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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눈빛을 지닌 사나이와 호랑이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겨울로 막 들어서는 스산한 계절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도 이미 알고 있듯이 운명이란 거스를 수가 없나봅니다.
7년간 기다리고 기다렸던 복수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산과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
다는 듯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산을 이끌고 주위를 맴도는 백호, 흰머리.
오로지 복수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산에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너무나도
혹독하고도 아름다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호랑이에 대해서는 아니 흰머리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잘 알고 그 속내까지 읽어내는
산을 이해하는 사람은 고작 몇 명뿐이었지만 뼛속 깊은 곳까지 사무치게 시리고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주는 그들이 있어서 행복했을 것입니다.
맹수와 일대 일로 마주치면 둘 중 하나요. 죽든가 죽이든가. 밀림의 이치요. 어떤
이는 무정하다 비난도 하지만, 정이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요. 살고 죽음이 그 짧은
순간에 결정되는 거니까. 죽은 자는 영원히 밀림 속에 머물고 산 자는 또 다른 대결을
향해 나아가는 법이오. - 1권 359

한 폭의 멋진 풍경화처럼 펼쳐진 개마고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경쟁.
굵직굵직한 붓으로 획을 긋듯이 펼쳐지는 이야기.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조마조마하고 가슴떨리는 이야기.
설마설마하면서 아찔해서 눈을 질끈 감아야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춥고 팍팍한 겨울을 나야하는 개마고원 포수들의 삶을, 힘들고 서러운 시절을
살아가는 삶을 엿보며 정신없이 책에 푹~ 빠져 지냈던 시간이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와 아픔, 고통을 주었지만,
또 그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는 이는 세상에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연이 또다른 우연으로 이어지듯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불러왔지요.
산이 그토록 복수를 꿈꾸며 잡고 싶어했던 흰머리에 대한 무한한 애증.
또 산만큼이나 그를 잘 알고 있는 흰머리 사이에 이어져 있어 끊을래야 절대
끊을 수 없는 교감.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서 있는 사랑스런 그녀, 주홍.
너무도 춥고 서러웠던 구한말, 개마고원의 밀림이 아닌 경성 거리에서, 인왕산
에서도 당당한 기상을 잃지 않고, 속울음을 울어야했던 우리들대신 시원하게
큰소리로 세상을 향해 포효하던 산과 흰머리.
차가운 바람과 하얀 눈으로 덮인 광활한 개마고원에서 쫓고 쫓기며 펼쳐지는
한 편의 멋진 영화를 감상한 기분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영물이라 불리었던 백두산 호랑이가 그 곳에 있었습니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는겉보기엔 사소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지만, 그것들을
소중히 다뤄 제자리에 끼워 모서리에 채우고 변을 메우고 중앙을 막으면 완벽한
하나의 그림이나 사진이 되오.-2권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