억을 듣는다.

그의 인생, 가족, 사람들, 변해가는 풍경, 세월 그리고 사랑......

어떤 순간, 머릿속으로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이 스쳐지나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닐스에게 바로 그런 순간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즈음에 만난 책, 더욱 깊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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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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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작성한 글입니다'



이제부터 좀 엄청난 편지를 쓰겠습니다. 모쪼록 도중에 던지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십시오. 왜냐하면 저는 이래봬도 몹시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편지 안에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지만, 입 밖으로 내면 너무 부끄럽고 겸연쩍고 다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요즘 청년들처럼 뻔뻔한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33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편지 교실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편지라는 단어에서 묻어나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이 좋다.

당연히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쓰는 시간이고, 서로 엽서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좋아서일테다.

고맙게 지금도 가끔씩 엽서를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 간단한 소식을 담아서! 전화나 톡을 받는 것도 좋지만, 예고도없이 도착하는 엽서나 편지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더 기쁘다.


제목을 보고 편지 쓰는 법이나 편지와 얽힌 재미있는 사연을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다섯명의 등장 인물둘이 편지를 번갈아가며 쓴 글로, 다소 의외이고 뜻밖의 형식으로 쓰여진 연애 소설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전후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탐주주의 작가였다.

영어 학원을 하는 미망인, 디자이너, 유명한 복식 디자이너, 영어 학원을 다녔던 학생 등 20대와 40대인 이들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얼키고 설킨 이야기, 나이를 초월한 그들의 별별 사연들,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말하기 힘든 금전 부탁이나 인생 상담, 러브레터, 병문안 심지어 영문 편지 쓰는 요령과 협박장도 있었다.

대필을 부탁하기도 하고 더러는 자신이 받은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그들을 보면서 그건 좀 이상하지않나란 생각도 했지만, 받은 편지를 보여줄 정도면 그만큼 막역한 사이란 뜻일테지.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떠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별의별 이야기를 다하게 되니까. 흥미진진한 그들의 수다, 이들에겐 장소가 아니 방법이 달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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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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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고 싶은 글이 많았다. 폴이 아닌 나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다. 문득 생각나면 또 읽고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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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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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신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인생을 주고 있다네. 다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제와 같은 삶을 살아갈 뿐이지." -125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새해가 되어서인지 유독 마음이 가는 제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푼 마음으로 새해 소망을 빌고 꿈을 그릴 때가 아닌가. 더구나 지금 나에게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으니까. 부디!! 그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꺼이 그들의 모험에 함께 했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의 작가였다. 다양한 일을 했고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로 치유받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고, 일하는 틈틈이 지하철과 카페에서 글을 썼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면서 앞으로도 따뜻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하면서 책을 펼쳤다.


어릴때부터 책읽기가 좋았다. 내가 가보지 못하고 살아보지 못한 삶과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간, 그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나가게 해주는 이야기,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웅장한 신화, 판타지의 세계가 다시 열리는 듯했다. 지도 한 장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고비, 겪는 과정이 그대로 그려져있는 것 같았다.

다시금 표지속 인물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진짜로 행복의 여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왜 아무도 행복의 여신을 찾으러 가지 않는 거죠?" - 18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년이 물었다. 사실 소년은 앞을 보지 못했다.

얼마 전, 길을 잃은 소년을 도와주고 말을 건 사람이 바로 노인이었다. 노인은 행복을 팔고 있다고 했다. "지금 자네 발 밑에 놓여 있지 않은가." - 29

거지행색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이상한 노인을 마을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렇지만 이 순간만큼은 소년처럼 믿고 싶었다.

"넘어지는 게 두려워 이대로 포기할 건지,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건지는 오로지 자네의 몫일세. 자네는 어떤 걸 선택하겠나?" -153


올여름이 유난히 더웠듯 올겨울도 유난히 춥고 시리다. 그런데다가 이런저런 마음쓰이는 일로 심란한 터였다. 모포가게에서 쫓겨난 폴, 거지 노인, 행복의 섬으로 가는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천사 프랫 그리고 팔 한쪽이 없는 사내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아니 행복의 섬이 정말 있을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심을 누르며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희망의 신전, 믿음의 다리, 꿈의 오두막, 자아의 동굴, 절망의 계곡, 불안의 숲, 용기의 바위, 좌절의 늪, 의심의 마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겪는 위기, 갈등, 고민, 실패, 도전, 희망....의 여정이었다.

밑줄 긋고 싶은 글이 많았다. 폴이 아닌 나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다. 문득 생각나면 또 읽고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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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오니 왕녀로부터 지금은 사라진 이 컬렉션 이야기를 듣고 나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열망해서 얻은 것들은 결국 우리의 손을떠나버린다는 것을.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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