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여자 전혜린 - 그리고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개정판
정도상 지음 / 두리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어디서 났는지 정확한 기억도 없는 책 한 권이 평생 지울수 없는 기억을 낙인처럼
남겨주었지요.
책으로 만난 그녀는 독일이란 낯선 나라, 주황색빛 가스등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진한
외로움을 내 기억속에 깊숙히 새겨 놓았습니다.
단발머리 여학생이 작은 이층 다락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책 읽기를 좋아하였지만 그때는 철부지고 어렸기에 그녀의 이야기는 크나큰 충격이었지요.
몇 번의 이사를 하는동안 처음 나에게 왔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 책을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모른답니다.
그리곤 오랜 시간을 두고 문득문득 그녀의 이야기를, 그 책을 떠올리곤 했었지요.
이제 많은 시간이 흘러 소설로 다시 만났습니다.
그녀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 그대로였기에, 가을을 타는 나에게
여전히 진한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증을 고스란히 전해주었고, 책을 읽는 동안 또
한차례 몸살을 앓아야 했지요.
최초의 여자 독일 유학생으로 낯선 타국에서 그녀가 겪어야 했을 가난과 외로움, 그리움
이 비록 몇 백분의 일 밖에 안되겠지만 마치 그녀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 듯이..
’생의 한가운데’, ’압록강은 흐른다’를 번역하였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란 불후의 수필집으로 많은 사랑도 받았습니다.
천재로 불리던 그녀에게는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이루지못한 간절한 꿈이 있었지만 그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채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던 것이지요.
눈을 뜨면 습관처럼 TV를 켜고, 머리맡에 두었던 책을 또 다시집어들고 읽는 내 귀로
믿을 수 없는 소식이 흘러들었습니다.
아침 뉴스말미에 속보로 간단하게 전해진 소식에 전율을 하며 온 몸을 떨어야했지요.
행복전도사로 불리었던 최윤희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그 이유였습니다.
나이답지 않은 유쾌함과 순수함을 지녔다고 느꼈던 그녀에게도 드러내놓고 말 할 수
없었던 아픈 고통이 있었던게지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외양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삶의 무게.
우리가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그 무게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불꽃같은 삶을 살았기에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충분히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