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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맛있는 음식 이야기 혹은 맛집 이야기를 그려보며 책을 펼쳐본다.
이미 만나본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처럼 소란스럽지않고 조용하지만
부드러우며 잔잔한 분위기를 가졌으리라.
그것이 따뜻한 주스일 수 있는 이유는 레시피에 있지 않고 허용의
마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했던 대로 달콤하고 따끈하고 깊은
맛이었지만, 조금은 쓸쓸한 맛도 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18
이 책엔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하는 음식에 얽힌 사연과 추억, 풍경
그리고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따뜻한 주스라니 상상이 가지않는 맛이지만 왠지 어떤 맛일지, 어떤
의미일지 조금은 그려볼수 있었다.
이처럼 설을 맞아 집안 대청소를 하고 장을 보는 모습, 어릴적 가족들과의
추억, 뜻밖에도 길치에 기계치인 그녀가, 때론 조금 엉뚱해보이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분위기에 맞장구치고 취해서 난 또 어느새 내 생각,
내 기억 속으로 빠져들곤 한다.
작가이고 주부, 아내이면서 딸인 그녀의 모습이 내가 사는 모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평범한 일상, 기억들을 엿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어릴적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 그중에서도
특히 들깨가루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 나물들이 먹고 싶고 싶다는 정도를
넘어 눈물이 날만큼 그립고 생각날때가 많아졌다.
또 여행을 가다 우연히 들렀던, 심지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식당에서
먹었던 그 맛을 떠올리며 안달을 하기도 한다.
왁자한 분위기, 웃음과 그 맛 때문인지 아니면 그 때가 그리워서인지...
시합 후에 먹은, 친구 부모님이 보내주신 삶은 옥수수도 놀랄만큼 맛있었다.
깨물면, 웃지 않을 수 없는 뭔가가 입속에서 톡톡 터졌다.-222
이 글을 보면 누구나 절로 옥수수를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것이다.
아~ 옥수수를 먹는 맛과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보니 길치를 갈치로 잘못보고는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며
혼자서 한바탕 웃기도 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요즘엔 맛있는 집을 발견하면 꼭 엄마와 함께 가서 먹는다.
음식 솜씨가 꽝인지라 내가 직접 해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렇게라도 엄마와 공유할
수 있는 맛, 시간, 공간,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와 이야깃거리가 하나둘
늘어가고 쏠쏠해져서 더 즐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