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하면 왜그런지 낭만이란 단어가 숨어있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제게도 나름 사연이 있는 곳이지요. 신혼여행을 갔었는데 갑자기 눈이 아파서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 한 채 돌아와야 했고, 또 얼마 전엔 하얀 눈이 쌓여 아름다웠던 한라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미끄러져서 어깨를 다쳐 오랫동안 고생하기도 했었지요. 딱히 좋은 추억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 기억들 속에 섞여 남아있는 아름다운 경치들이 순간순간 저를 유혹하고 또다시 오라고 이렇게 손짓을 하네요. 올레길이란 이름으로....부담가지지 말고....천천히 걸어보라고 말이죠. 저자를 따라 걷는 그 길엔 비움과 다시 채우기, 산과 하늘, 바람과 돌 그리고 바다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산에서는 등산로를 안내해주는 색색의 리본들이 나뭇 가지에 매달려 있다면, 올레길에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투박하고 소박한 화살표가 함께 하고 있네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보면 처음엔 아름답고 평화로운주변 경관들이 눈에 들어올테지만, 어느순간부터는 자신과 마주하게 되겠지요. 마음 속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제대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시간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말이죠. 걸어서 가자면 1시간정도 걸리는 사무실까지 운동삼아 살도 뺄겸해서 일찍 집을 나서서 걸어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열악한 환경. 도로는 점점 넓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사람이 마음놓고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고 많이 놀랐었지요. 정말 아찔할 정도로 쌩쌩 달리는 차들 옆으로 걸어다니기엔 너무도 열악하고 위험천만한 길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어쩔수없이 포기하고 말았지만, 올레길처럼 편안한 길이 있다면 기꺼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아침시간을 즐기고 싶은 욕심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저 길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내일 난 또 어떤 하루를 살게 될까요? 우리의 인생처럼 살아온 세월처럼, 이렇게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그 길은 또다시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을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