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윤대녕 산문집
윤대녕 지음 / 푸르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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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때 제목과 표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지요.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가을이 깊어가는 탓인지...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내 인생에 극적인 순간은 언제였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다가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매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이란 나름대로 멋진(?)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아니면 큰일날것 같았던 순간도,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던 순간들도, 가슴이 
벅차오르던 감동의 순간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희미한 기억속으로 사라져갔으니... 

 

지난 토요일 광안리에서 불꽃 축제를 보았습니다.
어쩌다보니 상상도 못했던 백만인파 한 가운데에 같이 있었지만, 1시간이란 시간이 
정말 10분 아니 5분 같이 눈깜짝하는 사이에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나이도 잊은 채 꿈꾸는 소녀처럼 하늘을 쳐다보고 탄성을 지르고 아름답고 화려한 
불꽃을 쳐다보며 황홀해하고 사그라져가며 여운처럼 남겨진 잔상들이 흐려져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이에....
마치 우리들 인생처럼.

새삼스럽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에 대해서.
한 순간 한 순간이 마치 축복처럼 다가왔다가 새벽의 그림자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감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영원한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마다
매순간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며.........(
중략) 67-68



단풍이 곱게 물든 가로수들이 눈물나게 아름답습니다.
넓은 들판을 황금색으로 탐스럽게 가득 채운 들판을 보면서,  파란 하늘에 
흰구름과 바람이 제멋대로 그려댄 작품에 또  시선을 빼앗깁니다.
요즘은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산문집을 읽으면서 어느때보다 더 감성적인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을 손에 잡으면 단숨에 읽어내리는 편인데.... 
이 책 만큼은 그렇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작가의 이야기에,  내 가슴속 깊이 자리잡은 채 흐릿해졌던 기억까지
더듬어서 보태가며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야 했으니까요.

된장국에서 진한 냉이 냄새가 났다. 그것은 기다림의 냄새였다. 그동안 나는 너무나
많은 짐을 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만큼 힘든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풀에 길을 잃고 말았던 것이리라. 그러나 기다리는 삶보다 더 힘든 삶은 
없다는 것을 이번에 나는 알게 되었다.-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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