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라베스크 - 한 점의 그림으로 시작된 영혼의 여행
퍼트리샤 햄플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마티스, 미술시간에 배웠었던 인물이다. 아니 그렇다고 기억을 하고 있었다.

미술에 문외한이긴 해도 이름만이라도 안다는 이유로 선뜻 선택했던 책을 펴며 순간 멈칫한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미술책에서 보았던 작품은 아니기에.......

책을 읽으며 미술 용어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음을 감사하며.

 

1972년, 약속에 늦어 미술관 복도를 잰 걸음으로 뛰다시피 가던,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지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그림을 보고 그만 발이 묶여버린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이미지에 얻어맞은' 것처럼' 그림은 강렬한 힘으로 그녀를 꼼짝 못하게 붙잡아 둔다.

그 그림은 앙리 마티스가 그린 '어항 앞의 여인'이었다.



마티스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림에는 금붕어 몇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어항과, 그 어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그려져 있다.

해질 무렵의 나른한 햇빛이 창으로부터 들어와 그녀의 옆 얼굴을 길고 노란 빛으로 비추고,

금붕어는 한가로이 헤엄치며, 여인은 팔에 머리를 괸 채 조용히 어항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내겐 한가롭다 못해 지루해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이 지은이를 그토록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그림이 자신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림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며 자신을 온전히 내맡겼다.

그리고 이내 그림 속 여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는 것'이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이었음을 안다.

저자는 결국 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실은 처음에는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푸른색 스크린과 그것이 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푸른색으로 무늬 세공이 돼 있는 그 스크린은 마티스가 북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오면서 프랑스로 가져온 것이었다.

지은이는 마티스가 그 스크린 뒤에 숨겨둔 것이 무엇일지를 상상하며, 마티스의 흔적을 좇아 여행을 떠난다.



관찰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다.

모든 것을 두루뭉술하게 알고 지나치는 나의 습관에 대해 반성을 하는 시간이다.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자세하게 보아야 하건만 대~충 건성으로 보고 다니는 숩관이 어느사이 내게 스며들어있음을....

그 덕에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그림으로 돌아가서 다시 들여다 보아야 했다.

한 점의 그림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내게 그림이든 책이든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만큼

또다른 세상을 내게 보여 줄수도 있음을 알려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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