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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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늘 그랬듯이 작고 조용했다. 어떻게 내 삶이 거짓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는가. 

421-422


낯선 편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에 단번에 손을 내밀었던 책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표지, 꽤 두툼한 책의 두께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지를 거의 쓰지 않지만, 나에게는 지금도 엽서를 보내주는 친구가 있다.

안부를 물어보고 생일을 축하해주는 짧은 글이지만, 나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그 마음을 알기에 그 여운은 꽤 오래 남는다. 물론 나의 답장은 대부분 카톡이지만.....


하루하루가 벽돌처럼 차곡차곡 질서 있게 쌓여간다. 그러려니 했던 거미줄도 사라지고 얼룩진 창문도 깨끗해졌다. -49


카라가 간병인을 구해야겠다며 오빠와 통화하고 있는 중이다. 어린시절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엄마는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서로 의지를 하며 지내던 오빠는 오래 전 집을 떠났다.

카라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빠를 돌보고 있다. 그런 카라의 삶이 버거워보였다.

밀려드는 죄책감을 꾹꾹 누르며 간병인을 기다리고 있는 카라의 이야기, 기억을 쫓는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앉아 완벽해 보이는 삶이 실은 얼마나 결점투성이인지 생각해본다. -443


그러다가 이야기는 갑자기 1969년 애니에게로 돌아간다.

이렇듯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세월을 교차하며 카라, 마이클, 애니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래 전, 아빠는 어린 카라와 마이클에게 다락방에 절대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아니 근처에도 가지말라며 열쇠로 잠궈버렸다.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던, 아니 어느새 잊고 살았던 다락방.

오랜 세월 그 안에 꽁꽁 감춰져 있었던 엽서 그리고 아빠가 숨기려했던 비밀이 아주 우연히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카라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마구 흔들어놓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이렇게 속상할 줄 몰랐다고요? 무슨 일이 있었든, 아버님이 무엇을 했든 안 했든, 어떻게 변했든, 여전히 카라의 아버지였어요." 그녀가 위로하며 내 등을 문지른다. -464


카라도 오빠가 그랬듯이 아빠와 집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집을 지키며 살아오게한 이유였고, 운명이었을거라는생각을 하면서 카라의 벅찬 여정에 함께 했다.

왠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이던 그들을 지켜보면서 이어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만의 결말도 그려보고, 수수께끼같은 그들의 비밀을 내나름대로 풀어보기도 했다.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나의 예측이 빗나가서 정말 다행이다.

두렵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먼 길도 마다치않은 카라, 서서히 그녀의 삶도 바뀌어간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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