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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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하지만 최근 나도 모르게 그 전쟁과 내 과거를, 내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떠올린다. 잃어버린 사람들. 마치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온 곳을 잃어버린 것처럼 들린다. 내가 그들을 원래 있던 곳이 아닌 데 두고 떠났다가 찾지 못한 것처럼. -7


장편소설 나이팅게일, 하고 싶은 말, 들려줄 사연이 아주 많아 보이는 두툼한 책이 왔다.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저 여인, 창 밖이라도 내다보는 걸까, 그 뒷모습이 외로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단지 내 기분탓인 걸까.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아득히 먼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잔상이 강렬하게 새겨져버렸다.

기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녀가 내다보고 있는 풍경, 그녀에게 문신처럼 아니 그녀를 감싸고 있는 새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표지에 담긴 이야기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럴테지. 남자들은 항상 전쟁을 남자들과 연관짓는다. -231


따사로운 햇살이 좋은 오후, 여유롭게 펼쳐든 책에서 깊고 깊은 슬픔과 고통스러운 삶의 여정을 짐작하게 하는 글머리를 읽은 후에 차마 그 다음 장으로 넘기지 못하고 책을 내려 놓았다.

아직은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안 되었던가보다. 며칠 후 밀쳐둔 책을 다시 폈다.

오랫동안 살던 집을 팔려고 내놓고 이사갈 준비 중이다. 가져가고 싶은 짐을 찾아 추억과 사연이 담긴 물건들로 가득 찬 다락방에 있다.

그렇게 그녀를 먼 기억 속으로 데려가는 시간의 문이 열린 것처럼 우리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두 사람에게, 나를 무너뜨렸을 수도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구해준 두 아들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들 덕분에 이제 뭐가 중요한지 알고, 그것은 내가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다. 바로 나만의 기억. 상처는 치유된다. 사랑은 지속된다. 우리는 남아 있다. -684


1939년 8월 프랑스, 따뜻하고 평화로운 비안느의 일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전쟁은 그녀 가까이에 있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예전의 다정한 아빠가 아니었고,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비안느와 이사벨은 버려졌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그런데 남편 앙투안이 전시 동원 통보를 받았단다. 전쟁이라니.

그렇게 제각기 살아온 가족이야기이자 자매이야기, 사랑이야기이자 전쟁이야기이며 역사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생생하게 전해지던 굶주림과 공포, 전쟁의 참혹함, 잔인함, 나라와 자유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파괴하고 말살시키려했지만 그들이 지켜냈다. 잊지말고 기억해야할 역사다.

숨 죽이고 가슴 졸이던 순간들,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있게 맞선 그녀들의 이야기. 많은 생각과 감정이 스쳐가고, 울컥 눈물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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