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책세상 세계문학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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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서 화구 상자와 이젤을 메고 봄날의 산길을 어슬렁어슬렁 걷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연명과 왕유의 시적 경지를 자연에서 직접 흡수해 잠깐만이라도 비인정의 천지를 거닐고 싶은 것이 소망, 일종의 취흥이다. -18


도련님,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라 얼른 손이 간 책이다. 풀베개, 서정적인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 아닐까 생각하며 펼쳐든 책은 산길을 올라가며 생각에 빠져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독백일까? 상상인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녹록치 않은 세상 살이와 예술 그리고 서른이 되는 동안 깨달은 행복과 사랑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인정人情, 비인정 非人情에 대해 공감도 하고 고개도 끄덕이면서 따라 걷는다. 짙은 안개 속, 인적이 드문 험한 산 길, 종달새 소리, 샛노란 유채꽃, 봄비..... . 그런데 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또 사생첩을 펼친다. 이 경치는 그림도 되고 시도 된다. -33

화구 상자를 걸치고 있는걸 보니 화가임에 분명하다. 봄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고요한 산길에서 읊어주는 도연명과 왕유의 시, 우리들을 잠시나마 속세를 벗어나 별천지에 이르게하고 한껏 여유를 느끼게 해주었다. 화가는 화폭에 아무것도 담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가 묘사해주는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화려한 서양화가 아니라 은은한 묵향이 퍼지는 수묵화같은 그림속으로, 볕이 잘 드는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고 싶은 경치 속으로. 조촐한 아침밥상이나 평범한 양갱도 그에게는 모두 아름다운 작품으로 그와 더불어 시, 미술, 음악 등예술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문을 나서니 상념도 많은데 / 봄바람이 내 옷깃을 스치네. / 향기로운 풀은 바퀴 자리에 자라고 / 인적 끊긴 길은 봄 안개에 희미하네. / 지팡이를 멈추고 바라보니 / 만물이 맑게 빛나네. -170 그 곳에서 만난 여인, 풍경, 사람들은 물론 연못가에 핀 붉은 동백 그리고 명자나무, 소나무까지.... 여전히 꿈 속같이 신비롭고 고요하다. 작가의 시선, 생각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보며 읽었던 시, 한시, 하이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이어질 짧고 간결한 댓구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덩달아 고민도 해보았다. 그렇게 세상을 잊은 듯 살아가던 이들의 여정은 불현듯 현실 세계로 안내한다. 요란한 기차 소리에 긴 잠에서 깨어나듯 우리가 살아가야할 피할 수 없는 일상, 현실, 문명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어설픈 나만의 감상은 끝났고, 작품 해설과 작품 연보 그리고 독후감을 읽으면서 아쉬운운 부분들을 채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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