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소포타미아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하지만 나는 이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라이드너 부인이 두려
워하고 있는 것은 바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85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주인공은 미스 마플과 포아로다.
두 사람 모두 매력적인 인물로, 사실 나는 책이 아니라 새벽마다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드라마에서 그들을 먼저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탐정
이야기인데다 영어공부(미드로 귀가 트이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터였다)
도 할겸 보기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면 어느새 스토리에 푹~ 빠져들어서는
자막읽느라 늘 바빴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포아로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런지 궁금하다.
나는 포와로라는 이름만 들어도 팔자 수염, 독특한 걸음걸이와 말투, 작은 키에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몸매와 지팡이가 떠오른다.
제목과 표지에서 암시하는 바가 많을테니, 책을 받아들고서 한참동안 들여다
보았지만 뭔가 힌트될만한 것은 하나도 짚어내지 못했다.
화자 즉 나는 레더런 간호사다. 발굴일을 하고 있는 라이드너 박사의 부탁으로
그의 아내의 간호를 의뢰받고 바그다드에서 하나시에로 간다.
그곳에서 발굴단들과 함께 지내면서 박사의 아내인 루이스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작업에 관해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알아가는 중이다.
사람들은 루이스가 상상 혹은 망상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간호사로 꽤 영민하
기도한 나는 그들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해낸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그동안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뒤 안타깝게도 살해당하고 말았다.
물론 같이 지내던 모든 이들이 범인이 아닐까 의혹을 받고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불안하고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드디어 포아로의 등장이다. 물론 그를 처음 만난 이들은 그의 외모를 보고 대개
의혹의 시선을 던질 것이다. 나처럼.
아 참, 발굴단이 지내는 숙소는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란 걸 미리
말해 두어야 겠다. 입구는 단 하나, 아치 문을 지나야하기 때문이며, 그 말은
바로 함께 지내왔던 발굴단원 중에 살인범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막상 사건이 벌어지고 나니 그간의 모든 정황과 주변 사람들이 의심스러웠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나는 살인범이 그 방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우리와 함께 앉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우리 중의 하나가.... -152
서로가 서로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 서로 믿을 수 없다는 것,
내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자신들의 비밀이 드러날까
하는 두려움이 뒤섞인 채 함께 지내야하는 그 자체가 공포였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푸아로가 사건을 풀어가는 동안 옆에서 조수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나 역시 푸아로와 함께 다니며 모든 인물들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 밖에 없었고, 내 나름대로 범인을 추리해봤지만 역시... 틀렸다.
푸아로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언제나처럼 기가 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8월의 폭염, 한 낮의 찜통 더위를 이렇게
포아로와 함께하면서 잊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