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방꽃상 - 박미영의 교방음식 이야기
박미영 지음 / 한국음식문화재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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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꽃상은 남도풍의 서정이 깃든 독보적 맛과 멋을 지녔다. 아름다움에 반하고 맛에 취한다. -72


새빨간색의 화려한 표지, 색감도 예쁘고 맛깔나는 밥상, 꽃, 기녀들이 눈길을 끌었던 책 교방 꽃상이다.

3대 과방지기 집안에서 태어나 전통 손맛을 익혔고, 교방의 맛을 완성하기 위해 일일이 찾아다니며 완성했으며,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춘 전통 한식 전문가로 한식을 국제적인 음식문화로 격상시키기 위해 각종 행사와 강연, 저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교방 꽃상이란 말도 사실 처음 들었다. 그러니 고려.조선시대 기생을 양성했던 관아 기관인 교방, 교방이란 단어 자체도 낯설었다.

책을 받아들고 화려한 책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통 음식, 상차림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차서 책장을 넘겨보았다. 어라? 아쉽게도 그림으로 차려진 교방꽃상이었다.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보는 듯해서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실제 사진을 보며 눈으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려서 아쉽기도 했고 왜일까하는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진주성 비빔밥에는 진주의 역사와 혼이 담겼다. 군관민이 울먹이며 먹었을 전쟁터의 비빔밥은 절망과 허기를 채워준 최후의 만찬이었다. 진주성 비빔밥은 이 산하를 지켜낸 숭고한 생명들의 마지막 이야기다. -16 


비빔밥에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을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글을 읽는 순간 정말 놀랐고 숙연해지는 마음마저 일었다.

특히 진주비빔밥은 꽃처럼 아름답다 하여 화반이라고 했는데, 나물과 고명을 꽃처럼 올렸다고 한다.

콩나물, 고사리, 도라지, 호박나물, 무채 등... 생각만해도 군침도는 비빔밥인데, 18가지나 되는 진주특산물이 들어가며 각종 나물들을 무치고, 데치고, 볶았고 곱게 양념한 육회, 송이 버섯을 얹었다고 하니 화반이라 불리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교방찜, 약갈비, 장어구이, 전약, 교방꽃국수,약과, 신선로, 도다리쑥국..... 지리산과 남해 바다가 가까이 있어 식재료가 다양했고, 일찍 장시가 발달해 유통도 활발했던 진주의 지리적 위치또한 작용했으리라. 


3대째 이어오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레시피, 잔치 음식을 준비하고 장만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음식 철학도 이어받게 되었을 것이다.

옛문헌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당시의 역사와 생활상 그리고 음식 문화의 변화, 발달 과정 또한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양하고 좋은 약이 되는 우리 음식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건강에도 좋은 한식문화가 햄버거나 커피처럼 널리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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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책세상 세계문학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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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서 화구 상자와 이젤을 메고 봄날의 산길을 어슬렁어슬렁 걷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연명과 왕유의 시적 경지를 자연에서 직접 흡수해 잠깐만이라도 비인정의 천지를 거닐고 싶은 것이 소망, 일종의 취흥이다. -18


도련님,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라 얼른 손이 간 책이다. 풀베개, 서정적인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 아닐까 생각하며 펼쳐든 책은 산길을 올라가며 생각에 빠져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독백일까? 상상인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녹록치 않은 세상 살이와 예술 그리고 서른이 되는 동안 깨달은 행복과 사랑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인정人情, 비인정 非人情에 대해 공감도 하고 고개도 끄덕이면서 따라 걷는다. 짙은 안개 속, 인적이 드문 험한 산 길, 종달새 소리, 샛노란 유채꽃, 봄비..... . 그런데 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또 사생첩을 펼친다. 이 경치는 그림도 되고 시도 된다. -33

화구 상자를 걸치고 있는걸 보니 화가임에 분명하다. 봄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고요한 산길에서 읊어주는 도연명과 왕유의 시, 우리들을 잠시나마 속세를 벗어나 별천지에 이르게하고 한껏 여유를 느끼게 해주었다. 화가는 화폭에 아무것도 담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가 묘사해주는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화려한 서양화가 아니라 은은한 묵향이 퍼지는 수묵화같은 그림속으로, 볕이 잘 드는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고 싶은 경치 속으로. 조촐한 아침밥상이나 평범한 양갱도 그에게는 모두 아름다운 작품으로 그와 더불어 시, 미술, 음악 등예술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문을 나서니 상념도 많은데 / 봄바람이 내 옷깃을 스치네. / 향기로운 풀은 바퀴 자리에 자라고 / 인적 끊긴 길은 봄 안개에 희미하네. / 지팡이를 멈추고 바라보니 / 만물이 맑게 빛나네. -170 그 곳에서 만난 여인, 풍경, 사람들은 물론 연못가에 핀 붉은 동백 그리고 명자나무, 소나무까지.... 여전히 꿈 속같이 신비롭고 고요하다. 작가의 시선, 생각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보며 읽었던 시, 한시, 하이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이어질 짧고 간결한 댓구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덩달아 고민도 해보았다. 그렇게 세상을 잊은 듯 살아가던 이들의 여정은 불현듯 현실 세계로 안내한다. 요란한 기차 소리에 긴 잠에서 깨어나듯 우리가 살아가야할 피할 수 없는 일상, 현실, 문명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어설픈 나만의 감상은 끝났고, 작품 해설과 작품 연보 그리고 독후감을 읽으면서 아쉬운운 부분들을 채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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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라 스트라다 - 老의사가 걷고 바라본 유럽의 길
이철 지음 / 예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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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녁입니다. 길가에 가로등 불이 들어옵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여러 사연들이 움직입니다. 저녁 식사 메뉴부터 인생의 고난스러움까지. -43


