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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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은 갑자기 이제껏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왔다. 그것도 남편때문에 갑자기.

그리고 지금 막 일자리를 알아보러 온 참이고 우리도 그녀와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익숙한 환경, 익숙했던 사람, 늘 그래왔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수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것이고 또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갑작스레 경로를 이탈하게 된 건 나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

쏙쏙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근 4년여 동안 해왔던 주말 아르바이트가 며칠 전에 사라졌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현실에서의 충격을 적지 않았다. 오늘이 그 첫날이라 아마도

더 그런것 같다.

그래서인지 문을 열고도 선뜻 들어가지 못한 채 상체만 기웃거리고 있는 브릿의 모습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주말의 여유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찾았다고 생각하고자했건만

뭔가 헛헛한, 할 일을 못하고 있는 듯한 조바심은 그녀가 틈만 나면 과탄산소다로 청소나

빨래를 하는 것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녀의 고지식하고 교양에 어긋나지않는 재촉으로 겨우 얻게 된 일자리는 사실 별것 아니었다.

그 첫 날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은 그녀와 내가 처한 상황만큼이나 최악이었다. 물론 처음 만난

동네 주민들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거의 투명인간인듯 그녀를 외면했고 그녀는 자신이 평생 그래왔듯이 청소하고 빨래하고 청소를 했다.

그 와중에도 브릿은 틈만 나면 익숙하고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서서히 브릿과 마을사람들은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은. 사람들의

관계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깜깜한 공터에서 자동차 불빛에만 의지한 채 공을 차고, 빈 깡통으로 골대를

세워 놓아도 신나게 공을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브릿마리의 마음 속에서 평생 잊고

있었던 자신, 자신의 꿈, 어린 시절, 가족들 그 모든 것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녀나 퇴락해가는 브로그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꺼져가던 불씨가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는 세상 모든 일에 있어서 남편이 늘 우선이었기에 남편을 기다리고 남편의 뜻에 따라

평생 살림만 해온 브릿마리. 그녀는 지금 남편때문에 안락한 집이 아닌 브로그에 있다.

우린 어쩌면 결혼해서 살면서, 바쁜 직장 생활, 성공을 쫓아다니느라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것이고 잃어버렸던 자신감, 꿈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난 브릿에게서 어떤 이야기, 어떤 결말을 기대한 것일까, 아직도 마지막 책장을 덮은 손에

아쉬움이 묻어 있다.

그녀가 찾아간 그녀만큼 까칠하고 외롭고 막다른 골목길에 서 있었던 이들이 이루어낸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여기서 멈추는 것만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다. 아니 사실 끝은 아님을 안다.

표지를 본 이들은 모두 우리의 브릿마리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오베씨에 버금가는 위인(?)이란 걸 금방 깨닫게 되리라.

그녀와 함께했던 유쾌한 그리고 가슴찡한 이야기가 아마도 꽤 오랫토록 우리 가슴에 아릿한

여운을 남겼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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