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른 어떤 종류의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있어선지 이 돌들은 나에게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상상할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살고 있지만, 이 돌들은 몸에 새겨진 선들과 갈라진 틈, 색깔, 함유물, 희미하게 빛나는 결정을 통해 각자가 처음 탄생한 순간부터 인간과 마주하게 된 이 순간까지 자신이 거쳐온 지난 궤적의 증거를 드러내고있었다. 752-753
호라이즌, 93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바닷가에 살면서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할때면 어디서라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산위에서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하늘과 맞닿은 곳을 바라보면 참 좋았다.
저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디라는 짝꿍의 설명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힘들어도 내일 또 걷게 하는 힘이 되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으면서....
묵직한 책을 받아들고 푸른 바다를 품은 책표지를 쳐다보았다. 멀리 저 수평선 너머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알렉산드라 저지를 걷는 동안 그곳 특유의 색채, 선, 비례, 소리, 냄새, 질감의 조합을, 그러니까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도록 나의 감각이 아주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그 아름다움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의식했고, 그 풍경에 무방비로 열린 상태가 나의 내면에 건강하다는 느낌을 증폭시켰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 외부에 존재하며 내 이해를 넘어서는 세상과 내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챘다. -255
평생 약 일흔 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는 작가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를 따라 세계 곳곳을 탐방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막연히 푸른 바다, 아름다운 풍경, 저 너머로의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며 바라보던 나와 달리 그의 이야기에는 살아있는 바다, 자연, 탐험, 역사, 철학,그의 생각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제임스 쿡이 상륙했다는 파울웨더곶,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그의 흔적을 따라가며 200년여 전에 쿡이 보았을 지형, 동식물, 개울을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스코틀랜드 금작화, 러시아 엉겅퀴, 적오리나무, 큰잎단풍나무, 태평양주목 등 내가 좋아하는 식물 이야기로 이어졌다.
침입종, 지금 우리의 주변에도 넘쳐날 것이다. 우리들의 무관심속에서, 이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서. 날씨의 변화처럼 환경의 변화를 체감하는 요즘이 아닌가.
이곳에 찾아올 때마다 나는 근처 해안에 몰려 있는 하얀 총빙들을 배경으로 잠들어 있는 집들을 응시했다. 쇠홍방울새, 흰멧새, 긴발톱멧새가 풍경을 가로지르며 훨훨 날아다니다 뗏장 지붕에 내려앉아 날카로운 소리로 우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이들은 북극의 생명을 구성하는, 모두 다 인간보다 더 오래된 각각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자손들이다. -277
북극, 북태평양, 호주, 아우슈비츠 11번 블록의 창없는 지하 감옥, 그린란드의 조수 빙하, 갈라파고스, 남극 ....
감히 가보겠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경이로운 대자연 속을 누비고 풍광은 물론 화석, 운석, 유적지들을 탐사하고 먼옛날 그들의 생활상도 그려보며 상념에 젖게 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남아있는 흔적으로 우리는 그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기술, 지혜, 생각 등 그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아지고,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가는 곳마다 그곳에 관한 역사, 인물,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1884년 레이디플랭클린베이 탐험대의 생존자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세이빈곶, 남극은 마음이 숙연해졌다.
과학, 지리, 생물학, 역사 등 방대한 지식과 정보, 탐험의 기록이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인류의 진화, 발달까지 이어져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게 한다.
환경, 자연과 인류에 관한 웅장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고, 따뜻한 방 안에서 멋진 지구 탐험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