노 의사가 걷고 바라본 유럽의 길, 라 스트라다!

어느새 8월이다. 기다리던 여름 휴가로 들뜬 사람들도 많을 테고, 벌써 친구나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을 떠나기도했을 것이다.

올여름 유난히 찌는 듯한 무더위로 쉬 지쳐버리고 만다. 한밤이 되어도 에어컨을 틀지않으면 한증막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매일 다니던 산책마저도 쉬고 있는 터여서 저자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 사람들, 멋진 건축물, 한가로운 거리를 보고 즐길수 있어서 반가운 책이었다.

말을 할 줄 모르는 미숙아를 대화가 아닌 세심한 눈과 마음으로 치료하는 노의사이면서, 나그넷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물들을 사랑의 눈과 마음으로 촬영하는 아마추어 사진사인 작가와 함께 걷는 시간! 


책을 받아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사진들을 먼저 보았다. 눈이 즐겁다. 여행가서 보았던 기억, 순간들이 더해져서 흐뭇한 미소가 피어난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보고 싶은 건축물,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익숙한 풍광......

한 낮의 뜨거운 더위는 잊고 로마, 스페인, 시칠리아, 프로방스, 그리스로 마음껏 여행길을 누려본다.

사진을 보면서 유적지, 건축물 등의 역사와 의미, 작가의 생각들을 마치 가이드와 함께 하는듯 세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어 가면서 걸었던 길인 아피아 가도, 구엘 공원, 아그리젠토 신전의 계곡..... 특히 가우디의 특이하고 아름다운 풍부한 상상력을 담은 건축물들은 꼭 보고 싶다. 


또한 낯설고 어렵던 단어의 뜻을 알고 나니 기억에도 남았고 건축물이나 주변 환경들을 한 번 더 눈여겨서 바라보게 만들것이다.

트레비 분수에서 '트레비'란 이름은 '세 갈래 길이 합쳐지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며, 알람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 몬세라트 수도원의 '몬세라트'는 카탈루냐어로 '톱니 모양의 산',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사그리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이며 '파밀리아'는 '가족'이란 뜻이다.

시원한 선풍기바람 아래서 누린 호삿길,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원형극장, 고흐, 돈키호테, 영화 로마의 휴일.... 순간순간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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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로워진 인류는 이동을 멈추고 한곳에 정착해 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나무로 지은 오두막들이 서 있는 마을이 화면에 나타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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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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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내 행동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해. 이번 일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집단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싶은 거야. 그게 내 행동의 동기야.' -164



언제나 우리의 기대만큼이나 기발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퀸의 대각선!

흑백이 대비되는 두 권의 책표지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볼때마다 나의 시선은 흑백의 음영에 따라 움직이며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보려한다. 이번엔 체스다!

체스 천재인 니콜과 모니카의 대결은 이제 체스판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니콜의 공격을 받았던 모니카에게 남은 상처가 너무나도 컸다. 그런 그녀의 야심찬 도전, 그러나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이대로 포기하려는 걸까,라는 의문을 잠시라도 품었다는 것이 무색해질만큼 조용한 공격이었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니콜 역시 아무런 의심을 품지 못할만큼 갑작스러웠고, 또다시 혼자서 탈출할 수 없는 공간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혼자 있는 상황을 견딜 수 없는 니콜은 분노와 좌절 사이에서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제 더이상의 대결은 불가해져버렸구나.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 그녀들의 복수에 대한 열망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잊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세계사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이어지는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만 나에게도 해야할 일이 있다.

잠시 책을 내려놓아야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 매력인가보다.

집단으로 뭉쳐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니콜, 이와 반대로 뛰어난 개인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모니카 이렇듯 세계를 보는 관점이나 신념이 상반된 그녀들의 행보를 보면서 나역시 잠깐이나마 고민을 해보곤 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수 없었던 그녀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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