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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7월
평점 :
그렇다면 우리가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사람은 이러한 경쟁에서 본의 아니게 밀려난
사람들이 아닐까? 그들은 대개 수상자들과 똑같은 능력과 성취도를 보였다. 다만 좀
더 여리고 편안한 성격의 소유자들일 뿐이다. 승리자들에게는 박수갈채를 보낼 필요가
없다. 그들은 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니까. -361

위대한 패배자, 제목이 관심을 끌었다.
책 제목을 보다보니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외치던 개그코너가 생각났다.
패배자라는 단어의 어감, 솔직히 썩 좋지는 않지만 모두가 1등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누군가는 2등, 3등을 하고 또 꼴찌를 하게 된다.
우승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운동장을 누비는 운동 선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똑같이 최선을 다했지만 누구는 우승을 했고 또 한 쪽은 패해서 고개를 떨군채 주저앉아있다.
그들에게도 잘 했노라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만 결과로 판정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체 게바라, 고르바초프, 앨 고어, 오스카 와일드! 낯익은 인물들의 이름을 보면서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만큼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가.
자신이 꿈꾸고 만들고 싶었던 세상을 그리며, 조국의 승리를 위해, 뛰어난 재능, 노력과 가치를
알아주기를, 성공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을까.
그런데 믿었던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업적을 빼앗기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경쟁자 또는 누군가의
모략으로 성공을 목전에 두고 실패자가 된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시간이다.

이런 점에서는 라살레도 승리자일지도 모른다. 그는 원대한 꿈을 품은 거만한 사람이었다.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도박사의 기질을 갖추었고, 암울한 정치적 일상에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이방인이었다. -279
사막의 여우라 불린 롬멜, 최초로 노동자 정당을 창건한 라셀레, 노벨 문학상을 받은 크누트 함순, 세계적인 작가로 알려졌지만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잊혀진 하인리히 만, 절친에게 털어놓았다가 노벨상을 빼앗긴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 ...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뛰어난 암호 해독 능력으로 영국이 승리하는데 큰 기여를 했음에도 철저하게 비밀에 가려져 있었던 앨런 튜링이다.
1948년에 이미 인공 지능에 관심을 가졌으며 2000년까지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올거라고 예언했다. 1950년에 그가 제안한 '튜링테스트'를 보니 시대를 앞서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가 말했던 사고하는 컴퓨터, 놀랍지 않은가, 지금 우리는 AI 시대를 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저마다 그리는 자신의 미래, 성공을 꿈꾸면서 앞서간 그들에게서 성공의 비결 혹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도 한다.
그렇지만 요한 스트라우스, 앨 고어,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을 왜 위대한 패배자라 부르는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이런 인물들이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을 보며 사람들은 신의 불가사의 한 섭리를 입에 올리고, 인생의 비밀스러움에 관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과 연관시킬 필요없이 우리는 이들의 운명을 가리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가혹하고 몹쓸 우연의 장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37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