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2009년 12월에 만난 반가운 책입니다.
금방이라도 반가운 손님을 태우고 강건너 가고 싶어하는 저 나룻배(?)를 보면서 저물어가는 한 해를 그리고 그동안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옷깃만 스쳐가도 인연이라 했는데..........어쩌구하는 노랫말처럼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때로는 너무너무 반갑고 때로는 만나지 말았으면 했었던 인연들이 한둘은 아니었을것입니다.
저는 지방에 사는 지라 통근버스처럼 일정한 시간에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답니다.
같은 시간에 늘 만나는 사람들, 어디서 내리는지 자연히 알게 된 분들, 내리다 삐끗하는 걸 보게되면 걱정이 되어 안부를 묻게 되고, 안보이면 무슨일이 있나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사소한 집안일이며 근간의 있었던 일들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정말 어느날 문득, 성도 이름도 모르면서 어찌 이런 사이가 되었는지 저스스로도 의아해지고 신기해 한적이 있었을정도랍니다.
오늘은 전화번호라도 물어봐야지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내려야할 정류장이고, 어떤날은 수다떠느라 정류장을 그냥 지나칠뻔하기도 하지요.



그러고보니 올해는 많은 인연을 맺었네요. 
조카사위,  직장 동료들, 도서관에 일하시는 분들,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이웃........
처음엔 조금 어색하고 눈인사만 하다가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어느새 같이 공유하게 되는 사이가 되다니.
 인연이란 참으로 신비롭고 오묘한 이치라 생각됩니다.
생판 모르던 남남이 어떤 관계고리가 형성되어 사소한 일들까지 같이 기뻐하고, 때로는 같이 눈물을 흘리며 등을 토닥거려주는 사이가 되니 말입니다.



우리와 사는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저도 그립고 그리운 그 시절 제가 간직한 추억속으로 빠져들곤 했습니다.
서로 방향이 다른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서너정거장을 예사로 걸었던 그때,
설악산 대청봉에 겁없이 도전했었던 직장동료들.
백일도 안 된 아이를 들쳐업고 서예 배우러 다니던 나를 어여삐 봐주신 언니들,
첫 눈에  이사람이구나’ 하고 딱 알아보았던 남편.
힘겨운 살림에도 우리를 배부르게 거둬먹이느라 애쓰시며 뒤돌아 눈물 닦으셨을 엄마,
지금도 생각만 하면 눈물부터 핑~ 도는 아버지, 아버지!

혼자 단발머리를 나폴거리며 다니던 길,  주절주절 꽃, 나무, 새, 하늘, 비....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걸어다니던 소녀가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요.
이젠 아득해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지금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악착을 떨며, 더 열심히 보랏빛  인생을 꿈꾸며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혼자 얼굴을 붉혀봅니다.

내가 보았으므로, 그리고 느꼈으므로 그 열매는 모과로 내 곁에 왔으며, 
그 향기는 내 곁으로 풍겨온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곁 곳곳에, 삶의 기쁨은 그곳에 있다. 
우리는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썩은 악취에만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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