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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 우국·한여름의 죽음 외 22편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11월
평점 :
그곳에서는 오래된 마을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마을 저 멀리 드문드문 소나무 숲의 윤곽이 보이고 바다가 아름답게 쟁반에 가득 담긴 것처럼 조용히 빛났다. 조팝나무 꽃 같은 게 두세 개 흩어져 느릿느릿 흘러가는 듯이 보이는 것은 흰 돛단배였다. 48-49

세계문학 단편선 41, 미시마 유키오!
첫 단편, '꽃이 한창인 숲'을 발표하면서 미시마 유키오란 필명을 사용하였다. 그의
자전적 장편 소설 '가면의 고백'으로 그 해 베스트 셀러에 올랐으며 '파도 소리', '금각사'로 문학상을 수상한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출간된 단편선에는 모두 24편이 실려있는데, 그 중에서 국내 최초 번역이 22편이라하니 더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각 작품 제목을 일본어로 같이 표기해주어서 더 관심이 간다. 일본어 원문으로도 읽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풍경에 분명 죽음의 찬란함이 깃들어 있었다. 강변의 돌멩이 하나하나의 그림자에도 그것이 있었다. -173
1941년 '꽃이 한창인 숲'을 시작으로 작품을 발표한 연대순으로 실려있는 책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큼이나 묵직하다. 그들이 살아내야했던 시대, 삶이고 죽음이다.
병약했던 어린 시절, 시를 잘 쓰는 천재 소년, 어깨에 달린 묵직한 날개를 알아채지 못한채 짐처럼 메고 살아가는 청년.... 그들의 모습 속에서 슬금슬금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유년의 기억, 간신히 봉인된 뚜껑을 열었지만 텅 빈 상자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이제 소년은 성인이 되었다.
찢어버리고 싶은 지폐대신 부숴버리려던 커다란 백만엔 전병, 마냥 거추장스럽기만 한 전병은 어느새 눅눅해져서 손에 달라붙고 이리저리 휘기만 할 뿐이다. 내마음대로 되지 않는 오늘 하루를 보는 것 같았다.

종소리는 느린 파동을 일으키며, 기슭 쪽에서 거슬러 오르는 저녁 어스름을 사방으로 밀어내며 퍼져가는 것 같았다. 그 묵직한 소리의 흔들림은 시간을 알리기보다 오히려 시간을 순식간에 녹여내 영원으로 실어갔다. -353
그림, 소설, 음악 등 작품 속에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과 상황, 작가의 삶, 철학이 담긴다.
'하루코', '서커스', '바다와 저녁노을', '날개', '빗속의 분수'... 그렇게 미시마 유키오의 기억과 경험이 담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전쟁과 공습, 전후 불안한 사회 속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했다. 또한 불안하고 우울한 죽음이 주변을 서성거리던 전쟁도 끝났다.
작가의 해설과 옮긴이의 말을 통해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과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