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 - 풋내기 사서의 좌충우돌 도서관 일기
스콧 더글러스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도서관을 자주 드나드는 나의 시선을 단번에 끄는 책이다.

공공장소에선 늘 그렇듯 특히 도서관이니 만큼 저절로 나오는 말이 아닐까?

쉿, 조용히.

하지만 요근래의 도서관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 되어버렸다.

자기 아이에게 소근거리며 나름 작은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엄마,

자유분방하게 소파에  앉아서 혹은 드러누워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쁘다.

이런 아이들의 손엔 거의 너나할것없이 만화책이 들려 있다.

또 장소를 헷갈린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한쪽에 모여 앉아 낮은 목소리로 수다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한쪽 벽면에 자리한 컴퓨터. 세상과 소통의 힘이 되어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임무를 가지고 있지만 대게는 게임을 금지한다는 벽에 걸린 문구가 별 소용이 없는 듯하다.

진화하는 세상만큼이나 도서관도 그만큼 진화하고 있음이리라.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상상하던 도서관의 모습을 화끈하게 깨버린 책이다.

학교가 끝나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도서관에서 기다려야 하는 서민 가정 아이들, 도서관 컴퓨터로 포르노 보는 아저씨들, 도서관이 제집인 듯 살림까지 차린 노숙자들, 책보다는 말동무를 찾아 도서관에 오는 외로운 노인들, 도서관을 CIA가 감시 중이라고 믿는 미친 여자, 도서관에 가전제품 가져와 충전하는 아줌마, 사서들을 열 받게 하는 철 없는 십 대들 등.

읽다보니 한편으로 수긍이 가기도 한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어디나 그곳에서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꾸리고 나가는 게 당연한 이치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사서일에서 하나씩 둘 씩 인생을 배우며 자란 청년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천직이라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없어 늘 자신의 일에 의문을 품으면서 변화하는 도서관과 함께 몸도 마음도 같이 성장한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도서관과 제대로 매치시키지는 못했지만, 사서는 책만 정리하면 되는 줄 알았던 저자와 나는, 차츰 사서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보면 사회복지사와 비슷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식사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말 벗이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론 황당한 사건에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라해서 모두가 책을 읽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님을.

 우리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들이 더 는 아름답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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