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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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그린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언어 대신 

선이나 형태, 색을 쓰는 거지. -1권 538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끌림. 그리고 작가는 바로 무라카미하루키가아닌가.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쳐들었다. 

아주 평범한 초상화 화가인 나는 지금 아내에게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이혼 

통보를 받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여행 중이다. 

초상화가로는 평이 꽤 좋았고 결혼 생활도 별문제없었는데 이렇게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길 위로 나서게 된 것이다. 정처없이 이리저리. 초상화 의뢰도 중단시켰다.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사실 그가 초상화 그리는 방식은 꽤 독특하다. 의뢰인을 계속 모델로 앉혀놓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자연스럽게 서너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포착한 

그 사람의 특징, 특색을 기억해두었다가 화폭에 옮겨그리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타고 다니던 차도 길 위에서 운명을 다했고 이젠 어딘가에 자리를 잡아야 

할 때, 마침 친구 아버지가 지내시던 집에서 임시거처 하기로 했다.

마음이 복잡한 사람 특히나 화가에게 이렇게 적당한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산 중 노화가의 집.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느날 특이한 초상화 의뢰가 들어온다. 그동안 그려오던 방식과 다른 조건으로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했다. 그가 바로 맞은편 골짜기에 사는 멘시키씨였다.

그 역시 아주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락에서 '기사단장 죽이기' 그림을 발견했다.

노화가의 집에서 발견한 유일한 작품으로 단번에 그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이하고 믿을수 없는 사건들.

단조롭고 평화로울 것만 같아던 그의 산 중 생활 속으로 그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상하리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했다.

우연히 머물게 된 노화가의 집, 천장 위에서 찾아낸 그림, 기사단장과의 동거, 나를 

불렀던 방울, 기이한 구덩이, 멘시키씨, 마리에 그리고 죽은 여동생까지 모두가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마치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눈과 귀를 막고 끝까지 모른 채 외면할 수 있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까. 하지만 

모름지기 사람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판도라 상자를 열게 되어있다. 내가 아는 한은.


"제군은 나를 그 구덩이에서 꺼냈네. 그리고 지금, 제군은 나를 죽여야 해. 안 그러면 고리가 

닫히지 않거든. 열린 고리는 어딘가에서 닫혀야 하는 법이네. 다른 선택지는 없네." - 2권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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