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란 화살표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어떤 뜻이 담겨있늘걸까?
혼자서 궁금해했었던 그 의문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싱겁게 풀렸어요.
산티아고를 찾은 순례자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친절한 길 안내자였더라구요.

소설가 ’서영은’ 하면 연관검색어처럼 ’김동리’씨를 먼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나로선 그정도로만 알 뿐 개인사에 대해 깊이 아는 바도 없었던터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녀에겐 평생의 굴레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엔 그녀의 40일간 산티아고 도보 순례기가 담겨 있습니다.
2008년 예순다섯의 나이에 유언장까지 남기고 떠난 그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모든것
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하는 진정한 순례의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요즘들어서 이렇게 걸어서 여행하는 책이 좋아지는 건 왜일까?
노작가의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의문입니다.
여행서에서 내가 바라는 내용은 눈을 뗄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경관, 맛있는 음식, 문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따뜻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걷는 동안 잠깐잠깐이라도 자기자신과의 만남, 자기자신과 나누는 둘만의
대화가 부럽기도 한것이 요즘의 나에게 아주 절실하게 필요했었나 봅니다.
그야말로 모든것을 정리하고 떠난 노작가와 함께 하는 순례길에서 그녀의 생각을,
그녀의 사랑을,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확실하게 깨달았지요.
기나긴 순례길을 타인과 함께하기란 쉽지않을거란 것쯤이야 충분히 예상을 했었지만,
가까운 지인이면서 기꺼이 안내역할을 자청한 치타와 함께한 시간들을 한마디로
불편하였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 순례를 시작할 때는 노란 화살표대신 앞서가는 치타의 흔적을 쫓으며 길을 걸었지요.
그러다 잠시 놓쳐버렸을 때에야 그동안 잊고 있었던 노란 화살표를 찾으면서 홀로 걸었던
그 길고도 짧았던 길이야말로 아주 소중하고 참된 시간이었을 거라 짐작을 해봅니다.
인생의 위기를 걷기로 극복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기꺼이 걷기를 선택했다는
저자의 말이 나에겐 자극제처럼 다가왔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대신 베낭을 지고 걸어가는 길이기에, 가벼운 비닐봉지마저 무게를
덜기위해 버리며 걸었던 그녀의 순례길에 함께 할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같이 숲길을 걷고, 같이 비를 맞기도 하고, 때론 길을 잃기도 하고, 딱딱한 침대에서 기꺼이
불편한 잠을 자고, 순례자에게 나누어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에도 감사하며 걸었던 그 길에서 노작가가 만난 성스러운 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