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 표지를 보면서 우리는 이미 많은 정보를 얻었다.

깐깐하고 까칠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라곤 전~혀 듣지 않을 것 같은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일 것만 같은 남자다.

그런 오베의 속마음, 그의 아픔, 그의 사랑, 그가 살아온 기억들을 함께 하면서 얼마나 웃고 울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책을 읽다가 우는 건 좀 나은데 책을 읽으면서 웃는 건 나 스스로도 웃기고 민망한 상황임에도 그와 함께 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집에서 혼자 읽다가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야 한껏 소리높여 같이 웃으면 될일이지만,, 어제와 같이 공공장소에서 갑작스레 마주한 상황은 나도 모르게 '큭' 소리를 낮춰야했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꾹 누르며 참아야 했던 것이다.

 화요일 밤이다. 그는 신문 구독을 취소했다. 라디에터를 껐으며 집 안의 불도 모두 껐다. 내일은 저 천장에 고리를 설치할 것이다.-39

좀처럼 미워할 수 없는 아니 너무도 다정하고 멋진 오베를 알게되서 정말 반가웠다.

동네 사람 누구도 무뚝뚝하고 까칠한 그에게 말을 건다거나 함께 어울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날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의 참모습을 알게 해준 운명같은 만남이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오베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그녀, '파르바네'가 옆집으로 이사온 날.

그날 이후로 오베의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 아니 그가 오래토록 하려던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세상 누구의 일에도 관여하지않은 채 조용히 아내 곁으로 가려는 그의 바램은 아무래도 쉽사리 이루기 힘들것 같다.

그녀와 그의 친구(?)들이 날마다 자살을 하기위해 눈을 뜨는 오베를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아, 고양이도 있다. 마치 오베가 뭘하려는지 꿰뚫어보는 듯,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읽어내는 길고양이까지.

오베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이웃, 즉 방해자들이 생긴 것이다.

 그녀는 종종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하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게 그건 '누군가'였다.-114

 사랑하는 소냐를 잃었고 자신의 평생을 바치며 다닌 직장에서 쫓겨난 오베에게 어쩌면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를 살게하고, 미소짓게 하는 그녀들, 이 세상에서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이겨내는 사랑스런 그녀들이 오베의 곁에 있었다. 소냐와 파르바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끝끝내 울고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