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냄새
양선희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성큼 다가온 봄에 날아든 선물같은 책입니다.
결혼하고서는 서툰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직장까지 다니다 보니 
사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로 문안드리며 만족해야했던 시간들을 보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어느새 성큼 커버렸고,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동생 직장을 따라 
우리집 근처로 이사오신 엄마.
오랫동안 터주대감처럼 살아오시던 동네를 떠나 갑자기 타향살이(?)를 하게 되신 
엄마에게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제게 온 것입니다.
낯선 곳에, 그것도 큰 도시에서 작은 도시로 오시다보니 모든게 불편하고 외로우셨을 
엄마는 고향에 잠시 다니러 가실라치면 벌써 목소리부터 달라지셨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엄마와 함께 가까운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봄꽃이 활짝 피면 
꽃길을 따라 걷고, 여름이면 저녁을 먹고는 해안선을 따라서 걸으며 
별별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함께 보낸 시간이 어느새 3년.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어렴풋이 제게 남아있는 묵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남을 느낍니다.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었기에  4남매를 키우느라 고단하셨을텐데도
정도 많으시고 알뜰하시고 손맛도 유난히도 좋으셨던 엄마. 
아직도 열병처럼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이 미치도록 그립고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편지와 함께 엄마한테 드려야지!" 

 엄마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제 마음 한켠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던 
빛바랜 이야기들이 슬금슬금 떠오르고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그래, 그랬었지.’하며  엄마와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도 늘어납니다.
거울을 보면서 점점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도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엄마가 더 생각나는 건 왜 일까요?
제가 운전을 하지 못하는지라 직접 모시고 여행을 하지 못한게 늘 마음에 걸려서 
올해는 묵혀두었던 면허증을 꺼내 꼭~ 운전을 하고말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맛있는음식으로 소문난 곳, 엄마가 가고 싶으신 곳을 함께 여행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기 때문이지요.

"사진은 뺄셈이다!"
사진을 찍을 때 원하는 것을 부각시키고, 나머지 것은 과감하게 빼버리라는 말이었지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저 자신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과감하게 버려야 되는 것을 너무 많이 싸안고 사는........ 
물건이든 감정이든 일이든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될텐데 
아직도 저는 너무 많은 욕망의 보따리를 이고 지고 사는 것 같아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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